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위 10대 발병국 중 브라질ㆍ멕시코 등 5개
"빈곤율 높고 의료체계 열악... 통계보다 심각"
전 세계 대륙 가운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첫 환자 발생이 가장 늦었던 중남미 대륙의 상황이 악화일로다. 누적 확진자가 500만명을 넘어서면서 확진자 상위 10개국 중 절반을 차지할 정도다. 급기야 이동식 화장시설까지 등장했다.
3일(현지시간) 통계사이트 월드오미터에 따르면 중남미ㆍ카리브해 국가들의 총 누적 확진자는 이날을 기해 500만명을 넘었다. 전 세계 누적 확진자(1,844만8,000명) 4명 중 1명 이상이다. 중남미 확진자의 절반 이상은 브라질(275만명)에서 나왔고, 멕시코(44만3,800명)ㆍ페루(43만3,100명)ㆍ칠레(36만1,500명)ㆍ콜롬비아(32만7,900명) 등의 순이었다. 이들 5개국은 10대 발병국에 들어간다. 아르헨티나(20만6,800명)도 최근 급증 추세다. 20만명을 넘은 사망자 수가 전 세계(69만7,200여명)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확진자보다 더 심각하다.
중남미 지역의 심각한 확산세에 대해 전문가들은 대체로 높은 빈곤율과 열악한 의료시스템을 꼽는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원천적으로 불가능한 대도시 빈민가에선 코로나19의 효과적인 통제를 기대하는 것 자체가 사실상 불가능하고, 쿠바를 제외하고는 공공이든 민간이든 의료체계가 아프리카를 제외한 다른 대륙에 비해 상대적으로 훨씬 취약하다. 기존 장례시설이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사망자가 급증하자 현지 기업인과 공학자들이 이동식 화장시설까지 만든 볼리비아의 상황은 상징적이다.
브라질의 경우는 정치적 혼란이 코로나19 상황 악화의 요인일 수 있음을 보여준다. 초기부터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코로나19의 위험성을 경시한 반면 일부 지방정부들은 자체 봉쇄에 나섰지만 방역대책은 줄곧 혼선 그 자체였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결국 감염되기까지 했지만 업무 복귀 후 여전이 '노 마스크'를 고집해 논란이 되고 있다. 전체 장관 23명 중 확진자가 7명이나 되고 대통령 탄핵이 현재 진행중이란 점은 혼란스러운 방역 대책이 방치되는 또 다른 이유다.
더 심각한 건 공식통계보다 실제 상황은 더 나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로이터통신은 "중남미와 카리브해 전역에 걸쳐 1억명 이상이 빈민가에 살고 있으며 이들 중 대다수가 사회안전망이 거의 없는 분야에서 일하고 있다"고 전했다. 사실상 확진이나 사망 관련 통계에 잡히지 않는 사례가 부지기수일 것이란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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