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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찻길 깐 뒤 3년간 물난리" 목소리 낸 오포리 주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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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찻길 깐 뒤 3년간 물난리" 목소리 낸 오포리 주민들

입력
2020.08.13 15:30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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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복석 영덕 강구면 오포2리 침수피해대책위원장?
"복구 미루고 거리 나서자 철도시설공단 이제야 반응"

하복석 경북 영덕군 강구면 오포2리 침수피해대책위원장이 13일 주민들이 꾸린 오포2리 입구 대책위원회 사무실 앞에서 3년 연속 겪은 물난리 피해를 설명하고 있다. 김정혜 기자 kjh@hankookilbo.com

하복석 경북 영덕군 강구면 오포2리 침수피해대책위원장이 13일 주민들이 꾸린 오포2리 입구 대책위원회 사무실 앞에서 3년 연속 겪은 물난리 피해를 설명하고 있다. 김정혜 기자 kjh@hankookilbo.com

"아홉달 전 새로 한 도배 장판이 마르기도 전에 집이 또 잠겼습니다. 3년간 보일러, 냉장고, 장롱을 몇 번 바꿨는지 모릅니다. 이제 '비가 온다'는 말만 들어도 겁이 납니다."

13일 경북 영덕군 강구면 오포2리에서 만난 하복석(67) 침수피해 공동대책위원장은 내리 3년 동안 겪은 물난리를 떠올리며 가슴을 쳤다. 이 날에도 그는 수해를 입은 주민들의 피해를 하나 하나 모으고 있는 중이었다. 이 마을은 지난날 24일 '또' 침수 피해를 본 곳이다.

하 위원장이 사는 오포2리는 강구면을 남북으로 가로지르는 7번 국도를 끼고 있는 인구 6,400명의 강구면 최대 마을. 강구초등학교와 강구시장, 버스터미널이 있고 대게 집산지 강구항과 마주하고 있는 평온한 마을이었다. 그러나 3년 연속 물난리가 나면서 그 옛날의 오포리가 아니다.

경북소방본부 소방대원들이 지난달 24일 새벽 폭우로 침수된 영덕군 강구면 일대를 살펴보고 있다. 경북소방본부 제공

경북소방본부 소방대원들이 지난달 24일 새벽 폭우로 침수된 영덕군 강구면 일대를 살펴보고 있다. 경북소방본부 제공

그는 “마을이 바로 옆을 지나는 7번 국도보다 지대가 낮아도, 300㎜의 ‘물폭탄’을 던진 2001년 태풍 ‘다나스’ 때도, 200㎜의 폭우가 내린 2004년 태풍 ‘메기’ 때도 침수 피해는 없었다”며 “모두 2018년 1월 오포리에서 내륙으로 600m가량 떨어진 화전리 들판에 동해선이 깔리고 강구역이 들어서면서 생긴 일”이라고 주장했다.

높이 10m 안팎의 철길은 산과 산을 잇는 형태로 건설됐다. 두 산의 거리는 340m. 이 철길은 고지대 화전리에서 해안으로 내려오는 물을 막는 댐 역할을, 철길 하부에 난 ‘구멍’은 수문 역할을 한다는 게 그의 판단이다. 그 구멍은 화전리와 오포리를 연결하는 왕복 2차선도로와 작은 천(화전천) 하나가 지나는 통로다.

경북 영덕군 강구면 주민들이 저지대 상습침수 피해 원인으로 지목하는 철도 동해선과 강구역. 철길은 10m 안팎 높이에 산과 산 사이를 잇는 형태로 길이 340m의 댐과 같은 형태로 건설됐다. 영덕=김정혜 기자 kjh@hankookilbo.com

경북 영덕군 강구면 주민들이 저지대 상습침수 피해 원인으로 지목하는 철도 동해선과 강구역. 철길은 10m 안팎 높이에 산과 산 사이를 잇는 형태로 길이 340m의 댐과 같은 형태로 건설됐다. 영덕=김정혜 기자 kjh@hankookilbo.com

실제 철길이 생긴 뒤인 2018년 10월 6일, 태풍 ‘콩레이' 가 몰고온 비에 오포리 270가구가 침수됐다. 당시 강수량은 383㎜. 이듬해 10월 2일 태풍 '미탁' 때에는 326.5㎜의 비에 170가구가 잠겼다. 올해는 지난달 23일과 24일 사이 내린 258㎜의 장맛비에도 마을이 침수됐다.

2018년 수해 때 모두가 동해선을 지목했다. 그는 “하지만 당시 복구에 정신이 없어 아무도 대응에 나서지 못했다"며 "지난해 미탁에 이어 이번 장맛비에 또 다시 피해를 입자 주민들이 일어나지 않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오포리 주민들은 지난달 25일 피해 복구도 미룬 채 한데 모여 대책위를 결성하고 하 위원장과 함께 건축설비업을 하는 박성하씨를 공동위원장으로 추대했다. 하 위원장은 영덕군청 건설과에서 퇴직했고, 박 위원장은 토목 분야 경험이 많다.

경북 영덕군 강구면 오포리 주민 약 200명이 지난달 28일 강구시장 입구에서 3년 연속 침수 피해에 따른 대책을 요구하는 집회를 갖고 있다. 독자 제공

경북 영덕군 강구면 오포리 주민 약 200명이 지난달 28일 강구시장 입구에서 3년 연속 침수 피해에 따른 대책을 요구하는 집회를 갖고 있다. 독자 제공

주민들이 이렇게 뭉치자 과거와 다른 장면들이 연출되기 시작했다. 한국철도시설공단은 동해선과 수해의 연관성을 분석하는 조사에 착수했고, 영덕군은 그 조사가 공정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외부 전문가를 조사에 참여시키기로 했다. 바뀐 건 이뿐만 아니다. 오포2리 12곳에 영덕군청 공무원의 이름과 연락처가 적힌 대형 배수펌프가 설치됐다. 비상 시 누구나 돌릴 수 있도록 작동 설명서까지 큼지막하게 달렸다.

하 위원장은 "주민들이 목소리를 내니 철도공단도 이제서야 움직이기 시작했다"며 "대형 로펌의 도움으로 소송을 하든, 주민들이 시위에 나서든 물난리 원인을 밝혀내 마음 놓고 살 수 있는 오포리를 다시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3년간 연속 물난리를 겪은 경북 영덕군 강구면 한 주민이 13일 철도시설공단 등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접수하는 사무실에서 피해사실 내용을 쓰고 있다. 김정혜기자 kjh@hankookilbo.com

3년간 연속 물난리를 겪은 경북 영덕군 강구면 한 주민이 13일 철도시설공단 등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접수하는 사무실에서 피해사실 내용을 쓰고 있다. 김정혜기자 kjh@hankookilbo.com



김정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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