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어도 건강하게" 수명 연장 아닌 활력 연장을 논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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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어도 건강하게" 수명 연장 아닌 활력 연장을 논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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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7.30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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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노화는 더 이상 불가피한 운명이 아니다. '노화의 종말' 저자 싱클레어 박사는 노화는 치료 가능한 질병이라고 단언한다. 노화가 극복되는 세상에서 60대와 20대를 가르는 나이는 의미가 없다. 게티이미지뱅크


"늙으면 빨리 죽어야지.” 나이 많은 어르신들이 삶이 고단할 때마다 읊조리는 단골 레퍼토리다. 100세 시대가 도래했다지만 오래 사는 게 꼭 달갑지만은 않은 현실. 병들고 아프면 정신도 육체도 내 맘대로 할 수 없으니, 살아 있는 게 축복이 아니라 저주다. 그런데도 우리는 늙어감의 고통에 대해선 유독 둔감하다. 젊은 사람이나, 나이 든 사람이나 ‘어차피 인간에게 주어진 운명’이라며 노화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데 익숙하다.

‘노화의 종말’은 거스를 수 없다고 여겨진 인간의 생체시계를 단숨에 뒤집어 놓는다. 책은 확신에 차 말한다. 노화는 더 이상 불가피한 자연의 섭리가 아니라, 치료할 수 있는 질병에 불과하다고. 제목대로 노화의 종말을 고한다.

젊음을 유지시켜 준다는 건강보조식품이나 사이비 장수법이 하도 판을 치니 이런 책을 처음 봤을 때, 일단 의심의 눈초리를 품기 마련이다. 하지만 저자는 노화와 유전자 분야의 세계 최고 권위자로 평가받는 데이비드 싱클레어 미국 하버드대 교수. 2006년 적포도주에 많이 들어 있는 레스베라트롤이란 장수 물질을 발견해, 적포도주 마시기 열풍을 불러일으켰던 주인공이다. 지난 100년간 인류가 쌓아 올린 노화 연구를 풀어놓으며 저자는 노화와 죽음에 대한 기존의 시각을 180도 바꿔 버린다.


데이비드 싱클레어 미 하버드대 교수는 1969년생으로 올해 나이 51세다. 본인이 개발 중인 약물을 직접 임상시험하고 있는데, 생물학적으론 20대로 어려졌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부키 제공


질병엔 모든 원인이 있다. 그걸 찾아내야 치료도 가능하다. 노화도 마찬가지다. 저자가 보기에 우리가 늙는 건 후성유전체가 정보를 상실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할 때다. 후성유전체는 어느 유전자를 켜고 어느 유전자를 잠재우라고 세포에 알리는 제어 시스템과 세포 내 구조들을 총괄하는 일종의 컨트롤타워. 저자는 이를 피아니스트 역할에 비유한다. 나이가 들면서 세포 손상이 일어나거나 유전자가 제자리를 찾지 못할 때 연주는 엉망이 된다. 이 빈도가 잦아지는 게 바로 노화다.

그런 점에서 노화는 만병의 어머니다. 심장병이나 암과 같은 질병 역시 노화라는 질병의 ‘증상’일 뿐이다. 노화를 극복해야 우리가 지금 병이라 부르는 모든 노화의 증상들을 한꺼번에 없앨 수 있다는 얘기다. 저자는 다양한 질병 연구에 동시다발적으로 나서지 말고 노화에만 모든 자원과 자본을 집중시키자는 이기적인(?) 주장도 편다.

원인을 찾았다니 그럼 노화도 끝장낼 수 있는 걸까. 책은 후성유전체의 불안정성을 멈출 수 있는 장수 물질을 비롯해 22개의 장수유전자를 찾아냈다는 최신의 연구 결과를 전한다. 그러면서 약물을 투여해 유전자들을 재프로그래밍하는 방법으로 노화를 멈추고, 늦추는 걸 넘어 젊음을 되돌릴 수 있다고도 주장한다. 노화를 방지하는 백신, 암과 감염병 등을 진단하고 스트레스를 파악하는 생체표지 등 인간을 노화에서 구원해줄 기술과 약물도 개발 중에 있다. 이 모든 걸 동원해 모든 인간이 150년까지도 건강하게 살 수 있을 거라는 게 저자의 장밋빛 청사진이다.


1999년 저자가 MIT에서 시도했던 한랭요법. 추위는 장수와 관련 있는 갈색지방조직을 활성화해 노화 방지에 도움을 준다는 설명이다. 부키 제공


여기까지는 연구자의 몫. 노화를 방지하기 위한 실질적 조언들이 궁금하지 않은가. 저자는 본인이 실천하고 있다는 팁도 공개한다. 핵심은 우리 몸은 약한 스트레스를 받을 때 장수유전자가 활성화된다는 것. 약한 역경이 몸 방어 체계 전체를 깨워 더 건강하고 더 오래 생존하도록 자극을 시키는 원리다.

주기적으로 열량을 제한하는 간헐적 단식부터, 식물성 저단백질 위주의 식단, 저산소증 반응이 올 만큼 격렬하게 땀을 흘리는 고강도 인터벌 트레이닝까지. 저자는 추가로 섭씨 영하 110도까지 냉각된 곳에 몸을 잠시 노출시킬 것을 권한다. 몸을 편하게 둘수록 노화는 빨리 다가온다는 점을 잊지 않으면 된다.


노화의 종말ㆍ데이비드 A 싱클레어, 매슈 D. 러플랜트 지음ㆍ이한음 옮김ㆍ부키 발행ㆍ624쪽ㆍ2만2,000원


그러나 모든 인간이 다 이렇게 오래 살아남게 된다면 한정된 지구 환경과 자원에서 이 역시 또 다른 재앙 아닌가 싶다. 수명을 과도하게 연장하는 것이, 인간 본성을 거스르는 부도덕한 일인 것 같은 죄책감도 든다. 하지만 저자는 단호하다. 인구는 계속 증가해 왔지만, 동시에 세계 역시 발전해 오지 않았느냐고 반문한다.

노화가 멈추면 노인들은 그냥 노인이 아니다. 20대의 열정과 30대의 활력을 유지하면서도 연륜 있는 동료일 뿐이다. 노화를 극복하는 일이 더 이상 수명 연장이 아니라 활력 연장이 돼야 한다는 저자의 메시지다. “단순히 살아남는 게 중요한 게 아니다. 삶은 건강하고 행복해야 한다. 이 책은 새로운 진화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

강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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