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셋값 5% 상한’은 남 얘기… 예비 세입자 “전세난민 될 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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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셋값 5% 상한’은 남 얘기… 예비 세입자 “전세난민 될 판”

입력
2020.07.31 18:20
수정
2020.07.31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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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대차 3법 시행 첫날, 전세 대란 심화 
개포동 아파트 전셋값 1년 만에 2배
 “코로나로 결혼 미뤘는데 집 못 구해”

계약갱신청구권제와 전ㆍ월세상한제를 도입하는 내용으로 개정된 주택임대차보호법이 공식 공포된 31일 오후 서울 송파구 부동산중개업소 매물 정보란이 전셋값 폭등 및 전세 품귀 현상으로 비어있다. 연합뉴스


“코로나 사태로 결혼식을 연기했는데, 이제는 주택임대차보호법이 발목을 잡나 보네요.”

임차인 권리 강화를 목적으로 마련된 주택임대차보호법 시행 첫 날인 31일, 전세를 구하는 예비 신랑 홍찬식(32)씨는 한숨만 내쉬었다. 홍씨는 “코로나 때문에 결혼식을 11월로 미뤄 식장까지 잡았는데, 전세 매물 실종으로 집을 못 구할 것 같아 난감한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홍씨의 우려처럼 새로 전셋집을 구하는 이들의 보금자리 찾기는 31일 이후로 더욱 힘들어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날 국무회의 의결로 계약갱신청구권제와 전월세상한제가 들어간 임대차보호법이 즉각 시행되면서, 가뜩이나 심각했던 전세대란이 당분간 되레 더 심화될 것으로 보이는 조짐은 곳곳에서 나타났다.

새로 전세 구하는 사람들 발 동동

특히 이미 전세를 살고 있는 임차인과 전세를 구하는 예비 임차인 간의 희비가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예비 임차인은 전ㆍ월세 상한제 혜택을 볼 수 없지만, 전세 계약 기간 중에 있는 임차인은 2년 사이 전세보증금 시세가 올랐어도 '5% 상한선'의 적용을 받기 때문이다. 기존 세입자가 법의 보호를 받기 위해 이사 대신 재계약을 선택하는 경우가 늘면서, 새로 전셋집을 구하는 이들의 어려움은 더 커질 수 있다.

실제 지난해 2월 입주를 시작한 서울 강남구 개포동 래미안블레스티지 84㎡(전용면적)의 경우, 입주 당시 전세 보증금이 7억원 정도였지만 현재는 14억원으로 치솟았다. 인근 공인중개사는 “당시 세입자를 구하기 힘든 역전세난에 들어온 사람들은 그 때 보증금에 5%를 높여 연장이 가능하지만, 신규 세입자는 똑같은 집인데도 두 배 가까운 보증금에 들어와야 해 불만을 호소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시세대로 보증금을 받을 수 없는 기존 집 주인(임대인)들의 불만도 크다. 2018년 12월 입주를 시작한 송파구 가락동 헬리오시티 역시 전세 재계약 시점을 눈앞에 두고 있어 비슷한 상황이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집주인-세입자 '구두합의 파기' 다툼도

임차인과 임대인 간에 보증금 액수를 둘러싼 다툼도 있었다. 영등포구 양평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한 전세 물건에서 임대인과 임차인이 연장 계약 때 보증금 7,000만원을 올려주기로 구두합의를 본 상황인데, 어제 임차인이 (5%밖에 올려 줄 수 없겠다며) 말을 바꿨다”면서 “중개인으로서 어느 한 쪽 편을 들어줄 수가 없어 아주 곤란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법에 규정된 상한선인 5% 넘게 보증금을 올려 주기로 구두합의를 봤던 전셋집에서 이런 상황이 다수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상황에, 전세를 내 줄 계획이 있던 집주인들은 당분간 임대차 계약을 하지 않는 쪽으로 마음을 바꾸고 있다. 임대차보호법 시행에 따라 갈수록 전세 보증금이 더 오를 것을 기대하고 일단 집을 비워두는 것이다. 사정이 급하지 않은 집주인들의 집 비워두기가 이어지면 전세 공급이 감소할 수밖에 없다.

계획했던 보증금으로 전세를 얻기 어려운 상황이 예상되자, 자녀계획까지 미룬 신혼부부도 있었다. 성북구 성북동 친정집에서 1년간 신혼생활을 했던 김모(28)씨는 “가을에 분가해 자녀 계획을 세우고 있었는데 주변 부동산 얘기를 듣고 잠정 취소했다”며 “어르신들은 단칸방이나 월셋집에서 아이를 키웠다고 하지만 도저히 그럴 자신은 없다"고 털어놨다.

이날 한국일보가 현장 상황 파악을 위해 접촉했던 공인중개사들은 "법 시행 소식을 듣고 '이런 경우는 어떻게 해야 하느냐'를 묻는 문의 전화가 이어졌다"고 입을 모았다. 그러나 아직 새로 시행된 법과 관련된 세부 지침이나 가이드라인이 없는 상황이라 임대인과 임차인의 혼란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김정현 기자
김현종 기자
최은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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