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을 만하면 "폐지"...왜 툭하면 서울대를 옮기자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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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을 만하면 "폐지"...왜 툭하면 서울대를 옮기자 하나

입력
2020.08.05 13:00
수정
2020.08.09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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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부터 '학벌주의'·'서울 인구 집중' 대책으로
"전국의 국공립대 평준화" 국립대 통합 제안도 나와

1981학년도 서울대 신입생 입학식 날 서울대 정문 앞 모습. 한국일보 자료사진


정치권의 행정수도 이전 논쟁에 난데없이 서울대가 곤욕을 치르고 있습니다. 정부와 여당이 행정 수도 이전을 주장하면서 서울대도 세종으로 함께 가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오는 겁니다. 국회, 청와대는 물론 서울대까지 세종으로 이전해 서울 집값도 잡고, 갈수록 존재감이 낮아지고 있는 지방 국공립대의 불균형 문제도 해소하자는 주장입니다.

민주당 일부에서는 서울대를 단과대별로 쪼개거나, 아예 폐지하자는 주장도 나와요. 그러나 오세정 서울대 총장은 지난달 29일 국회 교육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공식적으로 검토해본 적 없다"고 잘라 말했죠.

1946년 개교한 서울대는 1990년대부터 이전 및 폐지론에 시달렸는데요. 특히 정치권에서 거론될 때마다 결국 정치 싸움으로 변질됐고, 실질적 논의로 이어가지는 못했습니다. 그래서 이번 이전 주장을 놓고도 서울대 내부에서는 "또 서울대만 가지고 들들 볶는다"는 볼멘 소리가 나오고 있다고 하죠.


1990년대 '학벌주의'의 주범으로 낙인찍히다

1973년 김종필(왼쪽에서 두 번째 선글라스 쓴 남성) 전 국무총리가 양탁식 서울시장, 한심석 서울대총장, 이훈섭 서울대종합 캠퍼스 건설본부장의 안내로 서울 관악산의 서울대 종합캠퍼스 건설공사 현장을 약 2시 동안 둘러봤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간판 하나로 모든 분야를 독식하려는 서울대 패권주의가 나라를 망치고 있다." 1996년 강준만 당시 전북대 교수는 '서울대의 나라'라는 저서에서 학벌주의와 교육 불평등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이 저서의 이론을 계기로 서울대가 학벌주의 문화의 핵심으로 꼽히며 서울대 폐지론이 떠올랐어요. 그리고 2004년 노무현 정부 이후부터는 선거 때마다 정치판의 단골 메뉴로 서울대 존폐 문제가 거론돼 왔죠.

먼저 불을 지핀 건 1996년 10월 당시 여당이었던 신한국당의 이원복 의원이었습니다. 서울의 인구 집중을 막고 사교육비를 줄이기 위해 경기 파주시 일대에 200만평 규모의 캠퍼스를 지어 서울대를 옮기자는 파격 제안을 했죠. 다음해 신한국당은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를 대학원 중심으로 운영하고, 학부는 지방캠퍼스로 옮기는 방안을 교육정책 공약으로 발표했어요.

지역에서 서울대 이전을 제안한 적도 있는데요. 2004년 김진선 강원도지사는 수도권과 가까운 영서지역에 서울대 유치를 추진했습니다. 서울대가 옮겨 올 경우 100~200만평의 부지를 지방자치단체가 무상으로 제공하고 진입도로 개설, 전용 IC설치 등 관련 인프라 시설을 지원하겠다고 제안했죠.

하지만 서울대는 "검토해본 적이 없다"며 난색을 표했는데요. 결국 이는 대학도시 조성을 위한 김 지사의 야심찬 아이디어에 그치고 말았죠.


MB시절, 서울대 법인화와 세종 이전 물밑 거래설도

2005년 서울대 정문 모습. 노무현 전 대통령 때부터 서울대 폐지론이 정치권에 등장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서울대 폐지가 정치권의 논란거리가 된 것도 그 무렵부터입니다.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은 대통령 직속 교육혁신위원회에서 서울대 폐지론을 꺼내들었어요. 이어 같은 해 민주노동당이 17대 총선 공약으로 '서울대 폐지'를 내세웠죠.

반대 진영에서는 대학은 상향식 평준화 정책으로 가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습니다. 당시 한나라당 대표였던 박근혜 전 대통령은 다음해 노 전 대통령과 영수회담에서 "서울대를 두고 지방도 서울대처럼 잘하게 지원하면 되지 않느냐"고 지적하기도 했죠. 서울대를 통째로 옮기는 대신 서울대가 누려 온 특권을 줄이기 위해 지방 국공립대에 힘을 실어줘 곳곳에 거점 대학을 만들자는 아이디어인 것이죠. 이를 위해서는 서울대의 힘을 빼야 하는데 이게 쉽지 않았습니다.

