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의 '언론 유감'… "언론 잘못이 먼저" vs "해묵은 피해의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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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의 '언론 유감'… "언론 잘못이 먼저" vs "해묵은 피해의식"

입력
2020.08.01 01:00
수정
2020.08.01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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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훈식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이 31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주택임대차보호법 본회의 통과 관련 기사를 보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의 ‘언론 유감(遺憾)’이 깊다. 최근 지도부나 소속 의원들의 언행에 비판이 쏟아질 때 마다 “악의적 보도 때문”이란 해명이 빠지지 않는다. 민주당은 문제적이고 단편적인 보도가 그만큼 많았기 때문이라는 ‘언론 책임론’을 제기한다. '과잉 반응 이전에 과잉 보도가 있었다'는 항변이다. 하지만 ‘책임 정당’을 자처하고 나선 민주당이 적절하지 않은 순간에도 화살을 외부로만 돌리는게 아니냐는 우려도 만만치 않다.


중진부터 초선까지 ‘언론 탓’

민주당 '언론 유감'의 선봉에 선 것은 이해찬 대표다. 지난달 10일 민주당 소속인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 의혹에 대한 당의 대처 계획을 물은 취재진에게 "나쁜 자식”이라고 응수한 장면이 상징적이다. 논란이 거듭됐지만 이 대표는 침묵 중이다. 지난해 대변인 신분의 이재정 의원이 취재진을 향해 “그러니 기레기 소리를 듣는다”고 해 막말 논란이 빚어졌을 때도 이 대표는 침묵했다.

‘나쁜 자식’ 논란 2주일 만에 ‘천박한 도시’ 발언이 도마에 올랐을 때도 민주당의 화살은 언론을 향했다. 지난달 24일 세종시청 특강에서 이 대표는 서울을 두고 “이런 천박한 도시를 만들면 안 된다”고 했다. 민주당 공보국은 다음날 “특정 발언만 문제 삼아서 마치 서울을 폄훼한 것처럼 한 보도에 우려를 표한다”고 반응했다.

김태년 원내대표도 언론과 껄끄러운 일이 있었다. 김 원내대표가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행정수도 완성 이전’을 전격 제안한 뒤 일부 매체는 호가가 들썩이는 세종시의 분위기를 다뤘다. 그는 이를 두고 “한국감정원 발표도 없었는데 몇 군데 호가만 찍어 보도했다”고 했다. 여기까지는 사실 관계의 오류를 지적한 것이라고 볼 수 있지만, "언론이 결과적으로 상승을 부추긴다는 의구심도 든다"는 말을 덧붙인 게 논란을 불렀다. 김 원내대표의 진심이 무엇이든, '여하튼 언론 때문'이라는 뜻으로 해석될 여지를 뒀기 때문이다.

같은 달 30일엔 초선인 황운하 의원이 “악마의 편집”을 거론했다. 그는 29일 지역구인 대전의 수해 소식을 전하는 TV뉴스의 특보 화면을 뒤로 한 채 동료 의원들과 함께 크게 웃고 있는 사진 때문에 곤욕을 치렀다. 논란이 커지자 30일 페이스북에 “악마의 편집과 다를 바 없다”고 썼다. 순간 포착된 장면으로 비판을 받는 것은 부당하다는 의미였지만, 수해 피해자들의 원망은 달래지 못했다. 황 의원은 결국 페이스북에서 해당 표현을 지웠다.


“아직 기득권과 싸워야 해서…”

‘언론 탓’을 바라보는 민주당의 시선은 분분하다. '언론이 먼저 잘못했으니, 언론에 책임을 돌릴 수밖에 없다'는 견해가 현재로선 다수다. 반대로 언론에 화살을 돌리는 습관이 민주당의 '작은 실수'를 '큰 잘못'으로 키운다는 우려도 있다.

한 민주당 중진 의원은 “최근 발언 논란들은 여당 의원으로서 신중하지 못했기 때문에 일어났다”며 민주당이 '무고하지 않음'을 강조했다. 그는 “국민은 문제를 해결하라고 여당에 힘을 준 것이지, 누구를 탓하라고 준 것이 아니다”면서 "비판적 시각으로 권력을 견제, 감시하는 언론의 역할을 부정하는 여당이 어떻게 어려운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겠느냐”고 꼬집었다.

‘176석의 거대 여당’이 되고도 민주당은 여전히 언론을 억압자로, 스스로를 피억압자로 본다. 한 여권 관계자는 “민주당은 오랫동안 일부 기득권 언론과 싸워 왔다"며 "문제는 집권을 하고 있어도 관료, 재벌, 언론은 큰 틀에서 우리를 부당하게 짓누르는 기득권이라는 인식이 강하다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민주당 스스로 책임질 것은 지고, 외부를 향해서도 딱 잘못한 만큼만 비판을 하는 노력을 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중도층을 잃지 않으려면 태도 변화가 더 절실하단 반응도 있다. 한 수도권 재선 의원은 “언론 보도가 우리 진의를 다 반영해주지 못한다는 아쉬움은 늘 있다”면서도 “안 그래도 민주당이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비판을 받는데, 계속 과잉 방어를 하다간 지지율이 떨어질까 걱정도 된다”고 했다.

김혜영 기자
조소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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