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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조직분리 없이 '한지붕 세가족'... '몸집 줄이기' 취지 무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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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조직분리 없이 '한지붕 세가족'... '몸집 줄이기' 취지 무색

입력
2020.07.30 17:08
수정
2020.07.30 17:12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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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ㆍ수사ㆍ자치경찰이 각기 다른 주체 지휘받아
조직을 아예분리하는 기존 안과 달라... 혼선 우려도

더불어민주당과 정부, 청와대가 권력기관 개혁을 위한 자치경찰제 도입 등을 논의한 30일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경찰청사를 직원들이 오가고 있다. 뉴시스

더불어민주당과 정부, 청와대가 권력기관 개혁을 위한 자치경찰제 도입 등을 논의한 30일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경찰청사를 직원들이 오가고 있다. 뉴시스


수사권 조정을 통해 권한이 커지는 경찰의 권력 분산을 위해 구상된 '자치경찰제' 가 애초 구상보다 크게 변화된 형태로 추진된다. 국가경찰과 자치경찰을 아예 분리해 운영하는 '이원화 모델'이 아니라, 외형은 지금처럼 유지하되 업무 및 지휘 체계만 나누는 '일원화 모델'을 도입키로 한 것이다. 경찰 비대화를 막겠다는 본래 취지와 거리가 있는 데다, 같은 경찰관들끼리 한 지붕(지방경찰청 혹은 경찰서) 아래에서 서로 다른 지휘체계를 따라야 하는 등 혼선이 생길 것으로 보여 경찰 안팎의 우려가 적지 않다.

당정청이 30일 발표한 자치경찰제의 뼈대는 경찰 조직을 분리하지 않고 지금처럼 둔 상황에서 세 가지의 지휘 주체에 따라 경찰의 기능을 △국가경찰 △수사경찰 △자치경찰로 나누는 것이다.

먼저 경찰청이 지휘하는 국가경찰은 국가 단위 사무를 맡아 정보 및 보안, 외사 기능과 정책 개발, 운영에 집중한다. 그리고 국가수사본부(국수본)의 지휘를 받는 수사경찰은 형사 등 수사 업무를 주도한다. 마지막으로 자치경찰은 각 시ㆍ도지사 산하에 신설되는 자치경찰위원회(자치경찰위) 지휘를 받아 관할 지역 생활안전, 여성ㆍ아동ㆍ노약자, 교통, 지역행사 경비 등 자치사무를 수행한다. 각 시ㆍ도의 자치경찰위는 총 7명으로 구성될 전망이다.

경찰권 비대화 막는다더니...공룡 몸집은 그대로

앞서 당정청이 2018년 발표한 기존 자치경찰제의 특징은 자치경찰 조직을 별도로 신설해 국가경찰과 완전히 분리하는 것이었다. 수사권 조정에 따라 검찰로부터 상당한 권한을 넘겨받아 힘이 세질 경찰의 조직 자체를 분리해서 견제해야 한다는 이유에서였다. 당시 문재인 정부는 2022년까지 전체 경찰 인원의 36%인 4만3,000명을 자치경찰로 돌리고, 광역지자체 단위에선 자치경찰본부, 기초 단위에선 자치경찰대를 신설하는 안을 제시했다.

하지만 이번에 발표된 자치경찰제 구상을 보면 경찰 조직 형태는 지금과 아무런 변화가 없다. 경찰청 관계자는 "별도 조직을 만들지 않기 때문에 외형상 현재와 달라지는 게 거의 없다"며 "국가경찰과 자치경찰이 기존 사무실에서 함께 근무하되 업무 영역에 따라 지휘 및 감독자가 달라진다"고 설명했다. 별도 조직이 생기지 않게 되면서, 자치경찰도 지방직이 아니라 국가직 공무원으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

당정청은 △별도 조직 신설에 상당한 비용이 들고 △국가ㆍ자치 경찰을 이원화하는 경우 생길 업무 혼선을 감안했다는 입장이지만, 비대한 조직 축소라는 원래 취지를 고려하면 정책이 후퇴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이미 수사권 조정이 확정되면서 검찰은 직접수사 범위가 축소되고 경찰은 수사종결권을 부여받는 등 영향력이 높아졌는데도, 조직은 그대로 유지돼 경찰 조직을 견제할 수단이 사실상 전무해진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이원화 모델에 대한 경찰 내부 반발이 워낙 컸다는 점을 감안해, 여권과 경찰 수뇌부가 경찰 내부 설득에 실패한 것이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온다.

한 건물 안에 국가ㆍ자치경찰 공존... 혼선 가능성

나눠지지 않은 하나의 조직이 각각 세 가지 지휘체계를 따른다는 점에도 우려는 적지 않다. 경찰관들은 현재처럼 지방경찰청(전국 18개)과 경찰서(전국 255개)에서 일하면서, 맡은 업무에 따라 경찰청, 국수본, 자치경찰위의 지시를 받는다. 일부 경계가 뚜렷한 업무에서는 지휘ㆍ감독 주체 분리에 따른 영향이 크지 않으나, 아동학대 같은 지역 사건이 국가적 관심 사안이 되는 경우 등에는 혼선이 발생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

인사권을 어느 주체에 줄 것인가도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자치경찰제와 관련한 세부 논의가 이뤄지지 않아 현재까지 인사권 문제는 결정된 바가 없다. 한 경찰 간부는 "결국 인사권이 관건"이라며 "한 조직 안에서 인사권이 분산되면 혼란이 일어날 것이고, 그렇다고 지휘 체계가 나뉘는데 인사권을 일원화하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7명으로 구성될 자치경찰위에 행정ㆍ경찰 전문가가 아닌 외부 추천인이 다수 포함될 수 있다는 점도 반발을 키우는 대목이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김영배 더불어민주당 위원이 이날 당정청의 구상을 토대로 자치경찰제 도입을 위한 법 개정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지휘기관이 달라지는 만큼 조직 분리가 안 됐어도 분권, 분산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본다"며 "자치경찰 규모나 예산, 인사 등에 관련한 구체적 방침은 법안 마련 과정을 지켜봐야 알 것"이라고 말했다.

신지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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