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데뷔 10년, '모차르트!' 10주년
“첫 작품이 곧 마지막 작품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으로 시작했는데, 이제 뮤지컬은 저에게 삶 그 자체예요.”
2010년 ‘모차르트!’로 뮤지컬에 데뷔해 어느덧 10년, ‘뮤지컬배우’ 김준수(34)는 지금도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상연 중인 ‘모차르트!’ 10주년 무대에 서고 있다. 29일 서울 수송동 한 호텔에서 마주한 그는 “코로나19에도 극장에 찾아와 축하해 주는 관객 한 분 한 분의 마음을 잊지 못할 것”이란 감사 인사부터 건넸다.
아이돌 그룹 동방신기 멤버로 아시아를 들었다 놨던 그가 ‘뮤지컬 10주년’을 감격해하는 데는 사연이 있다. 2009년 SM엔터테인먼트와 전속계약 분쟁 이후 힘겨워하던 그를 다시 일으켜 세운 게 뮤지컬이라서다.
“거의 매일 전속계약 분쟁에 대한 기사가 나오는데 아무도 제 말을 안 들어주는 것만 같은 거예요. 연예인이 된 걸 처음으로 후회도 했고요.” 그때 받아든 게 ‘모차르트!’ 출연 제안이었다. “늘 하던 노래도 혼자 하려면 두려운데, 뮤지컬을 한다는 건 더 큰 부담이었죠. 게다가 당시만 해도 아이돌이 뮤지컬하면 욕 먹던 때였거든요.”
정중하게 고사할 생각이었다. 예의상 그래도 대본은 한 번 읽어 보자 했는데, 수록곡 ‘황금별’에 빠졌다. 아버지의 품을 떠나려는 청년 모차르트에게 후원자인 남작부인이 들려주는 노래다. ‘북두칠성 빛나는 밤에, 저 높은 성벽을 넘어서, 아무도 가 보지 못한 그곳으로, 저 세상을 향해서 날아올라.’ 눈물이 쏟아졌다. 자기 얘기인 것만 같았다. “모차르트라는 인물을 통해 내가 세상에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할 수 있겠구나, 잘 해내지 못하더라도 한 번 소리쳐 보자, 용기를 냈어요. 지금도 ‘황금별’에는 울컥해요.”
10년 전 분쟁의 여파로 김준수는 아직도 TV 출연 등이 자유롭지 못하다. 하지만 뮤지컬은 그저 노력, 그리고 실력이 있으면 된다. 그것만으로도 그에겐 큰 위안이었다. “첫 무대가 생생해요. 심장이 튀어나오는 줄 알았거든요. 지금도 1만석 콘서트보다 1,000석 뮤지컬이 더 떨려요. 그런데 그 떨림이 저를 살아 있게 만들어요.”
김준수의 등장은 뮤지컬계의 지각변동이기도 했다. 김준수를 보러 한국 이외 아시아 각국 팬들이 몰려왔다. 국내 최대 규모인 3,022석짜리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을 순식간에 매진시켰다. “김준수 이후 자리잡은 스타 시스템이 뮤지컬 시장의 성장에 기여했다”(원종원 뮤지컬평론가)는 평도 나왔다.
뮤지컬계도 배척하던 시선을 거뒀다. 뮤지컬 배우 박강현은 김준수를 “내일이 없는 것처럼 공연하는 배우”라 부른다. 김지원 EMK뮤지컬컴퍼니 부대표도 “전통 뮤지컬 팬도 김준수를 대표 배우로 인정한다”고 평가했다. 김준수가 뮤지컬을 ‘도피처’가 아닌 ‘직업’이자 ‘소명’으로 여긴다는 걸 받아들인 것이다. 김준수는 무엇보다 “후배 아이돌의 뮤지컬 진출을 가능하게 만들어서 기쁘다”고 말했다.
김준수가 칭찬받는 또 하나는, ‘모차르트!’를 비롯 ‘엘리자벳’ ‘드라큘라’ ‘데스노트’ ‘엑스칼리버’ 등 모든 출연작이 창작극 또는 초연극이라는 점이다. 배우의 해석력과 표현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가령 김준수는 ‘드라큘라’에서 흡혈로 인해 젊어진다는 설정을 새빨간 머리색으로 표현했다. ‘드라큘라’ 작곡가 프랭크 와일드혼은 이런 김준수를 다른 나라 드라큘라 배우들에게 일종의 교과서처럼 보여준다고 한다. 신춘수 오디컴퍼니 대표가 김준수를 두고 “향후 10년을 더 기대해도 좋을 배우”라 부르는 이유이기도 하다.
김준수도 각오를 다지고 있다. “오늘을 바라보고 10년을 걸어온 것도, 뮤지컬배우로 인정받겠다고 욕심 부린 적도 없어요. 다만 매순간 최선을 다했어요. 앞으로도 그렇게 살다보면 또 10년이 흐르고, 언젠가는 모차르트 아버지 역할을 맡기도 하겠죠? 그렇게 무대에서 멋있게 늙어가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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