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50년 뒤, 강원도에서 감귤 농사 짓는다고?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50년 뒤, 강원도에서 감귤 농사 짓는다고?

입력
2020.07.28 17:07
수정
2020.07.28 17:24
0 0

한반도, 지리적으로 온난화에 더 취약
온실가스 감축 없으면, 21세기 말 폭염일 3배 증가
각종 감염병도 폭발적으로 증가할 듯

내륙 대부분 지역에서 낮 기온이 30도 이상 오른 지난 9일, 서울 청계천을 찾은 시민들이 내리쬐는 태양 아래를 걷고 있다. 뉴스1

내륙 대부분 지역에서 낮 기온이 30도 이상 오른 지난 9일, 서울 청계천을 찾은 시민들이 내리쬐는 태양 아래를 걷고 있다. 뉴스1

이대로 온실가스를 배출하면, 21세기 말 한반도에는 33도가 넘는 폭염이 한 달 넘게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한국은 온난화의 영향으로 이르면 50년 뒤부터 강원도에서 감귤 농사가 가능해지고 각종 감염병이 창궐하는 등 사회 전반에 급격한 변화가 나타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환경부와 기상청은 28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한국 기후변화 평가보고서 2020'을 공동으로 발간했다. 한반도를 대상으로 2014~2020년 발표된 총 1,900여편의 국내외 연구를 분석해 집대성한 결과다.

분석 결과, 한국은 전 지구적 위기인 온난화에 유독 취약했다. 지구의 평균 지표 온도가 1880~2012년 사이 0.85도 상승한 반면, 한국은 1912~2017년 동안 1.8도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집계 시기는 일치하지 않지만 더 짧은 기간, 더 많이, 오른 셈이다.

보고서 작성에 참여한 박태원 전남대 지구과학 교육과 교수는 "한반도는 지리적으로 대륙성 기후와 해양성 기후의 영향을 모두 받다 보니, 온난화와 같은 기후 변화에 더 민감하다"고 설명했다.

한국산 나비는 매년 1.6㎞씩 북으로 전진한다

지난 8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루한시크 지역의 오스코놀리브카 마을에서 소방대원들이 폭염으로 발생한 산불을 진화하고 있다. 소방당국은 이 산불로 최소 5명이 숨지고 9명이 다쳤다고 밝혔다. 루한시크=AP 뉴시스

지난 8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루한시크 지역의 오스코놀리브카 마을에서 소방대원들이 폭염으로 발생한 산불을 진화하고 있다. 소방당국은 이 산불로 최소 5명이 숨지고 9명이 다쳤다고 밝혔다. 루한시크=AP 뉴시스

한반도가 갈수록 뜨거워지고 있다는데 이견은 없었다. 2011~2017년 연평균 기온은 13도로 △1980년대 12.2도 △1990년대 12.6도 △2000년대 12.8도에 이어 꾸준히 오름세다. 1970년대 이후 33도가 넘는 폭염일수는 10년 단위로 0.89일씩 증가했고, 여름 밤 최저기온이 25도 이상인 열대야 발생일수는 이보다 많은 0.96일씩 늘어났다. 한반도 주변 해양 표면 수온은 1984~2013년 연간 0.024도, 해수면은 1989~2017년 연간 2.9㎜ 상승했다.

온난화로 한반도에 거주하는 생물의 서식 환경도 바뀐지 오래다. 지속된 수온 상승으로 참가리비의 양식 남방한계는 1980년대 포항 연안에서 2000년대 이후 강원도 북부 해역으로 옮겨왔다. 남방계인 한국산 나비의 북방한계선은 지난 60년(1950~2011년) 동안 해마다 1.6㎞씩 북상했다.

여름철 집중호우, 태풍의 빈도와 강도가 점차 세지는 것도 온난화로 기후 변동성이 커진 탓이다. 1912~2017년 집중호우(일 80㎜ 이상)는 10년마다 0.07일, 7.54㎜씩 증가했다. 한반도 주변 태풍 발생빈도는 1977~1994년 22회에서 1995~2012년 26회로 늘었다.

33도 넘는 폭염, 21세기 말에는 한 달 내내

지난달, 전남 해남군 북평면 와룡리의 한 하우스에서 아열대 작물인 바나나가 익어가고 있는 모습. 해남=연합뉴스

지난달, 전남 해남군 북평면 와룡리의 한 하우스에서 아열대 작물인 바나나가 익어가고 있는 모습. 해남=연합뉴스

보고서는 온실가스 감축 노력에 따라 21세기 말 한반도 연평균 기온은 2.9~4.7도 상승하고, 강수량은 3.3~13.1% 늘어날 것이라고 예측했다. 한국 평균 해수면도 37.8~65.0㎝ 오를 수 있다고 경고했다. 폭염일수는 연간 10.1일에서 21세기 후반에는 35.5일로 3배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현재 추세로 온실가스가 저감 없이 배출되는 '대표농도경로(RCP) 8.5'를 가정할 경우 변화는 더 급격히 일어났다. 벚꽃의 개화시기는 2090년에 현재보다 11.2일 빨라지며, 소나무 숲은 2080년대에 지금보다 15% 줄어들 것으로 예측됐다.

21세기 말 한국의 벼 생산성은 25% 이상 감소하고 사과의 국내 재배지는 사라지는 대신, 감귤은 강원도에서도 재배가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기온이 1도 오를 때마다 매개 감염병인 쯔쯔가무시증, 말라리아 발생률이 각각 4.27%, 9.52~20.8% 증가하고, 살모넬라, 장염비브리오 등으로 인한 식중독이 급증해 인류를 위협할 것이라고 보고서는 경고했다.



송옥진 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