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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를 상처내는 '갑질'민원인

입력
2020.08.06 06:00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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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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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은 갑질 공화국이다. 재벌가 자제의 갑질에 고개를 설레설레 흔드는 평범한 사람들도 각자의 삶의 영역에서 크고 작은 갑질을 일삼는 곳이 한국이다. 공무원이라고 예외는 아니다. 불과 한 세대 전만 해도 동사무소에서 등본 하나 떼려 해도 담뱃값이나 하라고 급행료를 밀어 넣어 줘야 하고 신호 위반 단속에 걸리면 면허증 뒤에 5,000원 짜리 한 장 접어서 건네야 했던 나라에서 이젠 민원인이 공무원을 대상으로 갑질하는 나라로 바뀌었다.

언론학자 강준만은 갑질공화국이 된 이유를 ‘낮은 서열의 사람을 모욕하는 걸 자기 존재 증명으로 삼고 모욕의 강도를 높여 가는 걸 자신의 위계가 올라가는 것과 동일시하는 사람이 너무 많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하지만 공무원에 대한 갑질 문제는 공권력의 약화, 무질서의 용인, 정치인의 공무원 흔들기가 그 근저에 깔려 있다.

최근 긴급생계지원금을 더 달라며 공무원을 폭행해 기절까지 시키는 일이 발생했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민원인이 공무원에 위해를 가하는 사례는 증가 추세(2019년 3만8,054건ㆍ전년대비 +11%)에 있지만 특이민원 등에 대한 고소?고발은 0.1% 불과했다(2016년). 99.9%는 그냥 참는 것 말고 방법이 없다는 뜻이다.

하지만 이들의 아픔은 사회 전체에 엄청난 비용으로 다가온다. 공무원은 치안, 안전, 국방, 사회복지 등 사회 구성원 모두가 누리고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람들이다. 특정 지역, 계층, 연령, 성별에 국한되지 않고 전 국민에게 파급력이 미치다 보니 양질의 서비스를 안정적으로 지급하기 위해 국가는 세금으로 급여를 지급하고 평생고용과 연금을 약속하며 신분을 헌법을 통해 보장하는 것이다.

갑질민원은 피해자의 육체와 영혼을 병들게 하고 국민 전체에게 돌아가야 할 행정 자원이 갑질하는 사람에게 과도히 소모되기에 범죄다. 그 영향으로 인해 공무원 사회 전체가 신음하게 되면 서비스를 제공받아야 할 다른 시민들에게 그 피해가 고스란히 전이될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이를 방지하기 위한 처방도 강구되고 있다. 당장 악질 민원인을 제지할 수단이 마땅찮은 상황에서 안전과도 직결된 대책은 빠를수록 좋다. 그러나 막상 날아오는 주먹을 덜 아프게 맞거나 운 좋게 피하는 방법은 있지만 정작 주먹을 못 날리게 하는 방법은 빠져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먼저 공무원 대상 갑질이 국민 전체를 향한 갑질이라는 공감대를 형성해야 한다. 공무원은 국민이 임명한 일꾼이자 나와 같은 권리를 누릴 자격이 있는 동료 시민이고, 나를 대신해 궂은 일을 맡아줌으로써 소중한 일상을 영위할 수 있다는 사실을 학교와 가정, 나아가 사회와 국가 차원에서 정확히 인식되어야 한다. 내가 낸 세금으로 먹고 살기에 하인처럼 부려도 된다는 마인드는 상당부분 교육의 부재에서 기인한다. 물론 '강력한 처벌'은 당연한 수순이다.

민원(民願)은 주민이 행정기관에 대하여 원하는 바를 요구하는 일이라는 뜻이다. 공무원 대상 갑질을 이대로 방치하면 정상적인 민원은 뒷전으로 밀린 채 자신의 원망을 호소하는 민원(民怨)만이 난무할지 모른다. 나를 위해 일하는 공무원을 일부 몰지각한 갑질민원인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합리와 상식을 바탕으로 한 대책이 시급하다. 질서와 공권력의 제자리 찾기, 사회?정치적 지도층의 언행과 인식의 대전환이 절실하다. 지금 이 순간에도 공무원들은 참고 있다.



이근면 전 인사혁신처장ㆍ성균관대 특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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