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은 28, 29일 국회 각 상임위원회에서 ‘7ㆍ10 부동산 대책’의 후속 법안을 일방적으로 상정했다. 상임위 법안 상정 여부는 여야의 '합의'로 결정한다. 다수당이 법안 상정을 좌지우지하지 못하게 하는 장치다.
민주당은 부동산 입법 상정을 위해 ‘국회법 71조’ 카드를 꺼냈다. 상임위원이 특정 법안 상정을 요청하고 다른 위원 1명 이상이 찬성하면 상정 여부를 표결에 붙일 수 있게 한 조항이다. 이론적으로는 의원 2명만 있으면 다수당이 법안을 언제든 상정할 수 있다. 민주당은 이 조항을 살뜰히 이용해 부동산 법안만 '핀셋' 상정했다.
그러나 이는 민주당이 고안해 낸 '창의적 수법'은 아니다. 통합당도 새누리당 시절 유사한 방식으로 쟁점 법안 처리를 강행하려 했던 것으로 30일 확인됐다. 법안 처리를 위해 국회법상 꼼수를 활용하는 행태가 여야를 바꿔가며 반복되고 있는 셈이다.
'꼼수' 법안 처리도 데칼코마니
‘71조 꼼수’의 원조는 새누리당이다. 2016년 1월 박근혜 정부의 개혁 과제인 서비스산업법, 노동개혁법 개정안 등이 야당 반대로 국회에 묶여 있었다. 특정 정당의 법안 일방 처리를 막은 이른바 ‘국회선진화법’ 때문이었다.
이에 새누리당은 ‘재적 의원 과반이 요구하면' 국회의장이 법안을 직권 상정할 수 있도록 국회선진화법을 개정키로 했다. 이 과정에서 국회법이 동원됐다. 새누리당은 단독으로 국회 운영위를 열어 국회법 71조를 발동했다. 새누리당 소속 운영위원 15명의 전원 찬성으로 국회법 개정안을 기습 상정했다.
새누리당은 한 번 더 꼼수를 썼다. 5분 만에 개정안을 ‘셀프’ 부결했다. 상임위 부결 법안이 '의원 30명 이상이 요구하면' 본회의에 직행하도록 한 국회법 87조를 활용하기 위해서였다.
당시 민주당은 “파렴치한 위법행위”라며 반발했지만, 새누리당은 “적법한 절차”라고 반박했다. 당시 조원진 새누리당 원내수석부대표는 민주당을 향해 ‘71조 대응법’을 차근차근 설명해주기도 했다. 조 수석은 “상임위에 들어와 반대를 하거나, 상임위원 중 3분의 1의 요구로 '안건조정위'를 신청하라. 그러면 최대 3개월까지 안건 조정을 하는 동안 법안 처리를 지연시킬 수 있다"고 놀리듯 훈수했다.
그렇게 ‘국회법 선생’ 노릇을 자처했던 통합당은 4년 후 민주당의 같은 수법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말았다.
국회법을 잘 아는 전문가는 30일 본보 통화에서 "국회법 71조를 쓴 것 자체가 위법은 아니다"면서도 "상임위별 소위 회부, 심사, 대체토론, 축조 심사 등 국회법이 규정한 '심도 있는 심사'를 건너 뛰기 위해 민주당이 또 다시 71조를 활용한 건 아름다운 장면은 아니다"고 꼬집었다. 이 전문가는 "71조만 따지면 위법성에 문제가 없지만, 국회법 전체로 보면 문제가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소수파 되니... 항의 방식도 판박이
통합당 의원들은 29일 민주당이 ‘공수처 후속 3법’을 일방 상정한 운영위 전체회의에서 각자 노트북에 “합의 원칙 팽개친 반민주 규탄한다”는 문구를 붙였다. 김회재 민주당 의원은 “거북스럽다. 떼고 하는 것을 검토해보라”고 했다. 박대출 통합당 의원은 “노트북 문구 항의는 민주당이 먼저 한 것이다. 이러니 문재인 정권 보고 ‘내로남불 정권’이라고 한다. 내로남불은 끝이 없다”고 맞받아쳤다.
2015년 10월 박근혜 대통령의 국회 시정 연설 당시 야당이었던 새정치민주연합(민주당 전신) 의원들은 노트북에 ‘국정교과서 강행 반대’ 문구를 붙이는 방식으로 시위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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