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확산을 명분으로 비상계엄령 발령
열흘 연속 확진자 100명 웃돌아... 3차 유행
9월 선거 앞두고 세 결집해온 민주진영 타격
캐리 람(林鄭月娥) 홍콩 행정장관이 31일 긴급권을 발동해 9월 6일로 예정된 입법회(우리의 국회) 의원 선거를 1년 연기했다. 선거의석 과반수 확보를 목표로 세를 결집해온 홍콩 민주진영은 반격의 동력이 사라지면서 표류할 위기에 놓였다.
캐리 람 행정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지난 1월 이래 7개월간 전염병과 사투를 벌였지만 우리는 항상 최고의 경계태세를 유지해야 하는 심각한 상황”이라며 “오늘 비상계엄령을 발령하는 가장 힘든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이번 조치는 중국 중앙정부의 지지를 받았다고 람 장관은 설명하면서 "올해 9월 6일 선거를 내년 9월 5일로 연기한다"고 밝혔다. 앞서 홍콩 언론들은 “당국이 입법회 선거를 1년 연기할 것”이라고 전망해왔고 현실로 드러난 것이다.
홍콩 정부가 이 같은 결정을 내린 것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가 좀처럼 잦아들지 않기 때문이다. 홍콩의 코로나19 신규 감염자는 이날 121명에 달해 지난 22일 이후 열흘 연속 세 자릿수를 기록했다. 118명이 지역사회에서 전파됐고, 이중 56명은 경로를 알 수 없는 감염자다. 이로써 홍콩의 누적 확진자는 3,272명으로 늘었다.
홍콩 민주진영은 일격을 맞았다. 중국이 제정한 홍콩보안법을 이달부터 시행하면서 극도로 위축되던 차였다. 하지만 지난 11~12일 치른 예비선거에 시민 61만명이 참여해 예상을 훌쩍 웃돌면서 잔뜩 고무되며 분위기가 반전됐다. 이에 친중파가 장악한 입법회 의석 70석 가운데 절반인 35석 이상을 확보하는 ’35 플러스’ 캠페인을 전개하며 투표 참여를 독려해왔다.
한편, 2014년 민주화 시위 ‘우산혁명’의 주역인 조슈아 웡은 기자들과 만나 “중국의 정치적 자유 탄압에 맞서 민주화를 위한 우리의 싸움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며 “이번 선거는 의심할 여지없이 홍콩 역사에서 가장 불미스러운 선거 사기”라고 성토했다. 조슈아웡은 전날 선관위가 입법회 의원 출마 자격을 박탈하면서 지난해 11월 입법의원(구의원) 선거에 이어 연거푸 정계 진출에 제동이 걸렸다. 홍콩 선관위는 조슈아 웡을 포함해 벤터스 라우, 앨빈 청 등 민주파 진영 인사 12명에 대해 무더기로 후보 부적격 판단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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