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주민들이 제기한 소송 적법성 인정
'혈세 먹는 하마'라는 오명으로 불려온 용인경전철 사업에 대해 주민들이 사업 관련자의 손해배상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관련 주민소송이 제기된 지 7년여만이다. 이번 판결은 2005년 주민소송제(지방자치단체의 위법한 예산집행을 견제할 목적으로 지역주민이 소송을 제기할 자격을 인정하는 것) 도입 이후 지자체 민간투자사업에서 인정된 첫 사례다.
대법원 1부(주심 권순일 대법관)는 29일 '용인경전철 손해배상 청구를 위한 주민소송단'이 경기 용인시를 상대로 제기한 주민소송 상고심에서 "주민소송의 대상이 아니라 부적법하다고 판단한 원심에 오류가 있다"며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용인경전철은 2004년 민간사업자와 실시협약을 맺고 2010년 6월 완공됐지만, 3년 뒤에야 정식 개통됐다. 용인시와 시행사가 최소운영수입보장(MRG) 비율을 두고 갈등을 빚었기 때문이다. 이후 용인시는 시행사와 벌인 국제중재재판에서 패소해 이자 포함 8,500억여원을 물어줬고, 2016년까지 운영비ㆍ인건비 등으로 연간 295억원을 썼다.
게다가 개통 첫해인 2013년 경전철 실제 이용객은 일평균 약 9,000명에 불과해 기대했던 13만명에 한참 못 미쳤다. 주민들은 2013년 10월 "경전철 사업으로 용인시가 1조 32억원을 손해 봤다"며 주민소송을 냈다. 용인시가 이정문ㆍ서정석ㆍ김학규 등 전직 시장 3명과 수요 예측을 담당한 한국교통연구원 등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에 나서라는 요구였다.
1ㆍ2심은 주민소송 대상이 주민감사청구 내용과 '동일하지 않다'며 대부분 기각 또는 각하 처분했다. 현행법상 주민소송을 제기하려면 앞서 일단 주민감사청구 단계를 밟아야 하는데, 이때 제기한 감사 청구 내용과 손해배상 청구 내용이 정확히 일치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 1ㆍ2심은 관련자들의 고의나 과실도 입증되지 않는다고 봤다. 사실상 주민들의 패소였다.
그러나 이날 대법원은 해당 사업이 주민소송 대상이 된다면서, 전직 시장 등의 책임을 실제로 따져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주민소송은 감사청구와 '관련이 있는 것'이면 충분하고 동일할 필요는 없다"고 지적했다. 또 오류가 있는 용역 보고서를 제출한 한국교통연구원에 대해서도 주민소송 대상으로 명시된 '재무회계 행위'와 "관련됐다"고 보고 책임을 물을 수 있다고 봤다.
지자체의 민간투자사업 전반을 '재무회계 행위'로 판단, 예산을 낭비한 지자체와 사업 관계자를 상대로 주민소송을 해 낭비된 세금을 환수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대법원 관계자는 "2005년 1월 지방자치법 개정으로 주민소송제도가 도입된 이후 지자체가 시행한 민간투자사업 관련 사항을 주민소송 대상으로 삼은 최초 사례"라고 밝혔다.
이날 결과에 대해 소송단 측은 "(2002∼2006년에 용인시장을 지낸) 이정문 전 시장과 한국교통연구원 등에 대해서 책임 추궁이 가능하다고 판시했다"며 "대법원 스스로 새로운 법리를 선언한 전향적인 판결"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용인경전철은 명백한 수요예측 실패로 인해 탄생됐고, 그 손해는 주민들이 고스란히 떠안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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