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지리적으로 온난화에 더 취약
온실가스 감축 없으면, 21세기 말 폭염일 3배 증가
각종 감염병도 폭발적으로 증가할 듯
이대로 온실가스를 배출하면, 21세기 말 한반도에는 33도가 넘는 폭염이 한 달 넘게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한국은 온난화의 영향으로 이르면 50년 뒤부터 강원도에서 감귤 농사가 가능해지고 각종 감염병이 창궐하는 등 사회 전반에 급격한 변화가 나타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환경부와 기상청은 28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한국 기후변화 평가보고서 2020'을 공동으로 발간했다. 한반도를 대상으로 2014~2020년 발표된 총 1,900여편의 국내외 연구를 분석해 집대성한 결과다.
분석 결과, 한국은 전 지구적 위기인 온난화에 유독 취약했다. 지구의 평균 지표 온도가 1880~2012년 사이 0.85도 상승한 반면, 한국은 1912~2017년 동안 1.8도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집계 시기는 일치하지 않지만 더 짧은 기간, 더 많이, 오른 셈이다.
보고서 작성에 참여한 박태원 전남대 지구과학 교육과 교수는 "한반도는 지리적으로 대륙성 기후와 해양성 기후의 영향을 모두 받다 보니, 온난화와 같은 기후 변화에 더 민감하다"고 설명했다.
한국산 나비는 매년 1.6㎞씩 북으로 전진한다
한반도가 갈수록 뜨거워지고 있다는데 이견은 없었다. 2011~2017년 연평균 기온은 13도로 △1980년대 12.2도 △1990년대 12.6도 △2000년대 12.8도에 이어 꾸준히 오름세다. 1970년대 이후 33도가 넘는 폭염일수는 10년 단위로 0.89일씩 증가했고, 여름 밤 최저기온이 25도 이상인 열대야 발생일수는 이보다 많은 0.96일씩 늘어났다. 한반도 주변 해양 표면 수온은 1984~2013년 연간 0.024도, 해수면은 1989~2017년 연간 2.9㎜ 상승했다.
온난화로 한반도에 거주하는 생물의 서식 환경도 바뀐지 오래다. 지속된 수온 상승으로 참가리비의 양식 남방한계는 1980년대 포항 연안에서 2000년대 이후 강원도 북부 해역으로 옮겨왔다. 남방계인 한국산 나비의 북방한계선은 지난 60년(1950~2011년) 동안 해마다 1.6㎞씩 북상했다.
여름철 집중호우, 태풍의 빈도와 강도가 점차 세지는 것도 온난화로 기후 변동성이 커진 탓이다. 1912~2017년 집중호우(일 80㎜ 이상)는 10년마다 0.07일, 7.54㎜씩 증가했다. 한반도 주변 태풍 발생빈도는 1977~1994년 22회에서 1995~2012년 26회로 늘었다.
33도 넘는 폭염, 21세기 말에는 한 달 내내
보고서는 온실가스 감축 노력에 따라 21세기 말 한반도 연평균 기온은 2.9~4.7도 상승하고, 강수량은 3.3~13.1% 늘어날 것이라고 예측했다. 한국 평균 해수면도 37.8~65.0㎝ 오를 수 있다고 경고했다. 폭염일수는 연간 10.1일에서 21세기 후반에는 35.5일로 3배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현재 추세로 온실가스가 저감 없이 배출되는 '대표농도경로(RCP) 8.5'를 가정할 경우 변화는 더 급격히 일어났다. 벚꽃의 개화시기는 2090년에 현재보다 11.2일 빨라지며, 소나무 숲은 2080년대에 지금보다 15% 줄어들 것으로 예측됐다.
21세기 말 한국의 벼 생산성은 25% 이상 감소하고 사과의 국내 재배지는 사라지는 대신, 감귤은 강원도에서도 재배가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기온이 1도 오를 때마다 매개 감염병인 쯔쯔가무시증, 말라리아 발생률이 각각 4.27%, 9.52~20.8% 증가하고, 살모넬라, 장염비브리오 등으로 인한 식중독이 급증해 인류를 위협할 것이라고 보고서는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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