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자 "선진국은 미국보다 싸게는 못 사"
아스트라제네카는 "이윤 안 남길 것" 선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개발 경쟁의 선두 제약사들이 '입도선매'에 나선 선진국 정부와 본격적인 공급 협상에 돌입하면서 '가격'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1인당 접종비용을 미국과 39달러(약 4만7,000원)에 계약한 다국적 제약사 화이자는 유럽 국가들에 이와 비슷하거나 높은 가격을 예고했다. 미 바이오업체 모더나는 10~20달러 더 비싼 판매가를 목표로 협상 중이다.
최근 대규모 3상 임상시험에 돌입한 모더나는 현재 개발 중인 백신 가격을 50~60달러(약 6만~7만원) 선에서 정할 것으로 보인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28일(현지시간) 협상 관계자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모더나의 백신은 1인당 2회씩 접종하는 방식이라 1회분 가격은 25~30달러 수준이다. 미국을 비롯한 고소득 국가와의 계약에만 이런 가격을 적용할 방침이며 다만 이는 목표일 뿐 최종 가격은 아니라고 FT는 전했다.
모더나의 경쟁업체로 역시 대규모 3상 임상을 시작한 화이자도 선진국에 차등적인 판매가를 적용키로 했다. 앨버트 불라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유럽연합(EU) 및 다수 회원국과 백신 공급을 논의 중"이라며 "모든 나라가 같은 양을 미국보다 싼 가격에 받지는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화이자는 지난 22일 미국과 1억회 접종분 공급 계약을 체결하면서 1인당 비용(2회 기준)을 독감 백신과 비슷한 39달러로 책정했다.
현재 백신 개발에 가장 근접한 것으로 평가되는 이들 업체는 '최종 관문'인 3상 임상을 통과할 경우 빠르면 연말부터 생산을 본격화할 수 있다. 공히 저소득국가들에는 가격을 낮춰 공급할 가능성이 있지만, 현실적으로 높은 가격을 부담하는 고소득국가들에 물량이 우선 배정될 수밖에 없다. 국제 비정부기구인 세계백신면역연합(GAVI)은 "선진국들이 경쟁적으로 백신 공급 계약을 체결하면 저개발국들은 백신 확보가 어려울 것"이라고 우려했다.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상황에선 제약사들이 적정 이윤을 추구해 백신이 고루 공급되도록 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모더나와 화이자는 지난 21일 미 하원 청문회에서 "백신으로 이윤을 얻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반면 아스트라제네카와 존슨앤존슨은 1차 확산에 대해선 실비 공급 방침을 밝혔다. 실제로 옥스퍼드대와 백신을 공동 개발 중인 아스트라제네카는 네덜란드ㆍ독일ㆍ프랑스ㆍ이탈리아와 맺은 사전 공급 계약에서 1회 접종분 가격을 4달러(약 4,800원)로 책정했다.
러시아와 중국은 자체 조달을 목표로 개발을 서두르고 있지만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러시아 당국자는 이날 "모스크바 소재 가말레야연구소가 내달 10일까지 백신을 승인할 것"이라고 밝혔다. 가오푸(高福) 중국 질병예방통제센터 주임은 26일 온라인 학술세미나에서 "최근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러시아는 임상시험도 마치지 않은 상태여서 정략에 따른 기술력 과시용이란 비판이 적지 않다. 가오 주임도 접종 시점과 어느 회사 제품인지를 공개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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