앱 못쓰는 외국인 자가격리자 많은데... 코로나 '무지개 통역단'을 아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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앱 못쓰는 외국인 자가격리자 많은데... 코로나 '무지개 통역단'을 아시나요

입력
2020.08.06 19:00
수정
2020.08.06 2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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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 따뜻한' 서울 중랑구 외국인지원 사업

"아팠을 때 가장 도움이 필요하죠". 6일 서울 중랑구 건강가정ㆍ다문화지원센터에서 만난 베트남인 후인티 푹록(29ㆍ사진 왼쪽)씨와 필리핀인 아이린(34)씨가 들려준 코로나19 외국인 자가격리자를 위해 통역 서비스를 하는 이유다. 정준희 인턴기자.

10대 베트남 소년 A군은 지난달 24일 한국에 들어와 자가격리를 하며 속을 까맣게 태웠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의심 증상 유무를 보고해야 하는데 한국어를 못해 자가격리 애플리케이션(앱)을 깔 수 없었던 데다 집에 찾아온 구청 직원에게 몸 상태 조차 제대로 전달할 수 없었다. A군은 한국에서 일하는 부모님 집에 머물고 있는데, 부모님이 출근하고 나면 코로나19 관련 대응에 속수무책이었다.

코로나19로 타국에서 마음 졸이던 외국인 소년의 '숨통'은 예기치 못한 곳에서 트였다. 2013년부터 한국에 정착한 베트남인 후인티 푹록(29)씨가 청년의 '코로나19 통역병'으로 나섰다. A군의 방역을 관리하던 중랑구와 구 소재 건강가정ㆍ다문화가족지원센터가 푹록씨에 'SOS'를 쳤다. "외국인들은 자가격리를 하면 쓰레기봉투를 어떻게 버려야 하는지부터 어려워해요." 6일 센터에서 만난 푹록씨는 전날에도 자가격리 중인 A군과 전화통화로 자가 진단 관련 설명을 해줬다며 "오늘이 자가격리가 끝나는 날인데 큰 문제 없이 끝나 다행"이라고 웃었다.

푹록씨는 지난해부터 센터에서 '중랑 무지개 생활통역단'으로 활동하고 있다. 급하게 도움이 필요한 외국인이나 한국에 뿌리내린 지 얼마 안 된 이들에게 구 이주민들이 통역을 지원하는 모임이다.

코로나19로 한국을 찾은 외국인들에 도움의 손길이 더욱 필요해지자 구는 무지개 생활통역단을 외국인 자가격리 관리에 본격적으로 투입했다.

구 여성다문화팀에 따르면 몽골, 필리핀, 캄보디아 출신 이주민 18명은 지난달까지 구에서 자가격리하는 외국인을 상대로 42번의 통역을 도왔다. 이주민들이 직접 코로나19 자가격리 외국인 통역 서비스를 제공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는 서울에서 중랑구가 처음이다.

위기 상황에서 연대의 효과는 컸다. 2009년부터 한국에 둥지를 튼 중국인 창센(41)씨는 "지난달에 40대 여성 중국인 자가격리자 통역을 도왔는데 낯선 곳에서 격리돼 있다 보니 심리적으로 불안해했고, 코로나19 관련 잘못 알고 있는 정보가 많았다"며 "체온계 등이 필요하다고 해서 보건소에 얘기해줬는데 자가격리기간 끝나고 나니 고맙다고 인사해 뿌듯했다"고 말했다. 필리핀에서 2011년 한국으로 건너온 아이린(34)씨는 "한국에 온 첫해 몸이 아파 이비인후과에 갔는데 내가 어디가 어떻게 아픈지 제대로 설명할 수 없어 서글펐던 기억이 있어" 코로나19 자가격리자 통역에 함께하게 됐다고 한다.

구는 전액 구 예산으로 무지개 생활 통역단을 지원하고 있다. 일곱 빛깔 무지개처럼 주민의 다양성을 포용해야 '더불어 따뜻한' 지역이 될 수 있다는 류경기 중랑구청장의 구정 철학에서 시작된 일이다.

류 구청장은 '행복한 미래, 새로운 중랑'이란 표어를 행정의 나침반으로 삼는다. 그런 구는 미래를 '더불어 사는 삶'에서 찾는다. 구에 사는 다문화가족은 2,379가구(2018년 기준). 7,000여 명에 이르는 이주민을 적극적으로 끌어안기 위해 구는 지역 최대이자 서울의 대표 축제인 '장미축제'를 지난해 다문화를 주제로 꾸려 좋은 반응을 얻었다. 중랑천 제방길 5㎞ 장미 터널에서 시작한 장미축제는 다문화 공연과 음식 부스 등이 마련돼 사흘 동안 무려 200만여 명의 사람을 불러 모았다.

구는 다문화가족을 대상으로 생애주기별 부모 교육 사업을 진행하며 앞으로 다문화 관련 사업을 더욱 확대할 계획이다. 류 구청장은 "다문화가족은 사회의 한 축을 이루고 있는 만큼 지역사회 구성원으로서 더불어 살아갈 수 있는 여건 조성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양승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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