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동안 경기침체로 속 쓰렸던 위스키 시장에 훈풍이 불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바(bar) 등 외부 주점이나 면세점 매출은 줄었지만 '집콕(외출 없이 실내 휴식)'족 증가와 더불어 가정용 위스키 판매량은 늘고 있어서다. 길어진 '집콕' 탓에 외식 못지 않게 완성도 높은 집밥을 찾는 '고급화' 추세가 술 소비 방식에까지 변화를 가져왔다는 분석이다.
4일 한국주류산업협회에 따르면 1월 766만6,000달러였던 위스키 수입액은 2월 709만달러로 7.5% 감소했지만, 3월 767만5,000달러로 반등한 이후 4월 795만5,000달러로 소폭 상승했다. 5월 771만4,000달러로 주춤하긴 했지만 6월 들어 1,171만8,000달러로 급증했다. 전월 대비 상승 폭이 51.9%다.
원인은 가정용 소비의 약진세에 있다. 이런 분석은 대형마트 위스키 판매 실적에서도 확인된다. 실제 홈플러스 1~5월 전체 위스키 판매량은 전년 동기보다 4.8% 늘었는데, 국내 브랜드 등을 제외하고 홈플러스가 직수입한 위스키 브랜드 판매량만 보면 증가 폭이 341%에 달한다. 롯데마트(3~7월)와 이마트(3~5월) 전체 위스키 판매량 역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30.2%, 30.7% 상승했다. 코로나19 여파에 유흥주점 집합금지 명령 등으로 급감한 위스키가 각 가정으로 스며든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이후 맥주나 와인은 매출이 빠지거나 신장률이 미미한 반면 고급 주종으로 분류되던 위스키가 대형마트에서 매출이 늘고 있는 건 이례적인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주류업계에선 이와 관련 외부 주점 방문을 꺼리는 추세에 혼술 문화가 자연스러운 일상으로 자리 잡은 데다, 맛과 풍미를 집에서 여유롭게 즐기고 싶은 수요가 반영됐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집에서도 럼이나 진, 위스키 등을 희석해서 즐기는 칵테일 문화가 인기를 끌며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하이볼(위스키에 소다수를 탄 음료) 만드는 법' 등이 유행처럼 번지는 경향 또한 2030세대의 위스키 시장 유입에 긍정적인 신호란 설명이다.
여기에 관련 기업들의 전략 변화도 위스키 판매량을 끌어올린 것으로 보인다. 현재 대형마트에선 면세점 판로가 막힌 위스키 업계와 협상을 통해 반입한 할인가 위스키 판매에 나서거나 국내에 잘 알려지진 않았지만 가성비 높은 해외 위스키의 직수입 판매로 소비자들을 유혹하고 있다.
홈플러스는 스코틀랜드에서 직접 수입한 글렌패런 시리즈를 글렌피딕, 맥켈란 등 유명 위스키(판매가 약 9만원)보다 훨씬 저렴한 2만원대에 판매 중이다. 롯데마트는 더 글렌리벳 등 고가 위스키 50% 할인판매 등을 진행했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유럽의 인기 위스키를 합리적인 가격으로 제공하기 위해 현지와 계속 소통하며 물량을 협상하고 있다"며 "연말에 추가 출시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위스키를 처음 접하는 소비자들의 진입 장벽을 낮추기 위해 보통 700㎖인 용량을 200㎖로 줄여 가격을 떨어뜨린 제품도 주목 받고 있다.
김현열 홈플러스 주류 바이어는 "판매가가 4,900원인 200㎖ 소용량 위스키도 판매 중이다"며 "혼술과 홈술(집에서 술을 즐기는 문화)이 확산되고 '부어라 마셔라'가 아닌 여유 있게 즐기고 음미하는 음주 문화로 위스키를 찾는 소비자들이 늘어나면서 기존보다 저렴하게 즐길 수 있는 상품을 다양하게 구비해 수요에 대응하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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