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 호우 철원 생창리 마을 아수라장
시간당 114㎜ 춘천 도로 잠기고 산사태
3일 오전 강원 철원군 갈말읍 지포리의 한 아파트 단지는 폭격을 맞은 듯 처참했다. 밤새 양동이로 퍼붓듯 쏟아진 비에 아파트 주차장 옹벽이 무너져 차량 5대를 덮쳤다. 돌더미에 깔린 차량은 종잇장처럼 구겨졌다. 경차 1대는 형체를 알 수 없을 정도였다.
한 주민은 "'꽝'하는 굉음이 들리고 난 뒤 밖을 내다보니 옹벽이 속절 없이 무너져 있었다”며 ”인명피해가 없어 다행"이라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날이 밝자 철원군 김화읍 생창리 마을은 진흙에 뒤덮였다.
빗물에 쓸려온 토사는 발목까지 쌓였다. 군 부대 담장도 성난 빗줄기를 견디지 못하고 무너졌다.
밤새 시간당 84㎜의 폭우로 마을 전체가 잠겨 버린 생창리 주민들은 이날 오전 2시쯤 새벽 흙탕물이 문턱까지 들어차 급히 몸을 피해야 했다. 이모(77)씨는 "한치 앞이 보이지 않는 장대비가 내려 이웃들의 도움을 받아 겨우 몸만 빠져 나왔다"며 "집안에 머물렀으면 무슨 일이 벌어졌을지 모른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처럼 철원 곳곳에서 비 피해가 잇따랐다. 이날 새벽에만 70건의 침수, 구조 신고가 소방당국에 접수됐다. 철원엔 지금까지 300㎜가 넘는 물폭탄이 쏟아졌다.
이날 새벽 근남면 매월폭포 인근 펜션서 단잠을 자던 관광객 9명이 숙소까지 들어차는 빗물에 황급히 대피했다. 철원 와수천과 사곡천이 범람 위기를 맞자 주민 23명이 와수리 마을회관과 근남면사무소 등지로 몸을 피했다.
거센 비에 도로 곳곳이 엉망이 됐다. 수피령 정상에서 철원군으로 향하는 도로의 육단리 구간은 산에서 도로 일부가 날카롭게 깎여나갔다.
수확기를 맞은 파프리카 등 농작물 피해도 속출했다. 하천이 역류하면서 저지대 농경지가 침수됐기 때문이다. 복구가 본격화하면 피해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이날 오전 10시부터 시간당 114㎜에 이르는 '양동이 폭우'가 쏟아진 춘천에서도 강촌유원지 인근 도로가 물에 잠기는 등 피해가 잇따랐다.
또 소양1교 인근 봉의산 비탈면에서 산사태가 발생, 100톤 가량의 토사와 낙석이 도로에 쏟아지기도 했다.
강원도는 춘천을 비롯해 양구, 인제, 영월, 철원 등 영서지역의 산사태 위기 경보를 '경계'로 상향했다. 도내 산사태 취약지구는 무려 2,667곳에 달한다.
앞으로가 더 문제다.
이미 300㎜의 집중호우가 쏟아진 가운데 추가로 300㎜ 이상의 집중호우가 예보됐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춘천시 등 자치단체는 재난문자를 통해 산사태 취약 지구 주민들에게 미리 대피할 것을 요청했다. 강원도 역시 비상근무 체제에 들어가 산사태 및 저지대 상습 침수지역에 대한 예찰활동을 강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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