이명박 정부에 들어서면서 서울대는 또다시 이전 문제로 속앓이를 하기 시작했는데요. 세종시가 본격적으로 목적지로 떠오른 것이 이 때입니다. 2009년 교육과학기술부가 서울대에 세종시 제2캠퍼스 조성 의사를 타진했어요. 당시 서울대는 법인화를 추진하며 정부의 협조가 필요했던 시점이라 이를 두고 세종 이전과 법인화 성사를 두고 물밑 교섭을 벌인다는 의혹이 나왔죠. 하지만 이 때도 서울시 이전은 성사되지 않았습니다.


"프랑스처럼 통합하자" 반복되는 '국공립대 평준화론'

2014년 서울대 정문 전경. 한국일보 자료사진


2012년 관악산에서 바라본 서울대 관악캠퍼스 전경. 배우한 기자

2011년 서울대가 법인화되면서 국가 개입이 불가능해졌지만, 서울대 폐지론은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2012년 당시 야당이던 통합민주당은 서울대 명칭을 없애고 지방 국립대를 하나로 통합하자고 제안했는데요. 프랑스가 모든 국공립대학을 통합해 1대학, 2대학으로 나누는 것처럼 우리도 국공립대학을 모두 평준화하자는 겁니다.

어디서 많이 들어본 얘기죠? 최근 여당에서도 비슷한 주장이 나왔으니까요. 김두관 민주당 의원은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프랑스 파리처럼 국립대학을 해서 자격을 똑같이 부여하게 되면 굳이 부산에 있는 대학생이 서울 관악캠퍼스에 올 이유는 없다"고 했죠.

문재인 대통령도 2012년 대선과 2017년 대선에서 '국립대 공동학위제'를 내세웠습니다. "국공립대학부터 공동입학·공동학위 국공립대학 네트워크를 만들자"며 "연합대학이라고 표현해도 좋다"고 했죠. 2017년 7월 '국정운영 5개년 계획'에서 빠졌지만, 최근 서울대 이전 문제로 다시 관련 내용이 회자되고 있어요.

어떻게 보면 10여년 전에 했던 낡은 논의가 진전도 없이 반복되고 있다고 볼 수도 있겠죠. 정부가 부동산 정책에 대한 비판 여론을 다독이기 위한 탈출구로 행정수도 이전 카드를 꺼냈다는 눈총도 쏟아지는데요.

일단 여당 내부나 서울대나 서울대 이전이나 폐지 가능성을 일축하고 있어요. 국회 교육위원회 위원장인 유기홍 민주당 의원은 최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서울대 이전 문제와 관련해 "실익보다 비용이 크다"며 불가능하다는 의견을 밝혔는데요. 유 의원은 "몇몇 의원이 긍정적인 의견을 냈지만, 이는 개인 의견일 뿐"이라며 "핵심은 지방 국립대 육성이다. 지방 국립대에 집중 투자해야 한다"고 주장했죠.

과연 이번에도 서울대는 무사히 그 곳에 그대로 머물 수 있을까요.


☞여기서 잠깐

서울대 캠퍼스 이전의 역사는

1973년 서울대 종합캠퍼스 건축을 앞둔 새 부지 전경. 서울대는 1975년 분산돼 있던 단과대학들을 관악캠퍼스로 모두 옮겼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1971년 서울대 종합캠퍼스 건축 현장을 바라보는 박정희(오른쪽 두 번째) 대통령. 한국일보 자료사진


서울대는 1946년 10월 문을 열 당시 단과대학들이 곳곳에 나뉘어져 있었는데요. 1975년 공과대(서울 노원구), 농과대(경기 수원), 의과대 본과(서울 종로구)를 빼고 인문대, 사회대, 사범대 등 나머지 단과 대학들을 모두 관악캠퍼스로 이전해 종합화했어요. 캠퍼스 종합화는 단순히 단과 대학을 합친 데서 나아가 우리나라에 근대 대학시스템을 도입하는 계기가 됐습니다.

이후 1980년 노원구 공릉동의 공과대가, 2003년 경기 수원의 농과대가 관악캠퍼스로 옮겼습니다. 그렇게 서울에는 관악캠퍼스와 의과대가 있는 연건캠퍼스가 남았죠. 이후 강원 평창과 경기 시흥에 일부 연구시설을 중심으로 한 제3, 제4의 캠퍼스가 문을 열면서 현재 서울대는 관악·연건·평창·시흥 등 4개 캠퍼스를 갖추고 있습니다.

이소라 기자
박서영 데이터분석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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