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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의 파안대소

입력
2020.08.02 18:00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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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범여권 공부모임 ‘처럼회’ 소속 의원들이 지난달 30일 오전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가운데) 의원실에서 기념 촬영을 했다. 활짝 웃는 의원들 뒤로 TV에서 인명 피해 등 대전의 수해 소식이 보도되고 있다. 최강욱 대표 페이스북

범여권 공부모임 ‘처럼회’ 소속 의원들이 지난달 30일 오전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가운데) 의원실에서 기념 촬영을 했다. 활짝 웃는 의원들 뒤로 TV에서 인명 피해 등 대전의 수해 소식이 보도되고 있다. 최강욱 대표 페이스북

파안대소로 오래 입길에 오른 정치인은 이명박(MB) 전 대통령이다. 서울시장이던 2005년 4월 광주 국립 5ㆍ18민주묘지 유영봉안소에서 분향을 하고 나오던 길이었다. 고개까지 젖히며 입을 크게 벌려 웃는 모습이 언론사 카메라에 잡혔다. 유영봉안소는 5ㆍ18 영령의 영정과 위패를 모신 곳이다. ‘정치인으로서 때와 장소를 가리지 못한 행동’이라는 지적이 잇달았다. MB의 황당한 해명이 논란을 더 키웠다. “알레르기성 코막힘 때문에 입을 열고 목을 젖혀 푸는 습관이 오해를 불렀다”는 것이다.

□ 요즘 범여권 정치인들의 파안대소로 또 시끄럽다. 더불어민주당과 열린민주당 의원들이 활짝 웃으며 사진을 찍었는데, 하필 벽에 달린 TV에서 대전의 폭우 피해 뉴스가 나오고 있었다. 대전 중구가 지역구라서 비난이 쏠린 황운하 의원은 “악마의 편집”이라고 했다. 나중에 표현을 고치긴 했지만, 억울함은 여전한 듯하다. 황 의원 말대로, 공부모임에서 사진 몇 장 찍은 게 잘못은 아니다. 지역 구민이 물난리로 고통받고 있다고 의원이 늘 침통하게 있어야 하는 것도 아닐 테다. 문제는 그 사진을 버젓이 공개한 무신경함이다.

□ 국민의 불편을 앞장서서 해소해 좋은 세상 만들어 보겠다고 단 배지 아닌가. 그러니 의원의 촉수는 누구보다 예민해야 한다. 파안대소하는 뒤로 ‘대전 침수 아파트 1명 심정지, 원촌교ㆍ만년교 홍수 경보’라는 자막이 또렷한 사진을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가 페이스북에 게시했을 때 동석한 의원 6명 중 누구도 부적절하다는 생각을 하지 못한 걸까. 그 속엔 여당 대표 경선에 도전장을 내민 의원도 있었다. 논란을 촉발한 최 대표는 아직까지 입을 닫고 있다.

□ 그 모임의 이름 ‘처럼회’는 ‘본받을 분들에겐 배우되 누구처럼 못된 짓은 하지 말자. 늘 근본을 생각하자’는 뜻이라고 한다. 인명까지 앗아간 수해 보도 화면과 국회의원들의 파안대소가 이질적이라고 생각하지 못하는 정치적 무감각, 그런 사진을 유권자들에게 공개할 수 있는 자신감, 그게 뭐가 문제냐고 항변하는 오만함은 향후 4년간 누구를 대의(代議)하게 될까. 그런 초심처럼 의정 활동을 한다면, 무얼 기대할 수 있겠냐는 말이다.

김지은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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