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5건 위법 등 확인"?… 주민 소송 영향 전망
익산시, 2009년 폐기물을 비료 원료로 허가
폐기물 재활용 신고 수리ㆍ처리 확인도 부실
전북 익산시 장점마을에선 주민 99명 중 30명이 암에 걸렸다. 그 중 15명은 사망했다. 주민들은 마을에서 500m 떨어진 곳에 위치한 금강농산에서 배출되는 정체불명의 유해물질을 원인으로 지목했다. 2001년 폐기물처리업으로 등록했던 금강농산은 2008년부터 유기질비료도 생산하고 있었다.
환경부 조사 결과는 지난해 11월 나왔다. ‘금강농산은 퇴비로만 써야 할 연초박(담뱃잎 찌꺼기) 등을 불법으로 유기질비료 생산 공정에 사용했고, 이 과정에서 발암물질 배출이 있었음이 확인됐다.’
주민들은 전북도와 익산시에도 금강농산 관리ㆍ감독 책임이 있다고 보고 감사를 청구했다. 감사원은 지난해 4월 청구된 공익감사 결과를 6일 발표했다. 감사원은 “폐기물 재활용 신고를 부당 수리하고, 폐기물 처리 확인을 소홀히 하는 등 5건의 위법ㆍ부당사항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2009년, 원료 사용 부당 허가
감사원에 따르면 익산시에서 폐기물 재활용 신고 업무를 담당하던 A씨는 2009년 금강농산으로부터 ‘주정박 등 식물성 폐기물을 비료 원료로 사용하겠다’는 신고를 접수 받았다. 절차대로라면 A씨는 수리 여부를 비료 담당 부서와 상의해야 했지만, 이를 생략하고 신고를 수리했다. 상급자에겐 “악취가 예상되지만 대기방지시설을 정상 가동하면 피해를 저감할 수 있을 것이므로 신고를 수리하는 게 타당하다”고 보고했다.
그렇게 비료로 사용해선 안 되는 폐기물들이 비료 원료로 활용됐다. 이 과정에서 각종 유해물질이 발생했다. 원료 구분 기준을 명확하게 알지 못하는 담당자가 사안을 무리하게 처리한 것이 장점마을 집단 암 발병의 단초가 된 것이다. A씨는 “잘못이 있다”고 인정했지만, 징계시효(3년)가 끝나 따로 징계를 받지는 않았다. 다만 감사원은 재발 방지를 위해 익산시에 비위 내용을 통보했다.
폐기물사업장 점검 업무를 담당하던 B, C씨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감사원은 지적했다. 금강농산은 2016년 폐기물처리업 폐업 신고를 접수했는데, 이때 폐기물을 제대로 처리했는지 확인하지 않고 신고를 수리했다고 감사원은 밝혔다. 폐기됐어야 했던 연초박을 그대로 남겨두는 빌미를 제공한 것이다. 감사원은 이들에 대한 징계 처분을 익산시장에게 요구했다.
익산시 지도ㆍ점검 총체적 부실
관련 규정에 따르면 금강농산에 대한 정기점검은 매년 2회 이뤄졌어야 했다. 익산시는 금강농산이 연초박을 반입한 2009년부터 2016년까지 총 16회 점검하겠다는 계획을 세웠었다. 그러나 감사원 조사 결과 익산시의 점검은 2010년과 2013년 2번밖에 이뤄지지 않았다.
그나마 이뤄진 점검도 부실했다. 익산시는 관련 서류를 검토하고 배출 시설을 둘러보는 정도로 ‘형식적 점검’을 했다고 감사원은 지적했다. 꼼꼼하게 점검했다면 연초박이 비료 생산에 활용되고 있음을 발견했을 텐데, 그러지 않아 화를 키웠다는 것이다. 익산시의 부실 관리 속에 금강농산은 2008~2015년 연초박 2,352톤을 비료 원료로 이용했다.
또 금강농산에 대한 악취 관련 민원을 접수하고도 중점관리대상으로 분류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제대로 된 악취 발생 원인 분석도 없었다. 익산시는 악취 배출 허용 기준을 초과했을 때는 개선을 권고하고, 배출 허용 기준을 넘지 않았을 때는 민원을 종결하는 식으로 소극적 행정을 반복했다고 감사원은 지적했다. 감사원은 익산시장에게 관련 사업장 지도ㆍ점검 업무를 철저히 하라고 주의를 요구했다.
감사 결과, 소송에 영향 줄 듯
장점마을 주민들은 전북도와 익산시에 대한 170억원대 민사소송을 진행하겠다고 예고한 상태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전북지부가 암 사망자 15명의 상속인 등을 대리한다. 홍정훈 소송대리인단 간사는 지난달 13일 기자회견을 열어 "전북도와 익산시가 피해 배상에 소극적으로 임하고 있다. 책임을 통감한다면 지금이라도 주민 고통에 대한 법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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