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성1호기 사업 중단 과정의 타당성을 들여다보고 있는 감사원에 정치권 시선이 쏠려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최재형 감사원장이 답을 정해놓은 감사를 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야당은 '여당이 최 원장을 겁박한다'고 한다. 정치권 공방이 치열해질수록 청와대 부담도 커지고 있다. 감사원이 '문재인 정부가 월성 1호기를 조기 폐쇄하기로 한 것은 부당하다'고 결론 내리면 정부의 탈원전 정책이 상처를 입게 된다. 조기 폐쇄가 타당하다는 결과가 나오면 '여권이 감사원을 흔들어서 그렇다'고 야권이 몰아붙일 것이다. 이르면 8월 중순 발표될 감사 결과가 주목받을 수록 청와대가 곤란해지지만, 이번 감사는 이미 어느 한 쪽이 질 수 밖에 없는 '정치적 이슈'가 됐다.
‘감사원 찍어내기’로 비칠라… 난감한 靑
'최재형'이라는 이름이 부각되는 것을 청와대는 내심 불편해 한다. '최 원장이 친(親) 원전 시각에 치우쳐 불공정한 감사를 하고 있다'는 여당의 공세도 달가워하지 않는다.
‘정부가 감사원에 외압을 가한다’는 프레임 자체가 청와대엔 독(毒)이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의 갈등이 부각되며 ‘청와대의 검찰 찍어내기’ 논란이 상당 부분 희석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감사 논란이 '권력기관 외압 시즌 2'로 비칠 수 있기 때문이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28일 “여당 목소리가 커지면서 ‘윤석열 사태 2탄’처럼 비치게 돼 난감하다”고 말했다.
경제성 있다? 없다? 어떤 결과 나오든 정권에 상처
감사원이 어떤 결론을 내든, 청와대는 내상을 입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감사원이 문재인 정부의 판단대로 ‘월성1호기는 경제성이 없다’는 감사 결과를 낸다면 '정권의 외압이 작용한 결과'라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다. 정부 관계자는 “문재인 정부 초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인 백운규 전 장관이 '최 원장이 감사를 편향적으로 몰아간다'는 주장을 들고 나와 전면에 나섰다"며 "정부와 ‘모종의 교감’이 있었던 게 아니냐는 시각이 있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백 전 장관은 2018년 월성1호기 폐쇄 결정 당시 산자부 장관이라 감사 대상에 올라 있다.
‘경제성이 있다’는 결론이 내려지면 더 문제다. 정부의 탈원전 정책의 신뢰도에 흠집을 내고, 추진력을 떨어뜨릴 수 있어서다. 월성1호기 폐쇄를 결정한 2018년 6월 산자부 산하 기관인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은 “계속 가동에 따른 경제성이 불확실하여 조기 폐쇄하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감사 결과가 이를 뒤집는다면, 정책 결정 책임론이 불거지고 보수 진영을 빌롯한 친원전 세력이 거세게 반발할 것이다.
與 “최 원장 행보, 묵과할 사안 아니다”
그럼에도 최 원장을 향한 여권의 비난 목소리는 계속 커지고 있다. 송갑석 민주당 의원이 이달 초 ‘최 원장이 친원전 시각을 바탕으로 강압 조사를 하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한 이후, 환경운동가 출신인 같은 당 양이원영 의원은 27일 '최 원장이 한국원자력연구원 및 보수 언론사 관계자와 친인척 관계'라는 점을 들어 업무상 배제를 요구했다. 고민정 의원도 페이스북에서 최 원장을 야당 대표에 빗대며 날을 세웠다.
민주당은 '감사원 흔들기'로 비칠 우려를 접어 두고 감사원을 계속 겨냥할 듯하다. 민주당의 초선 의원은 “최 원장이 정부 정책의 정당성에 의문을 제기한 만큼, 묵과할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감사원은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감사원 관계자는 “감사 결과가 아닌 감사 과정을 두고 이렇게 많은 말이 오가는 상황은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최 원장은 29일 국회 법제사법위에 출석한다. 그의 입에 시선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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