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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보 고려해도 수도이전 필요하다

입력
2020.08.04 06:00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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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초대형 방사포. 연합뉴스

북한의 초대형 방사포. 연합뉴스



수도 이전 논의가 정치권을 달구고 있다. 그러나 수도 이전의 안보적 효과에 대한 검토가 없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1970년대 말, 미군 철수가 우려되던 시기에 박정희 대통령은 수도 이전을 심각하게 고려했다. 1978년 연두 기자회견에서 박 대통령은 "서울의 750만 인구가 적의 비상포화 사거리에 있다. 이것이 수도 이전에 대한 필요성의 하나다"라고 말했다. 이처럼 당시의 수도 이전 구상에는 안보 차원의 고려가 상당했다.

서울과 평양은 휴전선으로부터 비대칭적으로 떨어져 있다. 군사적으로 극복하기 어려운 격차다. 북한이 서울 불바다 운운하며 겁박하는 것은 이러한 비대칭성 때문에 가능하다. 일각에서 북한 비핵화를 위해서는 전쟁도 불사한다는 각오로 임해야 한다고 역설하지만 이 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

지금 수도권에는 민간시설, 정부 주요 시설, 군사시설이 밀집되어 있다. 북한이 우리 측 전쟁지휘부를 타격하려 한 것이 민간지역으로 넘어갈 수도 있다. 서울에서 정부와 전쟁지휘부를 빼내면 북한도 순수 민간지역을 불바다로 만들 계획을 세울 수는 없을 것이다.

수도 이전을 안 하겠다면 평화 정착에라도 발 벗고 나서야 할 터인데 정파적인 고려 때문에 반대를 위한 반대가 계속된다. 북한 장사정포와 미사일의 사정권에 인구의 절반을 살게 하며, 이곳에 국가 핵심시설 대부분을 몰아넣고, 전쟁을 각오해야 한다는 게 말이 되는가.

북한의 장사정포 사정거리가 길어져 세종시를 지나 계룡대를 넘볼 수 있고, 미사일은 사실상 남한 전역을 커버하니 수도 이전의 효과는 거의 없다고 반박할 수 있지만 사실 그렇지 않다. 북한 미사일과 장사정포는 휴전선을 지나 150㎞ 이상을 더 날아와야 할 것이기 때문에 우리는 시간을 벌 수 있다. 방어 측면에서 정말 소중한 시간이다.

군의 최종적 목표는 전쟁에서의 승리가 아니라 전쟁 방지에 있다. 그런데 우리 군에 서울 방어는 너무나 중요한 목표이기에 일부 군 엘리트들은 선제타격 말고는 방법이 없다고 믿었다. 전작권도 없는데 왜 그리 선제타격을 주장했는지 모르겠다.

방어를 위해서 우리가 먼저 전쟁을 시작해야 하는 상황은 아이러니다. 우리가 선제타격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북한은 자신들이 먼저 선제해야 한다고 생각할 것이다. 끔찍하지 않은가.

세종시로 수도를 이전하면 휴전선으로부터 남북의 수도가 비슷하게 이격된다. 우리 군은 조금 여유를 갖게 될 것이다. 수도 방어를 위해서 선제타격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는 압박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는 얘기다.

최근의 수도 이전 논의는 안보적 고려에서 시작되지 않았다. 그러나 수도 이전의 안보적 효과는 정말 상당하다. 안보를 지상의 가치로 삼는 이들은 수도 이전이 가져올 군사적 효과를 되새겨야 할 것이다.

북핵 위협을 처절하게 느낀다면 수도권 집중을 해소해야 한다. 핵폭발 시 서울은 괴멸적 타격을 입는다는 시뮬레이션 결과를 보여 주며 대중을 겁에 질리게만 하지 말고 말이다. 인구가 너무 많으면 사실상 피란도 불가능하다. 북한 비핵화를 위해 정말 전쟁을 불사할 각오라면 이 문제부터 해결하는 게 맞다.

수도 이전도, 평화 이니셔티브도 답이 아니라면 어디를 지향해야 하는가. 한국의 보수가 수도 이전의 안보적 가치를 먼저 주창해야 했다. 서울이 북한의 비상포화 사거리에 있다 하지 않는가.



부형욱 한국국방연구원 책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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