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토에 새 둥지를 튼 류현진(33)이 2경기 연속 일찌감치 무너지며 험난한 2020시즌을 예고했다.
류현진은 31일(한국시간) 미국 워싱턴 DC 내셔널스파크에서 열린 2020 메이저리그 워싱턴과 경기에 선발 등판해 4.1이닝 9피안타(1홈런) 1볼넷 5탈삼진 5실점으로 부진했다. 팀이 4-6으로 패해 류현진은 시즌 첫 패를 떠안았다.
2019시즌 후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어 토론토 구단 사상 투수 최고액(4년 8,000만달러)을 받고 이적해 기대를 모은 류현진은 지난 25일 탬파베이와 개막전(4.2이닝 3실점)에 이어 또 한번 5회를 못 넘기고 조기 강판해 우려를 자아냈다. 시즌 평균자책점은 5.78에서 8.00으로 치솟았다. 2013년 LA 다저스에서 메이저리그에 데뷔한 그가 개막 2경기에서 1승도 거두지 못한 건 2017년 이후 처음이다.
미국 CBS스포츠는 “류현진이 또 흔들렸다”며 “두 차례 등판이기는 하지만 9이닝 동안 8점을 주면서 불안한 출발을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캐나다 TSN도 “(지난해) 내셔널리그 사이영상 투표에서 2위에 올랐던 류현진이 평균자책점 8.00에 그쳤다”고 꼬집었다.
연승을 이어가거나, 연패를 끊어줄 1선발이 흔들리자 토론토(3승4패)도 난감한 상황에 몰렸다. 더 큰 문제는 아메리칸리그 동부지구에 함께 속한 전통의 강호 보스턴과 뉴욕 양키스를 아직 한 차례도 만나지 않은 점이다. 토론토는 보스턴과 8월에 6경기, 9월에 4경기를 치른다. 양키스와는 9월에만 10차례 맞붙는다. 두 팀은 토론토가 포스트시즌에 진출하기 위해 반드시 넘어야 할 산이다.
개막전 등판 후 찰리 몬토요 토론토 감독의 배려로 하루 더 휴식을 취한 뒤 이날 마운드에 오른 류현진은 오히려 구속 저하 현상을 보였다. 90마일(시속 145㎞)을 넘기는 직구는 단 4개, 직구 평균 시속은 88.3마일(142㎞)에 불과했다. 지난해 90.7마일을 찍었던 류현진은 이번 시즌 첫 등판 때 89.9마일을 기록했다.
직구 구속이 나오지 않자 류현진은 변화구 위주로 승부를 했다. 이날 던진 93개 중 직구는 12개뿐이었다. 이는 결국 독이 됐다. 워싱턴 타자들은 변화구에 노림수를 갖고 시원하게 방망이를 돌렸다.
류현진도 경기 후 자신의 문제점을 인지했다. 그는 “경기 중 구속이 나오지 않는다는 걸 느꼈다”며 “변화구 위주로 승부를 했는데, 상대 타자들이 잘 쳤다. 변화구로 타이밍을 뺏어야 했지만 그렇지 못했다”고 아쉬워했다. 직구 구속 문제에 대해선 “몸 상태는 이상이 없다”며 “좋아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에이스가 2경기 연속 흔들렸지만 사령탑은 여전히 신뢰했다. 몬토요 감독은 “이제 두 차례 등판했을 뿐”이라며 “날카로운 모습은 아니지만 분명 좋아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워싱턴과 4연전을 2승 2패로 마친 토론토는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온 필라델피아와의 다음 3연전이 연기됨에 따라 8월 5일부터 애틀랜타와 3연전을 벌인다. 류현진의 다음 등판 일정도 미정이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