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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계주자 실점율 0’ 이영준, 긍정의 힘으로... "난 사람 복 많은 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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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계주자 실점율 0’ 이영준, 긍정의 힘으로... "난 사람 복 많은 선수"

입력
2020.08.11 07:00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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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출→육성선수거쳐 시즌 홀드왕까지?

지난 7월 30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두산과의 경기에서 키움 이영준이 투구를 하고 있다. 키움 제공

지난 7월 30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두산과의 경기에서 키움 이영준이 투구를 하고 있다. 키움 제공


팀에서 방출된 뒤 야구공을 손에서 놓을 뻔했던 키움 좌완 불펜 이영준(29)이 긍정의 힘을 바탕으로 키움의 막강 불펜 한 축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10일 현재 이영준은 34경기에서 27.2이닝을 소화하며 17홀드(1승 3패ㆍ4.23)를 올리며 이 부문 리그 1위를 달리고 있다. 특히 승계주자 실점율이 ‘0’(11명 승계해 무실점)이다. 지난 9일 LG전에서도 2-1로 앞선 8회 1사 1루 위기에 등판해 0.2이닝을 깔끔히 마무리하며 시즌 17홀드째를 쌓았다.

일각에서는 “요즘 구위로 따지면 마무리 조상우보다 이영준이 더 위력적”이란 말까지 나온다. 이영준은 10일 본보와 전화 통화에서 “(조)상우 구위가 훨씬 좋다. 비교도 되지 않는다. 팬들이 더 잘하라고 격려해 주시는 것”이라며 웃었다. 그러면서 “예전보다 자신감이 많이 붙었다. 코치진의 분석과 격려도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시즌 초반은 좋지 않았다. 올해 첫 등판 KIA전에서 최형우에게 홈런을 맞았고 두 번째 경기에서도 홈런을 허용하며 블론세이브를 기록했다. 이영준은 “승리조로 7~8회를 꾸준히 맡은 것은 야구 인생에 처음이었다”면서 “시즌 초반 적응도 못했고 그간 생경한 임무에 긴장감도 컸다”고 했다. 한때 평균자책점이 6점 넘게 치솟았지만 ‘지금의 시련이 약이 될 수 있다’고 긍정적으로 생각했다고 한다. “올해만 야구하는 게 아니다. 공부하는 시기로 삼자고 생각했다. 얻어맞을 때마다 더 꼼꼼히 투구 일지를 채웠다”

지난 7월 30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두산과의 경기에서 구원 등판한 키움 이영준이 투구를 마치고 마운드에서 내려오고 있다. 키움 제공

지난 7월 30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두산과의 경기에서 구원 등판한 키움 이영준이 투구를 마치고 마운드에서 내려오고 있다. 키움 제공


올해는 특히 의도치 않았던 ‘투구폼 교정’이 있었는데 교정 이후 성적이 귀신같이 좋아졌다. 사연은 이렇다. 맷 윌리엄스 KIA 감독이 5월 초에, 허문회 롯데 감독이 6월 중순에 이영준의 투구 동작에 잇달아 문제를 제기했다. 투구 전 투구판을 밟은 왼쪽 발을 살짝 들었다가 던지는 루틴을 보크라 주장한 것. 당시 심판진은 ‘일관성 있는 투구 동작’으로 보고 보크를 인정하지 않았다. 이영준은 “‘앞으로 야구할 날이 더 많다’고 긍정적으로 생각해 고치기로 했다”면서 “하지만 생각보다 어려웠다. 경기 전은 물론 경기 중에도 불펜에서 섀도 피칭을 하며 동작을 가다듬었다”고 했다.

전화위복이었다. 긍정적인 생각에 대한 행운의 결과물이 나왔다. 올 시즌 이영준은 투구동작 수정 이전 18경기에서 평균자책점 6.43(2패 7홀드)에 그쳤지만 이후엔 16경기 1.98(1승 1패ㆍ10홀드)로 승승장구 중이다. 주자 있을 때 피안타율(0.217)이 주자 없을 때(0.300) 보다 더 좋다. 위기에 더 강하다는 뜻이다. 이영준은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다”면서도 “주자가 있는 상황에서 집중력이 더 생긴다. 그래서 강한 공을 던질 수 있는 것 같다”며 웃었다.

9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LG와의 경기에서 키움 이영준이 구원 등판해 투구를 하고 있다. 키움 제공

9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LG와의 경기에서 키움 이영준이 구원 등판해 투구를 하고 있다. 키움 제공


2014년 KT에 입단(전체 75순위)했지만 1군 경기는 뛰지도 못한 채 방출됐다. 그도 그럴 것이 체격(184㎝)은 좋았지만 직구 평균 구속 130㎞ 중반에 그쳤다. 방출 후 공익근무를 하면서도 야구에 대한 열정을 내려놓지 못했다. 우여곡절 끝에 2017년 당시 넥센 히어로즈 육성 선수 입단 테스트를 통해 다시 야구공을 잡았지만 재입단 후에도 눈에 띌만한 성적을 내지 못했다. 그러다 2018년 말 윈터리그에서 야구 인생 전환점을 맞았다. 이영준은 “대만 윈터리그에 다녀온 후 한국 2군에서 연습 경기를 하는데 갑자기 직구 최고 구속이 145㎞를 찍었다. 나도 믿기지 않아 말을 잇지 못할 정도였다”라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서)건창이 형이 추천해 준 트레이닝 센터에서 ‘이번이 진짜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어느 때보다 열심히 준비했는데 그 효과를 본 것 같다”면서 “방출 후 육성 선수 테스트를 추천해 준 황덕균 선배(당시 넥센 선수), 그리고 (서)건창이 형, 저를 믿고 기용해 주신 전ㆍ현직 감독 및 코치진 등 돌아보면 난 인복이 정말 많은 선수인 것 같다”며 웃었다.

실제로 2019년 잠재력을 끌어올리며 가능성을 보였고 올 시즌엔 ‘7ㆍ8회 순간 삭제’라는 평가를 받으며 리그 최고로 꼽히는 완벽한 키움 불펜진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이런 추세라면 육성 선수 출신으로 ‘시즌 홀드왕’까지 거머쥘 태세다. 이영준은 “10홀드 전까지만 해도 사실 기록엔 큰 관심이 없었다”면서 “하지만 지금은 ‘홀드왕’ 타이틀을 갖고 싶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홀드왕은 ‘욕심’이 아닌 ‘목표’라고 단서를 달았다. 그는 “‘홀드왕’이란 기록 욕심에 쫓기진 않을 것”이라며 “그 목표를 향해 한 걸음씩 가다 보면 예전엔 상상하지도 못했던 좋은 기록과 상이 따라올 것이라 믿는다”며 웃었다.

강주형 기자
이주현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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