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전에 뜻있는 전국의 교사들과 함께 모여 교원단체 실천교육교사모임을 만들었다. 이 일에 직간접으로 관여한 나는 어쩌다 초대 회장을 맡았다. 매사에 즉흥적인 나도 단체의 임원을 맡은 이상 그렇게 살 수는 없었다. 연초에 회원총회에서 연수, 출판, 콘텐츠 개발, 교사모임 지원, 교육정책 연구 및 개발 등의 내용이 포함된 사업 계획을 의결하고 착실히 이행했다. 갑작스러운 재난 상황에는 성금을 모아 전달하기도 했다. 회원 모두에게 명함을 만들어 보낼 때 명함 하단에 좌우명을 새기도록 안내했는데 내 명함 하단에는 '대한민국 교원단체의 새로운 지평을 열겠습니다'라는 다짐을 적었다.
문제는 아무리 노력해도 교원단체로 등록할 수 없었다. 1997년 옛교육법을 폐기하고 교육기본법으로 새롭게 재편하며 기존에 존재하던 한국교총을 교원단체로 인정하고 새로운 교원단체의 조직에 관한 사항을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했는데 정부가 그 일을 지금까지 하지 않아서 생긴 일이다. 이 같은 행정입법부작위는 당연히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한다. 이를 해결해 달라고 청와대 국민청원, 감사원 공익감사 청구 등으로 여론을 움직인 결과 그제야 교육부가 시행령을 마련하기 위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러나 기존 교원단체는 새로운 교원단체가 만들어지는 것을 반기지 않았다. 한국교총은 미래통합당 김병욱 의원 등을 움직여 새로운 법안을 만들었다. 정당법에 따르면 정당은 1,000명 이상의 당원을 모아 시도당을 만들고, 시도당 5개를 모아 중앙선관위에 정당 등록을 할 수 있다. 그런데 '교원단체 설립·운영에 관한 법'안에 따르면 교원단체는 시도 교원 10분의 1 이상의 회원을 확보해 시도교육청에 설립 신고하고, 이 조건을 갖춘 시도교원단체 10개 이상을 모아 교육부에 교원단체 등록을 할 수 있도록 했다. 정당보다 만들기 어려운 교원단체라니…
'교원단체의 난립을 막기 위해 설립 요건을 까다롭게 해야 한다'는 논리는 궁색하기 그지없다. 교원노조도 2명 이상의 교사만 있으면 만들 수 있는데 30년 교원노조 역사 속에서 교원노조가 난립했던가? 문제는 난립이 아니라 독점에 있다. '교원단체를 관리하기 어렵다'는 논리도 시대착오적인 발상이다. 교육기본법은 교원단체(제15조),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제17조)를 교육당사자의 한 축으로 각각 밝히고 있다. 즉 교원단체는 관리의 대상이 아니라 협력의 대상임을 알아야 한다. '교섭·협의에 따른 행정력 낭비가 부담이다'라는 논리도 기우일 뿐이다. 교육부는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해 6개 교원단체와 간담회, 정책협의 등을 해 오고 있다. 이 과정에 어떤 문제도 없었다. 오히려 교육 현장의 의견이 폭넓게 수렴되어 정책 결정에 반영되는 순기능으로만 작용하고 있다.
정작 중요한 문제는 이 단체들 모두에게 법적인 이름을 불러주지 못하는 데 있다. 6개 교원단체 가운데 교사노조연맹, 한국교총만이 법정 교원단체다. 나머지 단체들 중 새로운학교네트워크, 실천교육교사모임, 좋은교사운동은 교원단체 시행령 미비를 이유로 법외에 있고,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고용노동부의 노조 아님 통보로 법외에 있다. 출석부에 올리지 않고 학생을 학교에 다니게 할 수 없다. 그런데 교육부는 이 상황을 그대로 둔 채 매번 간담회에 오라고 부른다. 서럽다. 언제까지 이 단체들을 법외로 둘 것인가?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