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싼 전용기 안 타요'…멕시코 대통령의 인기 비결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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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싼 전용기 안 타요'…멕시코 대통령의 인기 비결은

입력
2020.08.02 10:00
수정
2020.08.02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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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전용기 판매 나서…검소한 '서민 대통령' 자처
코로나19 속 감염 위험에도 국민과 '스킨십'…비판 일어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이 지난달 1일 칸쿤주 이슬라무헤레스에서 정례 기자회견을 열고 봉쇄 조치의 점진적 완화 방침을 밝히고 있다. 이슬라무헤레스=EPA 연합뉴스


호화 전용기를 매각하겠다는 멕시코 대통령이 이목을 끌고 있습니다.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은 2018년 12월 취임 전부터 이 전용기를 매각하기로 하고 지금까지 가격 협상 중이죠. 이전 정권 때인 2012년 멕시코 정부가 사들인 이 전용기가 "과잉의 표본"이라는 이유에서인데요.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취임 때부터 검소하고 대중친화적 행보로 '서민 대통령'을 자처하고 있죠. 국민의 지지가 어찌나 높았는지, 멕시코 역사 상 89년 만에 처음으로 좌파 성향의 대통령으로 난공불락으로 여겨졌던 보수 정권을 교체하는 힘을 보였어요. 취임 1주년을 맞은 지난해 여론조사에서 지지율이 70% 이상을 기록했을 정도니, 그 인기를 알 만하죠.


그는 7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러 미 워싱턴DC를 방문할 때도 전용기가 아닌, 미 델타항공 여객기의 이코노미석에 앉았어요. 다른 승객이 신기했는지 뒷자석에 앉은 대통령의 모습을 촬영했지만, 이를 막는 경호원은 없었죠. 또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방미 일정 3일 동안 대사관저에서 먹고 자며 비용을 크게 줄이기도 했습니다. 현지 언론들은 오브라도르 대통령이 19만 페소(약 1,023만원)만 썼는데, 이는 전임자의 18분의 1 수준이라고 보도했습니다.

하지만 검소한 성정만으로는 지지율 70% 이상의 높은 인기를 전부 설명하기 부족해 보이는데요. 그는 어떻게 이토록 많은 사랑을 받을 수 있었을까요.


대통령 월급 삭감·면책 특권 폐지…소박한 정치 행보로 민심 사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멕시코 신임 대통령이 2018년 멕시코시티 소칼로 광장에서 열린 취임식에 참석해 손을 흔들고 있다. 멕시코시티=로이터 연합뉴스


오브라도르 대통령의 소박한 성품은 어린시절 성장 배경의 영향이 큰 듯해요. 1953년 태어난 그는 멕시코 남부 타바스코 주의 마을 테페티탄에서 상점을 운영하는 부모님을 도우며 자랐다고 해요.

그는 멕시코국립자치대 정치학과를 거쳐 23세 때 중도 우파 성향의 제도혁명당(PRI) 당원으로 정계에 입문했는데요. 1989년 중도 좌파 민주혁명당(PRD)으로 당적을 바꾸고 2000년 수도 멕시코시티의 시장으로 당선됐어요.

대통령 자리는 무려 삼수 끝에 거머쥐었습니다. 2006년과 2012년 민주혁명당 후보로 대선에 도전했다가 고배를 마셨는데, 2014년 국가재건운동당을 직접 창당한 후 2018년 대통령에 올랐죠. 당시 그는 좌파 정당 출신임에도 '멕시코 퍼스트'를 내세웠어요. 자국우선주의, 대중주의적 정치를 지향하면서 '멕시코의 트럼프'라는 별칭을 얻었죠. 이 외에도 이름의 머리글자를 딴 약자 ‘암로(AMLO)’라는 별명으로도 불립니다.

당시 뉴욕타임스(NYT)는 오브라도르 대통령의 당선을 놓고 "중도주의적 비전과 세계화를 받아들인 국가의 현 상태에 대한 멕시코인들의 명백한 거부”라고 해석했어요. 제도혁명당과 국민행동당(PAN) 등 중도 우파의 장기 집권으로 쌓인 부정부패, 불평등에 대한 국민의 불만이 폭발했다고 본 것이죠.

전 정권의 엔리케 페냐 니에토 전 대통령은 멕시코의 고질병인 부패와 마약 관련 폭력 사태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고, 부인이 고가 부동산 부정 취득 논란에 휘말리면서 민심을 잃었어요. 그러던 차에 오브라도르 대통령이 대선 공약으로 대통령 월급 삭감, 면책 특권 폐지 등을 약속한 거죠. 소박하고 투명한 정치를 강조하면서 부정부패에 지쳐있던 유권자의 환심을 산 겁니다.


코로나19에도 군중과 스킨십…안일한 대응으로 눈총도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가 확산하던 지난 3월 말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영상에서 국민에게 "아직 우리는 (감염병 확산) 1단계"라며 "외출을 멈추지 말라"고 말했다. 페이스북 영상화면 캡처


하지만 차면 넘친다는 말이 있죠.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서는 이런 서민적 행보가 되레 독이 됐는데요. 3월 자신의 지지기반인 농촌 지방을 순방할 당시 그는 바이러스 감염 위험에도 국민들과 스킨십을 적극적으로 이어갔습니다.

당시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군중 틈에서 사진을 찍거나 포옹, 볼키스까지 서슴없이 나누었죠. 그는 2월 말 멕시코에 코로나19 확진자가 처음 나온 이후 지금까지 공식적으로 마스크 착용을 권고하지 않았고, 자신도 모든 공식 일정을 마스크 없이 소화하고 있어요. 심지어 마스크 착용을 외면했던 트럼프 대통령이 마스크 쓰기를 권고하며 태세를 전환할 때에도 그는 '노마스크' 입장을 고수했으니, 고집이 어느 정도인지 알 만하죠.

유일하게 그가 마스크를 쓴 모습이 포착된 것은 7일 미국으로 가는 델타항공 여객기 안에서였어요. 델타를 포함한 대부분의 항공사는 승객의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하고 있죠. 멕시코 언론이 "대통령이 처음으로 마스크를 썼다"고 보도할 정도로 눈길을 끌었습니다. 만약 그가 전용기를 타고 이동했더라도 비행기 안에서 과연 마스크를 썼을까 하는 궁금증도 생기는데요.

검소하고 대중친화적인 그의 정치 행보가 멕시코의 방역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됩니다.

이소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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