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자산 사적 동원" 비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설화(舌禍)’는 끝이 없다. 이번엔 백악관에서 공화당 대선 후보 수락 연설 할 수 있다는 의지를 내보였다. 백악관을 선거운동 무대로 변질시킨다는 비판은 둘째치고, 정부 자산을 사익을 위해 이용하려 한다는 위법성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5일(현지시간)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우리는 그것(수락 연설)을 백악관에서 하는 방안을 생각하고 있다”며 “경호상 가장 쉬운 선택지고 확실히 대안 중 하나”라고 말했다. 이어 “다른 곳에 갈 수도 있지만 가장 쉽고, 비용이 덜 들고, 아주 아름다운 건 백악관에서 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물론 계획이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고 했으나 “연설은 아마 백악관에서 생중계로 진행할 것”이라며 강한 애착을 드러냈다.
당초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은 24~27일 플로리다주(州) 잭슨빌에서 대선후보 선출 투표와 공식 지명을 위한 대규모 전당대회를 열 예정이었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가 가팔라지자 전격 취소하고 노스캐롤라이나주 샬럿으로 전대 장소를 바꿔 열기로 했다. 다만 후보 수락 연설은 다른 곳에서 할 것이란 관측이 많았다. 그의 구상이 즉흥적 제안은 아닌 것 같다. 일간 워싱턴포스트는 이미 전날 “대통령이 백악관 사우스론에서 수락 연설을 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곧장 윤리 전문가들의 비판이 제기됐다. 월터 샤우브 전 미 정부윤리청(OGE) 청장은 CNN방송에 “정부 자원이 고위 공직자 입맛대로 사용되는 건 권위주의 국가에서나 일어나는 일”이라고 말했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 백악관 공직윤리 담당 변호사를 지낸 놈 아이슨도 “정부 자산과 시간, 인력을 노골적으로 착취하는 것”이라며 “자신을 둘러싼 법적 한도를 한계까지 밀어붙이거나 아예 넘어버리려는 트럼프의 큰 그림”이라고 지적했다.
위법 논란도 불거졌다. 공직자가 일과 시간에 정부 건물에서 관복을 입고 정치 행사에 참여하는 것을 금지한 ‘해치법(Hatch Act)’에 저촉된다는 것이다. 트럼프는 “대통령은 해치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고 주장했지만, 그렇다 쳐도 백악관 직원들의 처벌 가능성은 간과한 이기적인 생각이라고 전문가들은 꼬집었다.
정치권도 부정적 반응 일색이다. 민주당을 이끄는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일축했다. 펠로시 의장은 “의회에서는 정치적 행사를 하지 않는다”며 “마찬가지로 백악관에서도 할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공화당 2인자인 존 튠 상원 원내총무 역시 관련 질문에 “합법적인가”라고 되물은 뒤 “가능한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코로나19 변수 탓에 대선 분위기를 띄울 전대 일정에 타격을 입은 건 민주당도 마찬가지다. CNN 등은 이날 캠프 관계자를 인용,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이 17~20일 위스콘신주 밀워키에서 열리는 전대 현장에 불참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대신 고향인 델라웨어주에서 후보 지명 수락 연설을 한다는 계획이다. 초미의 관심사인 부통령 후보 윤곽도 드러나고 있다. 인터넷매체 악시오스는 바이든 전 부통령과 가까운 인사 12명을 취재한 뒤 “카멀라 해리스 상원의원과 수전 라이스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2파전으로 압축된 분위기”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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