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대전 아파트 물난리 구조적 문제에 관리소홀 겹쳐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대전 아파트 물난리 구조적 문제에 관리소홀 겹쳐

입력
2020.07.31 17:00
수정
2020.07.31 17:41
0 0

침수 코스모스아파트 인근 배수로 쓰레기로 막혀
무허가 건물로 관리사각ㆍ저지대 불구 배수펌프 없어
전문가 "국지성 폭우 대비 지중저수지 등 고려해야"

침수 피해를 입은 대전시 서구 정림동 코스모스 아파트에서 31일 자원봉사자들이 물에 잠겼던 집안 가재도구들을 밖으로 옮기고 있다. 전날 내린 폭우로 이 아파트 265세대 가운데 D동과 E동 1층 28세대가 물에 잠기는 피해를 당했다. 연합뉴스

침수 피해를 입은 대전시 서구 정림동 코스모스 아파트에서 31일 자원봉사자들이 물에 잠겼던 집안 가재도구들을 밖으로 옮기고 있다. 전날 내린 폭우로 이 아파트 265세대 가운데 D동과 E동 1층 28세대가 물에 잠기는 피해를 당했다. 연합뉴스


29일부터 3일 동안 누적강수량이 최고 292mm에 이르며 아파트가 침수되고 2명이 숨진 대전지역 물난리는 구조적인 문제와 함께 관리소홀, 부주의 등이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전날 시간당 100mm가 넘는 물폭탄이 쏟아져 침수피해를 입었던 대전 서구 정림동 코스모스 아파트에는 31일 복구를 지원하는 자원봉사자들로 북적였다. 이른 아침부터 군장병과 바르게살기운동, 적십자사 등 기관ㆍ단체에서 나온 자원봉사자들은 흙으로 뒤덮인 방 안을 청소하고 가재도구들을 밖으로 꺼내며 구슬땀을 흘렸다. 거대한 물웅덩이로 변했던 주차장은 물이 빠져 점차 제모습을 찾아가고 있다.

하지만 일부 주민들은 당시의 악몽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한 주민은 “아파트 옆 배수관로쪽 담이 무너지며 물이 한꺼번에 밀려와 순식간에 주차장이 물바다가 됐다”며 “아직도 그 모습을 생각하면 밖에 나가는 게 무섭다”고 말했다.

정진호(55) 아파트자치회장은 물난리의 원인으로 아파트 옆 배수관로를 지적했다. 인근 산에서 내려오는 물을 갑천으로 빼내는 배수관로가 아파트 옆을 지나는데 용량이 넘치면서 물이 아파트 쪽으로 넘어왔다는 것이다. 정 회장은 “배수관로의 용량도 문제지만 나뭇가지와 쓰레기가 배수관로 입구를 막으면서 물이 넘쳤고, 이게 아파트 약한 담을 무너뜨리고 밀려들어 온 것”이라며 “당국자의 관리소홀도 지적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파트가 처한 구조적인 문제점도 이번 물난리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5층짜리 4개 동과 3층 연립주택으로 구성돼 1980년 공사에 들어간 이 아파트는 주변 도로보다 지대가 한참 낮다. 1층이 침수됐던 D, E동은 특히 다른 동보다도 낮은 곳에 자리해 평소에도 주변의 물이 고일 수 있는 구조이다. 하지만 아파트 내 양수펌프는 설치돼 있지 않다.

특히 아파트 건립 사업주체가 수차례 변경되고 완공 후 사업자가 잠적하며 준공검사를 받지 못해 무허가 건물로 있다 보니 1994년 한 차례 건축구조 정밀진단을 실시한 후 관리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상태다.

전문가들은 도심 저지대 홍수피해를 막기 위한 장ㆍ단기적 대책마련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정찬호 대전대 건설안전방재학과 교수는 “기후변화에 따른 국지성 폭우가 상례화하고 있는 만큼 도시차원에서 지하에 물을 저장하는 지중저수지 시스템을 고려해봐야 한다”며 “저지대 주변에 지하공을 뚫어 폭우 시 지상의 물을 저장하고 이를 양수기로 뽑아낸다면 물이 한꺼번에 저지대로 쏠리는 것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전시는 코스모스 아파트의 수해복구와 함께 항구적인 홍수대비책을 시행할 계획이다. 인근 산의 물이 밀려오지 않도록 아파트 주변 배수로를 확대하고, 아파트 내에 46억원을 들여 배수펌프시설을 갖추기로 했다.

한편 전날 동구 판암동 소정지하차도를 건너던 70대 남성의 익사사고도 당국이 조금만 주의를 기울였으면 막을 수 있었을 것이란 지적이다. 대전 동구청은 오전 8시부터 지하차도 통행을 제한하고 직원 1명을 배치했다. 그러나 사망자는 직원이 배치되지 않은 반대쪽에서 지하차도를 건너려다 실족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대전 동구 관계자는 “물이 4.5m 높이로 가득차 일반인은 엄두를 낼 수 없는 곳을 건너려 한 이유를 모르겠다”며 “인력 상황을 고려하면 지하차도 양쪽에 직원을 배치하기 어려운 상태”라고 밝혔다.

대전 허택회 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