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게임이용자 중 1.4%만 적극적 온라인 활동... "남성 게이머 과대표됐다"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게임이용자 중 1.4%만 적극적 온라인 활동... "남성 게이머 과대표됐다"

입력
2020.08.19 07:00
0 0

게임문화사업 특정성별영향평가? 등에서
"게임업계 필요이상으로 남성 목소리 강조"
실제 게이머 중 남성과 여성 격차 크지 않아


카카오게임즈 모바일게임 '가디언테일즈'가 최근 게임 내 "이 걸레 X이"(왼쪽·여성비하 표현은 기자가 모자이크 처리했음)라는 대사가 논란이 되자 "망할 광대 같은 게"(오른쪽)로 수정한 모습이다. 연합뉴스

카카오게임즈 모바일게임 '가디언테일즈'가 최근 게임 내 "이 걸레 X이"(왼쪽·여성비하 표현은 기자가 모자이크 처리했음)라는 대사가 논란이 되자 "망할 광대 같은 게"(오른쪽)로 수정한 모습이다. 연합뉴스


게임업계 페미니즘 ‘사상검증’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번에는 지난 2일 카카오게임즈가 모바일게임 ‘가디언 테일즈’의 게임 내 대사를 수정하며 논란이 됐다. 미국 개발사가 제작한 이 게임의 영어 대사 “이 걸레X아(You Whore)”을 12세 이용가에 맞춰 “망할 광대 같은 게”로 수정했는데, 이 번역을 두고 게임 커뮤니티 등에서 남성 이용자들이 ‘광대’가 급진적 페미니즘 진영에서 쓰는 남성혐오 표현이라며 “실무진 중에 급진적 페미니스트가 있는 게 아니냐”는 주장을 제기한 것이다. 이후 남성 소비자들의 불매운동 움직임으로까지 이어지자, 카카오게임즈는 하루만에 사과문을 게시하고 대사를 “이 나쁜 X”으로 수정하기로 하는 등 이들의 요구사항 대부분을 수용했다.

게임업계에서 페미니즘 사상검증 논란은 2016년 넥슨의 게임 성우 교체 사건 이후 5년째 이어지고 있다. 주로 여성 성우나 일러스트레이터 등이 개인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린 게시물을 꼬투리 잡아 업계 퇴출을 요구하는 패턴이 반복돼 왔다. 이번엔 아예 게임 내 대사를 문제 삼는 등 한층 더 ‘사상검증’의 강도가 강해지고 있지만 게임회사들의 대응은 ‘수습’에만 그치고 있다. 이러한 게임 산업의 분위기는 여성 종사자들의 노동권 침범으로 이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게임회사들은 ‘비록 사상검증이 성차별적이고 올바르지 않다 하더라도 소비자 다수가 동의한다면 반영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여성가족부가 지난해 11월 발표한 ‘2018년 게임문화사업 특정성별영향평가’에서 연구를 수행한 윤태진 연세대 교수 연구팀은 “게임회사들이 생각하는 여론은 일부 남성 게이머의 목소리가 과대표 돼 있다”고 진단했다.

연구팀이 3개월 사이 게임을 이용해 본 16세 이상 성인 남녀 70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게임 커뮤니티나 관련 콘텐츠 제작, 개인 SNS에 게임 관련 글쓰기 등 게임 관련 온라인 활동을 전혀 하지 않는다는 응답이 59.3%를 차지했다. 온라인 활동을 한다고 답한 응답자 285명 가운데 '적극적으로 한다'고 답한 게이머는 전체의 1.4%(10명)에 불과했고, 댓글을 쓰는 활동까지 포함하더라도 6.7%였다. 이 가운데 남성은 7.7%, 여성은 5.5%로, 게임과 관련된 의견을 공개적으로 피력하는 게이머는 극소수인 것으로 나타났다. 게임 커뮤니티의 의견이 게이머 대다수의 여론은 아니라는 지적이다.

게임 종사자가 특정 성별을 지지 혹은 반대하는 의견을 표출할 경우에 대한 대응방식도 성별 차이가 컸다. ‘게임사에 의견을 적극적으로 표명하겠다’는 답변은 남성이 25.4% 여성이 18.2%였고, 더 나아가 ‘집단 행동에 참여하겠다’는 비율도 남성 18%, 여성 11.8%로 남성이 훨씬 많았다.

지난 6일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표한 '2020년 게임이용자 실태조사'에서 전체 게임 플랫폼의 90%를 차지하는 모바일 게임 이용자의 성별은 남성 63.7%, 여성 64.7%(10~65세 일반인 3,084명 대상 조사)로 차이가 거의 없었다.

윤 교수 연구팀은 “게임업계는 남성 게이머들의 ‘큰 목소리’를 전체 이용자의 요구로 인식하거나 남성 게이머들이 원할 것이라는 막연한 인식에 근거해 중요한 결정을 내리는 경우가 많다”며 “소위 게임 이용자들의 ‘안티-페미니즘’사건들이 벌어졌을 때 해당 기업들의 대응방식이나, 관습적으로 선정적인 여성 캐릭터를 만드는 경우가 여기에 포함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박소영 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