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포수 출신 박경완(48) SK 감독대행이 무너진 안방을 재건하기 위해 강공 드라이브를 걸었다.
박 감독대행은 지난 1일 수원 KT전에서 0-6으로 뒤진 3회말 선발 투수 이건욱이 KT 장성우에게 3점 홈런을 맞자 주전 포수 이재원을 빼고 이현석을 투입했다. 부진한 선발 투수를 조기 강판하는 건 종종 볼 수 있지만 포수의 조기 교체는 이례적이다. 선수 몸 상태에 문제가 있어서가 아니라 분위기 전환용이자, 문책성 교체다.
최근 SK 마운드는 처참하게 무너졌다. 지난 28일 LG전(7-24 패)부터 최근 5경기에서 무려 66실점했다. 팀 평균자책점은 13.81이다. 이 중 이재원은 4차례 선발 마스크를 썼다. 1차적인 문제는 투수들의 부진한 투구에서 비롯됐지만 투수를 리드하는 포수도 책임을 피할 수 없었다.
현역 시절 5차례 우승, 2차례 홈런왕, 4차례 골든글러브를 차지하면서 팀 전력의 70%를 차지한다는 평가를 들었던 박 감독대행은 어느 포지션보다 포수들에게 큰 책임감을 요구한다. 특히 현역 시절부터 한솥밥을 먹었던 후배이자, 배터리코치 시절 제자인 이재원에겐 유독 엄격한 잣대를 댄다.
박 감독대행은 2016년 주전 포수를 꿰찬 이재원을 향해 “주전으로 뛰는 건 맞지만 긴장할 부분이 분명히 있다”며 현실에 안주하지 않도록 긴장감을 불어넣었다. 실제 이재원을 자극하기 위해 당시 백업 포수였던 이현석과 김민식(KIA)에게 상당한 공을 들였다. 그 결과, 김민식이 먼저 잠재력을 꽃피웠지만 2017년 트레이드로 KIA에서 빛을 봤다.
경쟁자들의 성장 속에 이재원도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승승장구했다. 2018년엔 팀의 한국시리즈 우승에 힘을 보태며 ‘우승 포수’ 꿈을 이뤘다. 또 한국시리즈 종료 후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어 4년 69억원에 재계약 했다.
하지만 FA 계약 후 이재원은 하향세를 탔다. 계약 첫해인 지난 시즌 장점이었던 공격력은 타율 0.268에 그쳤고, 수비도 기대에 못 미쳤다. 올 시즌엔 초반 손가락 골절로 이탈하는 등 불운을 겪었다.
이에 박 감독대행은 재활을 마친 이재원의 1군 합류를 앞두고 “현재 상황은 이재원이 주전이지만 누구든 그 자리를 뺏을 수 있다”면서 “1군에 올라오면 책임감을 갖고 경기에 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분발을 촉구하는 메시지에도 이재원은 복귀 후 반등 조짐이 없었다. 이재원에게 조기 교체라는 ‘충격 요법’을 준 박 감독대행의 시선은 이제 기존 백업 포수 이현석, 올해 두산에서 트레이드로 합류한 이흥련으로 향할 수 있다. 이흥련은 가슴 근육이 찢어지는 부상을 털고 지난 31일 2군에서 실전을 뛰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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