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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립선암, 어느새 남성암 4위…"50세 넘으면 1년에 한 번 PSA 검사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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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립선암, 어느새 남성암 4위…"50세 넘으면 1년에 한 번 PSA 검사해야"

입력
2020.08.04 04:40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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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뇨의학회, “PSA 검사를 일반건강검진에 포함 ”
남성암 검진 혜택, 여성암보다 홀대 주장도 나와

'선진국형 암' 전립선암이 어느새 남성암 4위에 올랐다. PSA 검사를 국가 일반건강검진에 포함하자는 주장이 학계에서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선진국형 암' 전립선암이 어느새 남성암 4위에 올랐다. PSA 검사를 국가 일반건강검진에 포함하자는 주장이 학계에서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선진국형 암’인 전립선암이 급증하면서 어느 새 남성 암 4위에 올랐다. 지난해 12월 보건복지부와 중앙암등록본부의 국가 암 등록 통계에 따르면, 남성 암 가운데 위암(17.1%)이 가장 많았고, 폐암(14.8%), 대장암(13.9%) 전립선암(9.8%) 순이었다. 전립선암 유병률이 1999년 10만명당 3.2명에서 2017년 12.9명으로, 연간 8.5%씩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전립선암은 미국에서는 남성 1위 암이고, 일본에서는 2위 암이다.

게다가 전립선암이 진행이 느리고 좋은 ‘자비로운 암’으로 잘못 인식돼 있는 것도 문제다. 우리나라 전립선암 환자의 중간 이상 악성도가 75.7%였는데 미국은 44%, 일본은 56%로 우리나라 전립선암은 유독 독한 암이다.

이 때문에 전립선암을 조기 진단하기 위해 혈액으로 간단하게 진단할 수 있는 전립선 특이항원검사(PSAㆍProstate specific antigen)를 국가 일반건강검사에 포함해야 한다는 주장이 학계에서 다시 제기됐다. 지난달 31일 서울 서대문구 스위스그랜드호텔에서 열린 2020 대한비뇨의학회 통합학술대회(KUCE2020)에서다.

고영휘 영남대병원 비뇨의학과 교수가 대한비뇨의학회 통합학술대회에서 "전립선암 조기 검진을 위해 PSA 검사를 정부의 일반건강검진에 추가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대한비뇨의학회 제공

고영휘 영남대병원 비뇨의학과 교수가 대한비뇨의학회 통합학술대회에서 "전립선암 조기 검진을 위해 PSA 검사를 정부의 일반건강검진에 추가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대한비뇨의학회 제공


혈액으로 간단하게 검진 가능해

전립선암은 초기 증상이 거의 없고, 암이 진행됐거나 전립선비대증이 동반되면 배뇨곤란ㆍ빈뇨ㆍ혈뇨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그래서 건강검진을 하다가 우연히 발견될 때가 많다.

고영휘 영남대병원 비뇨의학과 교수는 대한비뇨의학회 통합학술대회에서 ‘2020년 대한민국 역학자료로 살펴본 PSA 검사의 당위성’이라는 주제의 발표에서 “전립선암은 현재 다른 나라에 비해 5년 생존율이 밀리는 유일한 암으로 우리나라가 초고령 사회로 가는 길에 복병이 될 것”이라고 했다.

이규성 대한비뇨의학회 회장(삼성서울병원 비뇨의학과 교수)은 “조기 발견하면 완치율이 90% 이상인 전립선암 사망률을 낮추려면 1년에 한 번 저렴하고 간편하게 혈액 검사인 PSA 검사가 필요하다”고 했다. 이 회장은 “특히 PSA 검사를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시행하는 일반건강검진(50세 이상 남성 암 검진)에 포함해 몇 년에 한 번씩이라도 주기적으로 시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제개발협력기구(OECD)에 따르면, 우리나라 남성에서 암 발생 수준에 비해 암 사망률이 높아 여성보다 암 관리가 상대적으로 소홀하다. 국가암조기검진사업에서 여성은 5개 암(위암 간암 대장암 유방암 자궁경부암)에 대해 시행되고 있지만 남성은 3대(위암 간암 대장암)에 그쳐 남성의 암 발견이 상대적으로 취약하다는 지적이다.

미국은 현재 전립선암에 대해 질병통제예방센터(CDC)를 통한 국가암검진을 시행하고 있지 않지만 미국 정부보험제도(메디케어)에서 무증상 남성에게 매년 혈청 PSA 검사비를 지원하고 있다. 일본도 실질적으로 PSA 검진을 시행하고 있다. 회사원은 회사 건강검진에서, 회사 건강검진자가 아닌 사람은 ‘닌젠 도크(Ningen dock)’라는 정기건강검진 사업과 지방정부에서 시행하는 전립선암 조기검진 프로그램으로 혈청 PSA 검진을 받고 있다.

