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를 내리더라도 시중은행들은 별다른 손해를 보지 않는다는 국책연구기관의 분석이 나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사상 최저(연 0.5%)까지 내려간 기준금리를 더 인하해도 은행 이익 감소에 따른 금융시장 불안을 우려할 필요는 없다는 의미다.
황순주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금리인하가 은행 수익성과 금융안정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를 5일 발표했다. 보고서는 2002~2019년 은행 단위 패널자료를 토대로 콜금리 변화에 따른 △예금금리 △대출금리 △순이자마진의 변화를 추적했다. 콜금리는 기준금리와 사실상 동일한 수준을 유지한다는 점에서 분석 대상이 됐다.
분석 결과, 콜금리가 1%포인트 상승할 때 예금금리는 0.53%포인트, 대출금리는 0.58%포인트 인상되는데 그쳤다. 은행 수익성의 핵심이 되는 순이자마진(대출금리-예금금리) 상승률은 0.05%포인트에 불과한 것이다. 이는 콜금리가 하락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기준금리 인하에 따른 은행 수익성 감소는 통계적으로 의미가 없는 수준이었다.
구체적으로 올해 1분기 기준 한국 예금은행들의 총대출이 약 1,750조원인 점을 감안하면, 기준금리가 1%포인트 하락할 때 은행들의 손실액은 9,000억원에 불과한 것으로 분석됐다. 이대로라면, 한국은행이 현재 기준금리(0.5%)를 0%로 낮출 경우에도 순이자마진 감소액은 4,500억원에 그친다.
황 연구위원은 "4,500억원 감소는 다른 조건을 다 통제한 숫자"라며 "금리가 내려가면 대출이 늘어나기 때문에 총 이익은 늘어나게 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보고서는 기준금리 인하가 은행 순이익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이유로 국내 은행들의 시장 지배력을 꼽았다. 기준금리가 내려도 은행 입장에서는 예금이 적게 들어올 걱정이 없어 예금금리를 조금만 인하해도 된다는 의미다. 또 시장 지배력이 강한 은행들은 장기대출의 비중이 높아 대출금리 변화에도 덜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황 연구위원은 "예금금리와 대출금리 모두 기준금리에 대한 민감도가 낮고, 거의 1 대 1 비율로 움직이기 때문에 은행의 수익성에는 큰 변화가 없다"면서 "기준금리를 결정할 때 은행 수익성 악화에 따른 금융불안 가능성을 고려할 필요는 없다"고 설명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