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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자사업 닮은 뉴딜펀드… 국민 재테크냐, 세금낭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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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자사업 닮은 뉴딜펀드… 국민 재테크냐, 세금낭비냐

입력
2020.08.07 04:30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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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찬(가운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정지원(맨 왼쪽) 한국거래소 이사장과 5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서울사무소에서 K뉴딜위원회 뉴딜펀드 현장간담회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해찬(가운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정지원(맨 왼쪽) 한국거래소 이사장과 5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서울사무소에서 K뉴딜위원회 뉴딜펀드 현장간담회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추진하는 '한국판 뉴딜' 사업에 개인의 자산이나 퇴직연금을 투자할 수 있게 하겠다는 이른바 '뉴딜펀드'가 구체화되고 있다. 도로ㆍ철도 등 공공 인프라 구축에 민간 자본을 이용하는 현재의 '민자사업'과 언뜻 유사한 방식이다. 개인 투자금을 모집하고 주식시장 상장 방안도 나온다는 점에서 현재 코스피 시장에서 거래중인 맥쿼리인프라와 비슷한 모습을 띨 가능성이 높다.

특히 여당은 민간의 투자금를 끌어들이기 위해 '수익성 보장' 카드를 내밀고 있는데, 자칫 국가 재정 낭비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뉴딜펀드 개념은?

6일 정부와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전날 당정이 개최한 '뉴딜펀드 정책간담회'에서는 우리자산운용이 구상중인 인프라펀드가 뉴딜펀드의 사업 모델로 소개됐다.

이는 정부의 한국판 뉴딜 사업인 데이터 댐, 그린스마트 스쿨 등 인프라 구축 사업에 국민이 투자하는 방식이다. 현재도 철도, 공항, 도로 등 인프라 건설에 민자사업 방식이 활용되고 있는데, 뉴딜 펀드는 이 범위를 대폭 넓히는 셈이다.

가령 인터넷기업이 5,000억원 규모 데이터센터를 조성한다면, 사업자와 공공(정책금융기관 등)이 10~15%씩을 부담하고 나머지 70% 자금은 개인 투자금이나 퇴직연금 등으로 조성한 펀드에서 조달하는 것이다.

이 때 펀드 투자자들은 데이터센터의 지분을 사는 대신, 약정 수익을 돌려주는 대출 형태(채권)로 투자한다. 손실이 발생해도 공공이 먼저 손해를 떠안는 '후순위 투자자'로 참여해 일반 투자자를 보호한다. 정부가 앞서 선보였던 성장사다리펀드나 출범 준비중인 플랜트ㆍ인프라ㆍ스마트시티(PIS) 펀드와 유사한 구조다.

또 투자자의 환금성을 보장하기 위해 증시에 상장해 언제든 펀드를 사고 팔게 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현재 상장 주식인 맥쿼리인프라의 경우 각종 민자사업에 투자한 인프라펀드 13개를 조합해 위험을 줄이고 수익성을 높이는 방식으로 설계됐다.

뉴딜펀드의 예상 구조

뉴딜펀드의 예상 구조


수익률 3%? 세금으로 보장?

하지만 정부의 '수익 보장' 약속에는 시장의 우려가 적지 않다. 업계 일각에서 수익 보장 방법으로 '최소운영수입보장제도(MRG)'까지 언급하고 있기 때문이다. 민간투자자 수익을 보장하기 위해 일정 한도까지 정부가 위험을 부담하는 방식인데, "세금으로 해외 투자자 배만 불린다"는 지적에 2009년 폐지된 제도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는 “수익률 보장은 사업 수익성이 악화되면 재정을 투입할 수 있다는 의미”라며 “펀드라는 이름을 쓰고 있지만 정부가 보증하기 때문에 사실상 국채를 추가로 발행하는 것과 다름 없고, 국책은행 등 정책자금까지 들어갈 경우 사실상의 채권 발행인 셈”이라고 지적했다.

정부도 수익률 보장에는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우리자산운용이 예시했던 '3% 수익률'이나 'MRG 검토' 등은 여당이나 업계 일각의 아이디어일 뿐 아직 정부의 방안은 아니라는 것이다.

공모로 자금을 모집할 경우, 재정으로 손실을 메운다면 자본시장법 위반 소지도 있다. 자본시장법은 펀드 등 금융투자상품을 팔 때 '손실 보전 약속'을 금지한다.

엇갈리는 기대와 우려

당정은 뉴딜펀드를 통해 부동산에 쏠리는 자금을 생산적 투자로 끌어와 ‘과잉 유동성’ 문제를 완화하겠다는 의도를 숨기지 않는다. 다만 시중 부동자금은 대부분 단기 고수익을 추구하는 반면 뉴딜 사업은 중장기ㆍ공익 성격이 강해 수익률도 낮다.

이를 감안한 보완장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병윤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시중 자금 유인을 위해서는 공공자금을 우선 손실 자본으로 활용하고 민간 자금에는 세제혜택을 줄 필요가 있다"며 "정부의 비용 부담은 생기지만 경기 회복과 경제체질 변화에 대응력을 높일 수 있다면 부담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펀드 조성 과정에 민간 금융사 자금이 동원될 우려도 적지 않다. 금융권 관계자는 "그간 정부 주도 펀드가 만들어질 때마다 흥행을 위해 금융사의 팔을 비틀어왔는데, 이번에도 곧 '고지서'를 내밀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권에서는 3% 안팎의 수익률과 세제혜택까지 주어질 경우 안정성과 수익률을 모두 갖춘 '국민 재테크' 상품으로 자리잡을 것이란 기대도 나온다. 특히 퇴직연금을 뉴딜펀드로 유입시키면 저조한 퇴직연금 수익률도 높일 수 있다.

최현만 금융투자협회 부회장은 "현재 퇴직연금은 확정급여(DB) 형태에 대부분 쏠려 있어 저금리 시대에는 수익률을 내기 힘든 구조"라며 "뉴딜펀드가 수익성 개선을 위한 대안이 될 수 있다"고 기대했다.

세종 = 박세인 기자
허경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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