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는 서문에서 "모든 것의 가격을 알지만 어떤 것의 가치도 알지 못한다"는 오스카 와일드의 말을 인용하며 이야기를 시작한다. 가치의 의미에 대해 논의하는 책이기 때문이다. 현대 경제사회에선 가격을 가치와 동일시하는 경향이 있다. 경제학 수업에서는 수요와 공급곡선의 접점에서 형성되는 가격이 최우선시될 뿐 가치라는 개념은 따로 언급될 일이 없다. 자연스레 '무엇이 가치 있는가'에 대한 문제의식은 소외될 수밖에 없다.
경제학의 지평을 넓힌 학자에게 수여되는 레온티예프상을 2018년 수상한 저자는 '가치 창조'와 '가치 착취'라는 개념을 제시했다. 전자는 자원을 활용해 새로운 재화ㆍ서비스를 생산하는 활동을, 후자는 자원을 거래하는 과정에서 부당하게 높은 이득을 취하는 것을 의미한다. 저자가 보기에 기업이나 투자자 등 경제 주체들은 삶을 개선하는 가치를 창조하는 행위보단, 주가 등 수치로 표현되는 가격을 끌어올리는 데 혈안이 돼 있는 모양새다.
대표적인 사례가 실물경제의 금융화 현상이다. 2000년대 들어 미국 자동차 회사 포드는 차량을 제작 판매하고 받은 돈보다, 차량 구입 때 고객에게 판매한 대출상품을 통해 거둔 수익이 더 많았다. 전기회사가 모태인 제너럴일렉트릭(GE)의 경우 그룹 수익의 절반 이상을 금융 계열사가 거둬들였다. 이런 현상들은 결국 기업의 장기적인 이득엔 도움이 되지 않는다. 미국의 국내총생산(GDP)에서 금융자산의 비중을 팽창하는 데 일조했을 뿐이다.
저자의 결론은 정부와 공공부문이 '가치 창조자'로서 역할을 해야한다는 것. 기업을 보조하는 수동적인 일만 할 게 아니라, 변화의 방향의 제시하는 임무를 가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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