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화제가 된 윤석열 검찰총장의 신임검사 신고식 발언 가운데 윤 총장이 가장 강조하려고 했던 단어 중 하나는 '설득'이었다. 지난 주말 내내 작성한 뒤 신고식 직전까지 퇴고를 거듭한 신고식 인사말에서, 윤 총장은 '설득'이라는 단어를 7번이나 반복하며 강조했다.
그는 "어찌 보면 검사의 업무는 끊임없는 설득의 과정이라 할 수 있다"고 했다. 증거로 동료와 상급자를 설득해 기소 처분을 내리고, 법원을 설득해 유죄를 이끌어 내는 것이 검사의 일이라는 것이다.
이 같은 발언은 외견상으로는 초임 검사가 가져야 할 일반적 자세를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사실 이날 발언은 자타공인 최고의 '특별수사통’인 윤 총장이 과거 작성한 수사실무 교본 ‘검찰수사 실무전범’에 등장하는 내용이었다. 그는 논산지청장으로 일하던 2008년 대검찰청의 요청으로 교본 집필에 참여했다. 특별수사에서 유의해야 할 것들을 정리해 달라는 요청이었는데, 그때도 그가 강조한 것은 설득과 소통이었다.
윤 총장은 이 교본에서 "특별수사는 끊임없는 설득의 과정, 커뮤니케이션의 과정"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검사는 검찰 수뇌부를 납득시켜 자신의 의사가 검찰 조직의 의사가 되도록 하고, 법원을 납득시켜 자신의 의사가 검찰 조직의 의사를 넘어서 보편적 의사, 국가 의사가 되도록 하고, 언론을 통해 국민을 납득시킴으로써 자신의 의사가 국민의 의사가 되도록 해야 한다”고 적었다.
또 "특별수사 사건은 사회적 파급효과가 매우 크기 때문에 사안에 따라서는 어느 검사 개인의 판단으로 결정하기 어렵고 일선청 전체의 중지를 모아야 하는 경우도 있다"며 "지휘감독권자의 역할이 원활히 이뤄질 수 있도록 수사팀은 수사의 착수부터 각 국면마다 중요 현안에 관해 정확하고 상세한 상황보고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수사팀은 이러한 과정에서 소신 있는 의견 개진을 하되 그 과정을 거쳐 지휘감독권자가 내린 판단과 결정을 믿고 따라야 한다"고 적었다. 일부 표현은 달라졌지만, 교본의 주된 내용은 신임검사 신고식의 발언과 거의 동일하다.
신임 검사들 앞에서 검사의 기본 자세로 '설득'을 강조한 것은, 최근 검언유착 의혹 수사를 둘러싼 내홍에서 이 같은 기본이 지켜지지 않았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검찰 내부에서는 이같은 윤 총장의 발언이 검언유착 수사팀에 대한 공개적 질타라는 평가도 나온다. 최선을 다해 조직을 설득해야 할 의무가 있던 수사팀이 오히려 대검 지휘부 회의에 불참하는 등 섣불리 설득을 포기해 버렸던 점을 꼬집었다는 것이다. 대검의 한 간부급 검사는 "중요한 수사일수록 상세하게 보고하며 지휘부를 설득하는 것이 수사의 기본"이라며 "총장의 발언은 소통에 최선을 다하지 않은 서울중앙지검에 대한 질책의 의미"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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