주관중 대한비뇨의학회 보험이사(강북삼성병원 비뇨의학과 교수)는 “우리나라도 미국이나 일본 수준까지는 미치지 못하더라도 전립선암 조기 검진에 대해 정부가 좀 더 관심을 가져야 하고 최소한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했다. 주 보험이사는 “미국과 일본처럼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검진까지는 바라지 않는다”며 “적어도 위험도가 높아지는 50세 이상 남성에게만이라도 1만원대의 저렴한 비용으로 간편하게 받을 수 있는 PSA 검사를 국가 일반건강검진에 넣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대한비뇨의학회는 정부에서 PSA 검사만 비용효과성과 효용성 근거를 강도높게 요구하는 것은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예컨대 자궁경부암의 경우 신규 환자가 4,000명도 되지 않는데다 효용성에 대해서도 PSA 검사보다 논란이 많은데도 포함됐는데 신규 환자가 1만2,000명이 넘는 전립선암 조기 검진을 위한 PSA 검사는 안 된다는 것은 역차별이라는 지적이다.

전립선암 가족력도 8.4%

전립선암은 특별한 증상이 없어 검사하려는 사람이 많지 않다. 방광염은 소변에 피가 나온다든지, 후두암은 목소리에 변화가 온다든지 하는 증상이 있지만 전립선암은 초기에 아무런 증상이 없다. 따라서 조기 발견이 매우 중요하다.

우리나라 50세 이상 남성 가운데 PSA 검사를 받은 비율은 15%에 불과(2004년)할 정도로 PSA 검사에 대한 인지율이 낮다. 고영휘 교수는 “2035년에는 전립선암이 폐암이 이어 2위에 오를 것으로 보여 조기 검진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전립선암은 대부분 60~70대에 나타나므로 30~40대는 PSA 검사가 필요하지 않다. 하지만 전립선암의 급증세를 감안하면 50세 이상에서는 1년에 한 번 정도 PSA 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

특히 가족 내 전립선암 환자가 있다면 고위험군에 해당하므로 반드시 검사가 필요하다. 전립선암은 가족력이 있는 사람에게서 8.4%나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변석수 분당서울대병원 비뇨의학과 교수팀이 2018년 9월~2019년 3월 분당서울대병원을 찾은 1,102명의 전립선암 환자를 분석한 결과다.

전립선암을 예방하려면 식습관을 조절하는 것이 필요하다. 과일과 채소를 충분히 먹는다. 특히 토마토나 녹색 채소, 당근, 브로콜리, 양배추, 마늘, 자몽, 살구 등 라이코펜이 풍부한 음식이 좋다. 등 푸른 생선에 들어 있는 DHA, EPA성분이 전립선암 세포 증식을 억제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어 고등어 같은 등 푸른 생선 섭취도 권장한다. 다만 빨간 색 고기는 지방 함량이 높아 섭취를 줄이는 것이 좋다.

규칙적인 운동으로 적절한 체중을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다. 박성열 한양대병원 비뇨의학과 교수는 “전립선암도 다른 질환과 마찬가지로, 꾸준한 관심을 갖는다면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며 “비만인 남성은 전립선암에 걸릴 위험이 20% 높아지므로 주 5회 이상, 매회 30분 이상 땀이 날 정도로 걷거나 운동해 적정체중을 유지하는 것이 좋다”고 했.

우리나라 사람이 걸리는 전립선암은 미국 등 다른 나라에 비해 악성도가 크게 높다. 게티이미지뱅크

우리나라 사람이 걸리는 전립선암은 미국 등 다른 나라에 비해 악성도가 크게 높다. 게티이미지뱅크


[전립선암, 오해와 진실]

1. PSA 수치가 높아도 모두 암에 걸리지 않는다? (O)

PSA 수치는 전립선비대증이나 전립선염에 걸렸을 때도 높게 나타난다. 재검사에서도 PSA 수치가 4.0 이상이면 전립선암을 의심해 조직검사를 받는 게 좋다.

2. 전립선비대증이면 암에 걸릴 위험이 높다?(X)

전립선비대증, 전립선염, 전립선암은 발병 원인이 다르다. 다만 나이 들면서 발생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3. 잦은 성관계가 전립선암을 유발한다?(X)

관련이 없다. 오히려 주기적인 성관계가 전립선 건강에 좋다. 다만 문란한 성생활은 성병과 만성 전립선염의 원인이 된다.

4. 한국인의 전립선암은 미국보다 독하다?(O)

전립선암의 중간 이상 악성도가 미국은 44% 정도이지만 한국은 76% 정도다. 인종적 요소가 원인으로 꼽힌다.

5. 전립선암 수술을 하면 성관계가 불가능해진다?(X)

사정은 불가능하지만 최근 로봇수술이 활발히 시행되면서 발기 기능 회복 속도도 빨라지고 있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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