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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수도보다 지방살리기가 먼저다

입력
2020.08.03 04:30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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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래인구추산

장래인구추산


인구학자 조영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인구예측이야말로 어떤 학문보다 과학적이라고 주장한다. 특정 해의 출산인구와 출산율을 따져보면 미래의 인구를 어렵지 않게 예측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의 예측에 따르면 대한민국은 2030년 5,400만명으로 인구 정점을 찍은 뒤 급격히 하락, 2100년 1,800만명(내국인 기준)까지 떨어진다고 한다.

충격적인 결과이지만 도출방법은 간단하다. 예를 들어 지난 해 태어난 신생아가 30만명인데, 이중 절반만이 가임 여성이다.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이미 1.0에 못 미치니, 이들이 본격적인 출산을 할 30년 후 신생아는 15만명 이하가 된다. 이쯤 되면 2,3세대를 거치면 인구가 기하급수적으로 감소할 거라는 예측은 누구나 가능하다. 조 교수는 이를 두고 ‘정해진 미래’라고 정의했다.

더 충격적인 것은 인구 분포다. 조 교수는 현재의 데이터를 토대로 시뮬레이션 했더니 2100년 1,800만명중 1,600만명이 수도권에 거주할 거라는 예측을 내놓았다. 이는 전 인구의 88%에 해당한다. 급속한 인구감소와는 달리 수도권 인구는 크게 줄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가정을 꾸리는 평균 가구원수가 감소추세인 걸 감안하면 부동산 수요는 지금 보다 더 커질 가능성도 없지 않다.

먼 미래의 이야기지만, 전조는 나타나고 있다. 정부가 서울과 수도권 집값을 잡겠다며 20여차례나 대책을 남발했지만, 이를 비웃듯 자고 일어나면 집값은 치솟고 있다. 이 배경에는 수도권 인구가 결코 떨어지지 않을 것임을, 그래서 강남불패를 넘어 수도권 불패신화가 변수가 아닌 상수가 될 것이라는 시장의 확신이 있다.

해결책은 있다. 수도권의 인구 분산이다. 정부도 이를 아는 듯하다. 과거 한차례 위헌결론까지 난 행정수도 이전 카드를 꺼낸 것을 보면 말이다.

반면 실행 과정은 간단치 않다. 서울 주변으로의 인구 집중은 서울이 행정수도라는 의미 이상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 교육, 정보 등 서울에 집중된 인프라를 함께 분산하지 않고서는 완벽한 서울 과밀화를 기대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서울에서 불과 100여㎞ 떨어진 세종에 건설하는 행정 수도는 오히려 수도권의 확장만 가져다 줄 뿐이다.

이미 시장도 이런 가능성 쪽으로 기울고 있다. 서울의 집값은 요지부동이고, 세종 지역 부동산 호가는 급등세다. 정부의 또 다른 부동산 정책실패 사례로 남을 공산이 크다.

행정수도 이전을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이와 더불어 지역균형발전을 위한 정책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어떤가. 노무현 정부 시절부터 추진해 온 혁신도시 사업 조차 지지부진한 상황 아닌가. 최근 들어 겨우 추가 공기업 이전을 논의하고 있다지만 이 정도로는 부족하다. 서울에 집권된 인프라를 지방이 나눠 가질 수 있는 추가 조치가 이뤄져야 한다. 일부 대학이나 방송사 이전 수준이 아닌, 대기업 본사의 지방 이전 등 지역에 인재가 몰릴 수 있는 보다 과감하고 획기적인 대안이 필요하다. 이대로라면 수도권 과밀화와 더불어 가뜩이나 좁은 국토의 대부분을 방기하는, 기형적인 나라의 탄생을 지켜봐야 한다.

‘정해진 미래’는 바꿔 말하면 ‘예측 가능한 미래’다. 지금이라도 손을 쓰면 바꿀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제부터 무엇을 할 것인가. 정부의 진지한 고민이 필요할 때다.

한창만 지식콘텐츠부장 cmhan@hankookilbo.com




한창만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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