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원전 반대단체 "경제성 문제 제기 발언 축소·왜곡"
한수원 "사실과 달라... 회의록은 주요 사항 요약 정리"
탈원전 반대 시민단체가 월성 1호기 조기 폐쇄 결정 당시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 이사회 회의록이 왜곡, 편집됐다는 주장을 제기했다. 한수원은 '회의록은 회의 주요사항을 정리한 것이기 때문에 실제 발언과 차이가 있을 수 있다'는 입장이지만, 가뜩이나 논쟁적인 사안에 갈등 소지를 제공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원자력살리기 국민행동 등 탈원전 반대 시민단체는 30일 국회에서 이채익 미래통합당 의원 등과 기자회견을 갖고 회의록 관련 주장을 펼쳤다. 시민단체는 2018년 6월 15일자 한수원 이사회 회의록과 제보자로부터 확보한 회의 녹음 파일 녹취록을 제시하며 “한수원이 문재인 대통령의 부당한 월성원전 1호기 조기 폐쇄 선언을 뒷받침하기 위해 이사회 회의록까지 변조했다는 증거를 확보했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조작된 핵심 증거는 2018년, 2019년 국정감사에 증거자료로 제출됐고, 현재 감사원에도 변조된 자료가 제출됐다”며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시민단체가 회의 녹취록과 한수원 회의록을 비교 대조한 결과 원전 조기 폐쇄의 핵심 쟁점인 '경제성'에 문제를 제기한 A 이사의 발언이 삭제되거나 축소된 것으로 드러났다. 녹취록에 따르면 A 이사는 당시 “우리가 매년 유지보수를 했기 때문에 (월성 1호기가) 버릴 수 있을 정도로 엉망이 아니다”며 “600메가와트(발전소)를 새로 짓는다면 3조원 정도 드는데, 지금 멀쩡하게 쓸 수 있는 3조짜리 물건을 그냥 버리느냐”고 말했다. 하지만 해당 발언이 회의록에서는 삭제됐거나 ‘3조’라는 구체적 숫자 대신 ‘소요되는 예산이 상당하다’는 두루뭉술한 표현으로 대체됐다.
시민단체는 회의 종료 후 이사회 발언이 마치 회의 중 발언인 것처럼 기록된 데 대해서도 ‘악마의 편집’ 의혹을 제기했다. 녹취록에 따르면 이사회는 모든 안건을 처리한 뒤 회의가 마무리될 무렵 ‘월성 1호기가 적자 상태이고, 2017년도 기준 (킬로와트시ㆍkWh 단가 기준) 약 60원 정도 손실을 보고 있다’는 내용의 대화를 나누지만, 회의록에는 마치 회의 도중 나온 발언처럼 앞당겨 기록돼 있다.
아울러 시민단체는 2018년 3월 정재훈 한수원 사장이 사장직 공모 당시 제출한 ‘직무수행계획서’에서 “월성 1호기 조기 폐쇄에 대해 가급적 연내에 한수원 차원의 의사 결정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힌 대목에도 문제를 제기했다. 정 사장이 취임 전부터 이를 계획한 만큼, 짜여진 각본에 따라 월성 1호기가 조기 폐쇄 결론에 이르렀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이에 대해 한수원은 "사실과 다르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한수원 관계자는 “회의록은 주요 사항을 요약 정리하는 것이기 때문에 발언 내용과 회의록에 차이가 있을 뿐 국회나 감사원에 조작된 회의록을 제출한 것은 아니다”라며 “이사회 회의록은 전체 이사들의 동의를 구한 뒤 작성된 것”이라 밝혔다. 또 정 사장의 직무수행계획서 관련 의혹에는 “정부 정책에 입각해 다양한 상황을 고려해 판단하겠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밝힌 것”이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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