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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시대에 각광받는 멘델스존의 '이탈리아',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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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시대에 각광받는 멘델스존의 '이탈리아', 왜?

입력
2020.08.07 04:30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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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멘델스존은 이탈리아 로마를 여행한 뒤 교향곡 4번을 작곡했다. 게티이미지뱅크

청년 멘델스존은 이탈리아 로마를 여행한 뒤 교향곡 4번을 작곡했다. 게티이미지뱅크


국내 주요 오케스트라 3곳이 펠릭스 멘델스존에 꽂혔다. 그것도 하나 같이 교향곡 4번 '이탈리아'를 골랐다는 점이 이채롭다. 사실 베토벤이나 모차르트에 비해 멘델스존의 교향곡은 만나기 쉽지 않다. 그럼에도 왜 하필 멘델스존, 그것도 교향곡 4번이었을까.

6일 공연을 앞둔 경기필하모닉오케스트라(7일 경기아트센터ㆍ8일 예술의전당), 함신익과심포니송오케스트라(20일 롯데콘서트홀), 서울시립교향악단(27일 예술의전당) 지휘자들에게 이유를 물어봤다.

교향곡 4번은 1833년 20대의 멘델스존이 이탈리아 여행 때 느낀 점을 음악으로 표현한 곡이다. 교향곡 3번 '스코틀랜드'와 함께 여행스케치 같은 느낌이 드는 작품으로 꼽힌다.


마시모 자네티 경기필하모닉오케스트라 예술감독. 경기필 제공

마시모 자네티 경기필하모닉오케스트라 예술감독. 경기필 제공


우선 코로나19 사태 영향이다. 방역 차원에서 무대 인원을 최대한 줄여야 한다. 멘델스존 4번은 40여명 소규모 연주자들로 폭발적인 선율을 끌어낼 수 있는 곡으로 꼽힌다. 마시모 자네티 경기필 예술감독은 "예술의전당 교향악축제에서 원래 드뷔시의 '바다'를 연주할 생각이었지만 편성을 줄였다"고 말했다. 함신익 심포니송 감독도 "버르토크의 작품을 하려던 계획을 수정해 무대 인원을 조정할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오스모 벤스케 서울시향 음악감독 역시 "무대 위 거리두기가 가능한 프로그램으로 변경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함신익 심포니송오케스트라 감독. 함신익과심포니송 제공

함신익 심포니송오케스트라 감독. 함신익과심포니송 제공


바이러스로 축처진 사회 분위기를 산뜻하게 만드는 효과도 있다. 다른 교향곡과 달리 '이탈리아'는 1악장부터 느린 도입부 없이 강렬하고 빠르게 시작한다. 도저히 졸릴 틈이 없다. 함 감독은 "밝고 환한 조성인 A장조를 택한 이 곡은 이탈리아 남부의 푸른 하늘과 태양을 연상시킨다"고 설명했다. 벤스케 감독도 "노래와 춤곡 선율이 가득한 곡이라 오케스트라의 기교가 두드러지면서 듣는 사람을 미소 짓게 만드는 에너지가 있다"고 말했다.

특히 이탈리아의 빠른 춤곡인 살타렐로(Saltarello)풍의 4악장은 4번 교향곡의 진수라는 평가다. 멘델스존 스스로도 "마지막 악장은 내가 만든 작품 중 가장 아름다운 노래"라 했을 정도다. 함 감독은 "멘델스존의 다른 작품들이 다소 점잖다면 '이탈리아'의 4악장에선 마치 독거미에 물려 미친 사람이 춤 추는 것 같은 격정을 느낄 수 있다"고 했다.


오스모 벤스케 서울시향 음악감독. 서울시향 제공

오스모 벤스케 서울시향 음악감독. 서울시향 제공


교향곡 4번은 이탈리아 출신인 자네티 감독에게 더 특별한 작품이다. 그는 "멘델스존은 지적인 방식으로 장소에 깃든 정신을 묘사했는데, 지중해의 공기와 향기, 색깔 등 우리가 넓은 의미로 '문화'라고 부를 수 있는 모든 요소를 잘 포착했다"고 말했다. 특히 "이 노래는 마냥 해와 빛을 찬양하는 데 그치지 않고, 어둠과 그림자가 존재하는 현실의 삶을 부드럽게 폭력적이지 않은 방식으로 그려냈다"고 극찬했다.

실제로 '이탈리아'는 장조로 시작해 4악장에서 돌연 단조로 바뀐다. 자네티 감독은 이걸 현 시대에 던지는 작은 경고로 봤다. "코로나19로 그 어떤 것도 예전과 같을 수 없어요. 우리 모두는 조금 더 조심스럽고 서로를 존중하는 삶을 살아야 합니다."

장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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