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물폭탄' 맞은 날, 지각 속출에 사고 위험까지 'K직장인' 출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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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물폭탄' 맞은 날, 지각 속출에 사고 위험까지 'K직장인' 출근길

입력
2020.08.06 13:08
수정
2020.08.07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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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 기다리다 지하철역 갔지만 만원...다시 버스로?
직장·어린이집 온가족 지각...일산→강남역 3시간 걸려

서울 은평구의 한 정류장 실시간 버스도착정보에 6일 오전 8시 30분쯤에도 버스들이 차고지에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독자제보

'752번 차고지, 7019번 차고지, 7025번 차고지…'

서울 은평구에 거주하는 이모(33) 씨는 6일 아침 폭우를 우려해 평소보다 30분 이른 오전 7시 30분쯤 출근길에 나섰지만 정류장에 도착하자마자 당황했다. 배차 간격이 3분이었던 버스가 차고지에서 나오지 않은 상태였기 때문이다. 평소 타던 버스 말고도 많은 버스가 차고지에 있었다. 기다리다 안 되겠다 싶어 30분 거리를 걸어 지하철을 타려 했지만, 도착해보니 지하철역도 사람들로 꽉 차 있었다.

결국 평소 타지 않는 다른 버스를 두번 갈아타고서야 출근 시간이 지난 오전 9시20분쯤 중구에 있는 사무실에 도착할 수 있었다. 결론은 지각! 이씨는 "평소 1시간이면 넉넉한 거리인데 2시간이 걸렸다"며 "버스 기사에게 사람들이 '왜 이런 것이냐' 묻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씨가 평소 이용하는 노선을 운행하는 현대교통 측에서는 이날 한국일보 통화에서 "차고지에서 먼저 나간 차가 복귀해야 다음 차가 나갈 수 있는데 도로 곳곳이 통제되면서 1시간 넘게 돌아오지 못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 여의도 여의2교를 지나며 바라본 6일 오전 올림픽대로의 모습. 폭우로 인한 도로통제로 평소와 달리 차량을 찾아볼 수 없다. 독자제보

밤 사이 내린 폭우와 상류 댐의 대량 방류로 인해 한강 수위가 높아진 이날 서울 시민들은 교통대란을 겪어야 했다. 서울의 주요 도로에서 교통통제 이뤄지면서 차량들이 우회도로로 몰려 출근길 대란이 빚어진 것이다. 이날 새벽 강변북로와 동부간선도로, 내부순환도로 등의 양방향 전구간이 통제됐으며 올림픽대로는 전날 저녁부터 통제됐다.

자차를 이용해 서울 강서구에서 여의도로 출근하는 국회 보좌진 박모(37)씨도 평소 출발 시각인 오전 7시30분보다 일찍 집을 나섰으나 올림픽 대로가 통제되면서 눈 앞이 하얘졌다. 다닐 수 있는 도로는 제한이 돼 있고 여러 방향에서 차량이 쏠리면서 꽉 막혀 버렸다. 결국 평소 40분이면 도착하는 거리를 2시간 40분이 걸렸다. 내비게이션을 확인했더니 평소 18㎞ 정도였던 주행 거리는 30㎞를 넘어섰다.

특히 박씨는 "국회 어린이집에 다니는 아이도 함께 데리고 갔는데 2시간 이상 버티다 도착 10분을 남기고 카 시트에서 눈이 감겨 잠든 채로 등원했다. 지각하는 바람에 오전 간식도 못 먹였다"며 "평소 오전 8시20분 전후로 도착해 옷도 갈아입히고 머리도 만져줬는데..."라고 안타까워 했다. 그는 "심지어 아내는 출근지가 보라매역 부근이라 오늘은 시간이 너무 안 맞아 결국 중간에 내려 마을버스를 타고 출근했다"고 전했다.

경기 일산에서 강남역 사무실로 출근하는 송모(45) 씨도 집중호우로 도로사정이 좋지 않다는 소식을 접하고는 오전 6시쯤 일찍 집을 나섰다. 보통 강변북로나 올림픽대로를 이용했으나 도로가 통제되면서 '행신-수색-신촌-종로-남산1호터널-한남대교-강남'으로 이어지는 길로 돌아가기로 결심했지만 그 여정은 순탄치 않았다.

송씨는 "신촌까지 가는데만 1시간이 걸렸다"며 "정체가 심한 남산터널 부근에서 화장실이 가고 싶어지면 큰일이라, 중간에 비상등을 켜놓고 화장실을 이용하기 위해 일부러 커피숍에서 음료를 사고 볼 일을 보는 등 만반의 준비까지 했다"고 털어놨다. 우여곡절 끝에 그가 사무실에 도착한 것은 오전 9시가 넘어서였다. 평소 1시간여 걸리는 거리에 무려 3시간이 걸린 것이다. 송씨는 "3시간이면 평상시 본가가 있는 강원 동해를 갈 수 있는 시간"이라고 덧붙였다.

서울 여의도 여의2교를 지나며 바라본 침수된 올림픽대로의 모습. 독자제보

용산구에서 중구로 출근하는 이모(29) 씨는 통근길에 생명의 위협을 느끼기도 했다. 오전 5시30분쯤 택시에 오른 그는 그제서야 재난문자 경고가 실감 났다고 한다. 조심스레 운행해도 가속이 붙는데다, 의도치 않게 차선을 넘어가 마주 오는 차와 사고가 날 뻔 하기도 했다. 이씨는 "내리치는 폭우에 와이퍼는 무용지물이었고, 쉴새없이 빗물이 흐르는 차창에 차선조차 분간이 가지 않았다"고 말했다.

남산순환도로를 지나는 도중 기사는 "산사태라도 일어나면 큰 일", "물이 튀어 엔진에 들어가면 고장이 나는데 물웅덩이가 가장 무섭다" 등 불안한 마음을 숨기지 않았다. 이씨는 "'어느 정도 위험해야 운행을 중단하느냐'고 물었더니 기사가 '택시가 없으면 서울시민들은 어떡하나, 우리는 서울시민의 발이니 아예 차가 못 다닐 정도가 아니면 운행한다'고 하더라"며 아찔한 출근길을 전했다.

온라인에서는 '역대급 폭우'라는 글과 함께 출근 상황을 담은 사진을 공유하며 상황을 토로하는 시민이 많았다. 한 누리꾼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오늘 출근길에 세빛둥둥섬은 정말 둥둥 떠있었고 한강공원은 다 잠겼다"며 "올림픽대로와 강변북로 다 막혀서 돌고돌아 한 시간 반만에 출근해 대왕지각"(ha****)이라고 썼다. "평소 20분 걸리던 출근길이 1시간10분 걸렸다"(ai****) "오늘 차량사고와 도로통제 때문에 3시간 넘게 걸려서 출근했더니 벌써 너무 힘들다"(mi****) 는 등의 반응도 나왔다.

이날 한강 본류에는 9년 만에 홍수주의보가 내렸다. 오후 2시 40분쯤 한강대교 지점 수위가 8.73m를 기록하며 홍수주의보의 기준이 되는 8.5m의 주의 수준을 넘었다. 이에 서울시는 11개 한강공원에 대해 진입을 전면 통제했다.


이유지 기자
류호 기자
김예슬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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