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공기업 노동이사제 '군불때기' 나선 김종갑 한전 사장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공기업 노동이사제 '군불때기' 나선 김종갑 한전 사장

입력
2020.08.07 17:54
0 0

페이스북에 "독일 사례 부러워 손들고 해보고 싶다"
한전 측은 '개인적 소신' 선 긋지만 제도 도입 급물살
재계선 "민주화라는 이름으로 주주 권익 제한" 우려

김종갑 한국전력 사장이 5일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노동이사제 도입 의지를 표명했다. 페이스북 캡쳐

김종갑 한국전력 사장이 5일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노동이사제 도입 의지를 표명했다. 페이스북 캡쳐

공기업의 노동이사제 도입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노동이사제는 문재인 정부의 100대 국정과제 중 하나로, 노동자 대표가 이사회에 참석해 회사 경영 사업에 의결권을 행사하는 제도다.

불씨는 김종갑 한국전력 사장에 의해 당겨졌다. 김 사장은 지난 5일 페이스북에 '노사 공동의사결정 체계'라는 제목의 글에서 "공기업에 노동이사제 도입을 고려한다면 한번 손들고 해 보고 싶다"며 노동이사제 도입 의지를 피력했다. 이어 "독일 사례가 너무 부러워 성공사례가 되든 실패사례가 되든 한번 그 길을 가보고 싶다"고도 했다.

그는 "독일 기업지배구조의 특징은 회사가 주주와 종업원이 함께 이끌어가는 조직체"라며 "가장 놀란 것은 노동평의회 멤버들도 주주가 추천한 감독 이사 이상으로 회사의 백년대계를 생각한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또한 "(경영진과 노동자가 서로 끝까지 타협하는 것은) 100년 이상 가꾸어 온 아름다운 노사관계의 모습"이라며 노사관계는 제도보다는 문화의 영역인 것 같다고 덧붙였다.

업계에선 국내 최대 공기업인 한전이 노동이사제 도입에 나설 경우 다른 공기업과 공공기관은 물론 민간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김 사장의 페이스북 글과 관련해 '한전이 노동이사제 도입 재추진을 공식화 하는 것 아니냐'는 시각에 대해 한전 관계자는 "김 사장이 독일 기업인 지멘스에 오래 있으면서 개인적인 경험을 토대로 소신을 얘기한 것이지 정부·노조와 구체적인 협의를 하거나 회사에 검토를 지시한 건 아니다"며 "페이스북 글을 보고 당황한 직원들도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한전 측의 선긋기와 달리 문 대통령의 후보 시절 공약이기도 했던 노동이사제의 제도적 도입을 위한 준비 작업은 이미 진행되고 있다. 대통령 직속 사회적 대화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노사위) 산하 공공기관위원회는 6일 "늦어도 10월 전까지 정부 대표와 공공기관 노조 대표 등이 노동이사제 도입과 관련한 합의를 마무리하고 국회에 관련법 개정을 건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문 대통령이 취임한 첫 해인 2017년 부터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공운법)을 개정을 통해 2018년부터 노동이사제 도입을 추진한 바 있다. 당시에는 야당의 반대로 법 개정이 무산됐으나,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김경협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6월26일 노동이사제 도입을 골자로 한 공운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한편 재계에선 노동이사제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는 것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도 내놓고 있다. 한 재계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주식회사(한전 등 공기업)는 주주가 자신이 가진 주식 수만큼 의결권을 행사하고 이에 따라 이사회가 구성되는 것이 기본적인 원리인데, 노동이사제는 민주화라는 이름으로 과도하게 주주의 권리를 제한하는 것"이라며 "안 그래도 강성인 우리나라의 노조 중에서도 공공부문은 심한 편인데, 공공부문 노동자가 회사 경영에 이사로서 참여하게 되면 노동자의 권익은 대변할 수 있을지 몰라도 회사의 발전은 저해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이 관계자는 "독일의 사례를 얘기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독일은 경영과 감독이 분리돼 있어 우리나라의 이사회와는 구조적으로 차이가 있다"며 "노동이사제는 아주 신중하게 접근해야 할 문제"라고 강조했다.

김경준 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