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현지시간)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에서 4,000명이 넘는 사상자를 낸 폭발 참사는 '질산암모늄'이 매개로 지목되고 있다. 어떤 화학물질보다 인화성은 큰데, 수천톤이나 폭발 장소에 보관돼 있던 것으로 밝혀져 피해가 엄청날 수밖에 없었다는 분석이다.
하산 디아브 레바논 총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폭발이 발생한 베이루트 항구 창고에 약 2,750톤의 질산암모늄이 있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실온에서 백색 결정의 고체 상태인 질산암모늄은 흔히 농업용 고질소 비료 재료로 쓰인다.
문제는 질산암모늄이 화염이나 다른 발화원과 접촉하면 심하게 폭발한다는 점이다. 이 화합물이 화약 등 무기제조의 기본 원료로 사용되는 이유다. 질산암모늄 1㎏은 강력 폭약인 TNT 0.42㎏과 맞먹는 폭발력을 지닌다. 정부 발표대로 베이루트 항구에 2,750톤의 질산암모늄이 있었고 이것이 폭발했다면 TNT 1,155톤에 해당하는 폭발물이 터진 셈이다. 이는 1960년대 초 미국에서 생산됐던 초소형 핵탄두 W54와 맞먹는 위력이다. W54는 TNT 10~1,000톤의 폭발력을 가진 것으로 평가된다.
역사상 가장 유명한 질산암모늄 폭발사고는 1947년 4월 16일 미 텍사스주(州) 텍사스시티 항구에서 일어났다. 당시 프랑스 선사 소유의 컨테이너선 '그랜드캠프'가 적재하고 있던 2,300톤의 질산암모늄이 터져 최대 600명이 사망하고 3,500명이 다쳤다. 심지어 불똥이 인근 정유시설로 튀면서 몬산토 소유의 화약물질 저장 시설까지 연쇄 폭발, 현장에 있던 234명이 추가 사망하고 인근 가옥 500여채가 불에 탔다.
질산암모늄은 비료로 쓰이는 탓에 손쉽게 구할 수 있어 테러리스트들이 가장 선호하는 폭탄 원료이기도 하다. 168명의 목숨을 앗아간 1995년 미 오클라호마 연방정부 건물 폭파 사건에 2.5톤의 질산암모늄이 쓰였고, 2002년 인도네시아 발리 폭탄 테러에도 질산암모늄 폭탄이 사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2004년 4월 북한 용천역에서 벌어진 대형참사도 질산암모늄 비료를 실은 화물열차가 폭발해 일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