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소비 확산으로 급격한 침체를 겪고 있는 대형마트의 한계를 뛰어넘고자 하는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의 도전이 이마트 내 대대적 변화를 이끌고 있다. 온라인이 할 수 없는 접객 효과를 이끌어 내야 한다는 그의 특명 아래 추진된 대표적인 전략이 식료품(그로서리) 확대다. 최근 이마트는 그로서리 차별화 전략 상품으로 '한우'를 택했다. 대형마트가 축적한 식품관리 기술을 접목해 다른 판매 채널에선 살 수 없는 상품을 다양하게 구비하는 것이 포인트다.
이마트는 한우 웻에이징(진공포장 상태로 일정온도에서 숙성해 고기의 풍미를 높이는 기법) 상품을 대폭 늘린다고 29일 밝혔다. 기존에는 등심, 채끝만 운영하던 한우 웻에이징 상품을 치마살, 부채살, 업진살, 앞치마살을 비롯해 비선호부위인 보섭살과 앞다릿살까지 8종으로 확대한다.
이마트가 고객 매출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등심, 안심, 채끝 등 구이용 판매 비중이 2018년 43%에서 2019년 48%까지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마트는 한우 가격이 비싸 수요가 고기 본연의 맛을 느낄 수 있는 구이용에만 몰리는 것으로 보고 비선호부위도 구이용으로 개발해 저렴한 가격에 한우 구이를 즐길 수 있도록 하기로 결정했다. 이번에 지방이 적어 주로 국거리나 불고기용으로 소비되던 보섭살을 웻에이징 등을 통해 구이용으로 구매할 수 있게 재탄생시킨 것이다.
구이용으로 만들기 위해 이마트는 웻에이징과 '텐더라이징' 기법을 사용했다. 텐더라이징은 철심으로 고기를 질러 근섬유를 찢는 방식으로 육질을 연하게 하는 기법이다. 이마트는 수 차례 시험을 거쳐 보섭살과 앞다릿살에 최적화된 숙성 온도와 기간, 철심을 찌르는 깊이와 횟수 등을 찾아내 구이용 상품을 내놓을 수 있게 됐다.
앞서 정용진 부회장은 이마트의 강점을 살리기 위해선 식품 전문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판단해 기존 상품본부를 그로서리본부와 비식품본부로 이원화하고 그로서리 상품을 늘리는 작업을 주문했다. 올해 총 투자의 30%에 해당하는 2,600억원을 매장 개편에 편성하고 월계점, 강원도 강릉점, 전남 순천점 등 그로서리 매장을 강화하는 작업을 추진했다. 장보기에 특화해 1, 2개에 그치는 일반적인 과일 품종도 10여개로 늘리는 식이다. 이번 한우 상품 확대도 상품성 향상을 통한 차별화 전략이라는 게 업계 분석이다.
변상규 이마트 한우 바이어는 "이마트만의 웻이이징과 텐더라이징 기법을 통해 이마트에서만 맛볼 수 있는 차별화된 한우를 추가한 것"이라며 "앞으로도 노하우와 다양한 시도를 통해 그로서리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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