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게실염, 다이어트하는 젊은 여성에게 많이 발병
뱃살을 빼기 위해 다이어트를 자주하고 있는 A(32ㆍ여)씨는 최근 오른쪽 아랫배에 극심한 통증이 지속됐다. 맹장염(충수돌기염)인줄 알고 병원을 찾았는데 낯선 병명인 ‘대장게실염’ 진단을 받았다.
대장게실염은 대장의 게실(憩室)에 염증이 생긴 것이다. 게실은 대장 벽 일부가 바깥쪽으로 풍선처럼 튀어나온 공간을 말한다. 오른쪽 대장 게실은 대장 벽의 특정 부위가 선천적으로 약한 상태에서 대장 내압이 증가해 발생한다. 왼쪽 대장 게실은 식습관ㆍ변비 등 여러 가지 요인으로 후천적으로 생긴다. 동양인에게는 주로 우측 게실이 많지만 좌측 게실도 최근 늘어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대장게실염 환자는 2010년 3만2,317명에서 2019년 5만9,457명으로 9년 새 94% 가까이 늘었다.
게실은 그 자체로는 아무런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다. 하지만 게실 입구가 대변이나 음식물 같은 오염물로 막히면 염증이 생겨 심한 복통이나 구토, 설사, 복부 팽만감 등이 생기고 발열ㆍ오한 등도 동반된다.
대장게실염은 다이어트를 반복적으로 하는 여성에게 많이 나타난다. 다이어트로 인해 음식물 섭취량 자체가 적어지면 변비가 생기고 이로 인해 게실이 악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고단백 다이어트를 하면 식이섬유 섭취가 부족해 대장게실염 발생 가능성이 매우 높아진다.
서승인 강동성심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대장게실염은 대장 탄력이 떨어지는 고령층에서 주로 나타나지만 최근에는 다이어트를 하는 젊은 여성에게도 많이 발생한다”며 “다이어트를 하더라도 하루 20~30g의 식이섬유 섭취를 통해 장내 압력을 줄여 주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했다.
대장게실염은 초기에 발견하면 약물치료가 가능하지만 심해질 경우 출혈이나 폐색, 천공이나 복막염 등의 합병증이 생겨 수술해야 할 수 있다. 치료를 해도 재발 가능성이 높으므로 올바른 생활습관으로 각별히 관리를 해야 하는 질환이기도 하다.
대장게실염은 복부 컴퓨터단층촬영(CT)으로 진단하지만 대장 게실은 대장 내시경 중에 발견되기도 한다. 증상이 가볍고 정도가 심하지 않으면 항생제만으로도 치료가 가능하다. 하지만 통원치료가 불가능한 상태라면 입원 후에 수액과 항생제 치료를 시행한다. 필요하면 금식 등 엄격한 식단 관리를 통해 음식물에 의한 염증 악화를 막고 장을 쉬게 해 주는 치료도 병행한다.
약물 치료 효과가 없거나 자주 재발되는 게실염이라면 수술을 해야 한다. 서 교수는 “대장게실염은 조기 발견해 항생제 치료를 적절히 시행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며 “방치하다가 장폐색이나 복막염 등의 합병증으로 번지게 되면 자칫 생명을 위협할 수도 있다”고 했다.
게실염은 바른 생활습관을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발병 위험이 낮아진다. 육류를 줄이고 식이섬유 섭취량을 늘리는 것이 좋다. 적당한 운동과 금연, 적정 체중을 유지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변비가 있다면 이를 개선해 장내 압력을 높이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서 교수는 “게실염을 고친 뒤에도 재발할 가능성이 높고 재발하면 합병증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높다”며 “게실염을 치료한 환자는 식이섬유가 충분한 채소를 꾸준히 섭취하며 건강한 식단을 유지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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