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환자에게 피살당한 신경정신과 병원. 사고 직후 병원이 무기한 휴업에 돌입한 상태다. 김영훈 기자
부산 정신과 의원에서 입원 환자가 의사를 흉기로 찔러 살해한 사건은 계획적 살인일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피의자인 환자가 범행 전날 병원을 빠져나가 흉기와 인화성 물질 등을 구입한 사실이 밝혀지면서다.
부산 북부경찰서는 6일 부산 북구 화명동에 있는 신경정신과병원 진료실에서 진료를 보던 의사 김모(60)씨를 찔러 숨지게 한 60대 남성 A씨를 긴급 체포해 이틀째 조사를 벌이고 있다. 사고가 발생한 정신과는 김 원장 혼자 운영하는 6개 병실의 소규모 병원으로, A씨는 지난 6월부터 조울증으로 입원해 치료 중이었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전날 오전 9시25분쯤 품속에 30cm의 식칼을 숨긴 채 김 원장 진료실 문을 두드렸다. 당시 문 앞에 있던 간호사 B씨는 A씨가 “원장님에게 진료를 받기 위해 들어가려고 한다”는 말을 듣고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고 한다. A씨는 진료실에 들어가자마자 김 원장에게 흉기를 휘둘렀고, B씨의 신고로 출동한 구급대가 김 원장을 양산부산대병원으로 옮겼으나 끝내 숨지고 말았다. 김 원장의 가슴과 복부에 십여 차례 흉기를 휘두른 A씨는 범행 직후 진료실을 빠져나와 휘발유를 병실에 뿌리고 창문을 깨는 등 소란을 피우다가 출동한 경찰에 체포됐다.
경찰 조사 결과 A씨는 “병원 퇴원 문제로 김씨에게 불만을 품고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한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관계자는 “1급 기초생활수급자인 A씨의 주민등록지가 입원한 병원으로 기록돼 있었다”면서 “입원비를 면제받고 있는 A씨 입장에서 퇴원지시는 집을 나가라는 것과 마찬가지였을 것”이라고 말했다.
병원 입퇴원 기록에 따르면 A씨는 지난 7월 31일 퇴원수속이 이뤄졌다. A씨는 입원하고 있는 동안 의료진의 만류에도 수 차례 담배를 피우고 처방 약을 복용하지 않는 등 병원 규칙을 지키지 않아 병원 측과 갈등을 빚었다. A씨는 지난달 31일 퇴원 지시를 받고도 “머물 곳을 알아보기 위해 주말만 있게 해달라”면서 호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북부경찰서. 홈페이지 캡쳐
경찰은 주말 이후 병원 측에서 퇴원을 종용하자 A씨가 불만을 품고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특히 A씨가 범행을 저지르기 하루 전 7시간 동안 외출을 하면서 범행 도구를 구입한 사실에 주목하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4일 오전 9시 등산가방을 멘 상태로 병원을 빠져나가 오전 10시쯤 시내 한 상점에서 흉기를 구입했다. 이후 A씨는 노점에서 휘발유까지 사서 가방에 넣고 태연하게 병원으로 돌아왔다.
경찰은 6일 A씨를 살해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할 계획이다. 경찰 관계자는 “참고인 조사가 마무리되는 대로 A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할 계획”이라며 “A씨의 진술 등을 토대로 조현병을 앓는 환자는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부산 금정구 동래한서요양병원 장례식장에 차려진 빈소에는 동료 의사들의 조문 발길이 이어졌다. 30년 가까이 의료계에서 종사한 김 원장이 개원을 한 것은 채 1년 밖에 되지 않았다. 개원하기 전에는 경주 내남면의 중증 장애인거주시설인 경주푸른마을에서 14년 동안 월급의사로 활동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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