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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7 전부터 준비"... 박원순 마지막 작품, 정부 대책에 포함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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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7 전부터 준비"... 박원순 마지막 작품, 정부 대책에 포함되나

입력
2020.07.28 06:53
수정
2020.07.30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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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 상업지구 초고밀 개발로 '박원순 35층룰' 유지
신도시 아닌, 직장근처 '신도심' 개발로 젊은층 공략
박시장 사망 직전, 서울시-국토부 보도자료까지 '합의'

정부가 이르면 이번 주에 서울 등 수도권 주택 공급 확대 방안(공급보완대책)을 발표한다. 대책엔 공공부지와 국책연구기관 등의 이전부지 등이 주택공급부지로 제시될 것으로 보이며 도심 고밀 개발을 위한 용적률 상향이 3기 신도시는 물론 용산정비창 등 공급 확정 부지에 적용돼 수도권 공급량을 늘리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사진은 27일 경기도 수원시내 아파트 단지의 모습. 뉴스1

정부가 이르면 이번 주에 서울 등 수도권 주택 공급 확대 방안(공급보완대책)을 발표한다. 대책엔 공공부지와 국책연구기관 등의 이전부지 등이 주택공급부지로 제시될 것으로 보이며 도심 고밀 개발을 위한 용적률 상향이 3기 신도시는 물론 용산정비창 등 공급 확정 부지에 적용돼 수도권 공급량을 늘리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사진은 27일 경기도 수원시내 아파트 단지의 모습. 뉴스1


정부의 전방위 ‘그린벨트 해제’ 압박에 대응해 생전 박원순 서울시장은 ‘4대문 안’ 개발 카드를 포함한 비교적 ‘파격적’ 수준의 부동산 정책을 준비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4대문 안 개발’은 주변 주택 가격을 비교적 덜 자극하면서도 ‘직주근접’ 주택 공급을 늘릴 수 있다. 정부의 공급확대 정책에 부응도 하고 개발이 정체된 도심에 활기도 불어넣기 위한 다중포석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특히, 사실상 박 전 시장의 '마지막 작품' 발표 시기를 놓고 박 시장을 지근 거리에서 보좌하던 별정직 공무원들과 시 공무원들 사이 갈등도 있었던 것으로 뒤늦게 알려졌다.


획기적 용적률 완화 ‘수요 큰 곳’에 공급

최병천 전 서울시 정책보좌관은 27일 본보와의 전화통화에서 “4대문 안 지역은 상업지구가 많아 용적률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릴 수 있다”며 “박 시장은 의도적으로 시 중심부의 노른자위 땅을 내 놓을 예정이었다”고 말했다. 정부의 그린벨트 해제를 통한 공급 확대가 아닌 용적률, 층수 제한 등의 규제를 완화하는 방식으로 공급을 확대하는 ‘박원순표’ 주택정책을 추진했다는 뜻이다. 박 전 시장은 정부의 그린벨트 해제 요청과 움직임에 “그린벨트 보호는 서울시의 철학”이라며 마지막까지 반기를 든 바 있다.

최 전 보좌관에 따르면 서울시는 도심 건물의 최대 용적률을 1,250%까지 풀어 도심의 고밀도 개발을 준비했다. 상업지역 용적률을 최대 800%로 정해놓고 있는 서울시 입장에서는 파격적인 조치다. 도심 개발은 남대문ㆍ을지로ㆍ서대문ㆍ동대문권 등 4개 권역으로 나눠 논의했으며, 이 경우 소규모 필지를 모아 약 6,000가구를 도심에 공급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서울시 산하 서울주택도시공사(SH)가 공공재개발 형식으로 개발에 나서는 방식이다.


‘35층 박원순룰’ 지키면서도 초고밀 개발

최 보좌관은 또 “상업지구는 현재 용적률 800%를 적용 받고 있지만, 주택공급활성화지구 지정을 통해 최대 1,250%로 잡을 수 있다”며 “상업지구이기 때문에 기존 주거용 건축물의 35층 제한 규정을 바꾸지 않고도 그 이상으로 지을 수 있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4대문 안 고밀도 개발 외에도 시가 소유한 부지도 최대한 활용한다는 것도 박 전 시장의 계획이었다. 대표적인 서울시 소유지는 마포구 상암디지털미디어시티(DMC)와 강남구 삼성동의 서울의료원 부지로, 각각 7,000가구, 1만5,000가구를 지을 수 있을 것으로 예측됐다. 최 전 보좌관은 “이 땅들은 모두 ‘노른자위’로 불리는 땅”이라며 “서울시는 이 땅들을 이번에 내놓는 것도 계획에 포함돼 있었다”고 말했다.

특히, 이들 부지에 지어진 주택을 지분적립 방식으로 분양, 정부 정책과도 차별성을 꾀하려고 했다는 게 박 전 시장 비서실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분양가의 일부만 낸 뒤 소유권을 챙기게 하되, 이후 단계적으로 전체 지분을 획득할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이다. 과거 이명박 정부 때 보금자리주택(분납형 임대아파트) 분양 당시 처음 선보인 것으로, 당시 20년 동안 모두 네 차례에 걸쳐 분납할 수 있도록 한 방식이다.


“정부 6ㆍ17 대책 전부터 준비… 국토부 관심”

실제 전 비서실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 같은 서울시 정책들은 정부의 6ㆍ17 부동산대책 발표 전부터 준비됐다. 한 관계자는 “당초 이 같은 내용들을 포함한 ‘박원순표’ 부동산 정책을 지난 13일 시장이 직접 발표할 예정이었는데 갑작스러운 유고 사태를 맞으면서 중단됐다”며 “국토부가 관심을 보이던 정책이었고, 그래서 박 시장이 돌아가신 뒤에도 별정직 공무원들이 국토부랑 직접 담판을 지어 발표할 계획까지도 세웠다”고 말했다. 서정협 서울시장 권한 대행 등 시 공무원들이 뜸을 들였고, 시와의 채널이 완전히 사라지기 전에 박 전 시장의 생전 ‘마지막 작품’을 세상에 내놓는 게 그들의 역할이라고 생각했다는 것이다. 박 전 시장은 9일 실종, 숨진 채 발견됐다.

이 관계자는 또 “(서울시가 발표에 시간을 끌어) 고한석 비서실장이 단독으로 기자회견도 할 생각을 했다"고도 했다. 하지만 박 전 시장이 성추행 혐의로 자신이 피소된 사실을 인지한 시점을 놓고 고 실장이 핵심 수사 대상이 되면서 이 같은 ‘박원순 마지막 작품’ 발표는 물거품이 된 것으로 보인다. 그는 “보도자료 작성까지도 합의가 됐었다”고 강조했다.


“정부 대책에 '박원순 마지막 정책' 포함되길 바라”

최 전 보좌관은 더불어민주당의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 연구위원 출신이다. 지난 4월 서울시에 합류했다. 대선 후보 선호도 조사에서 바닥 수준을 기고 있던 박 전 시장의 지지율 반전을 위해 영입됐다. 그러나 박 전 시장의 사망과 함께, 3개월 만에 면직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울시가 함구하고 있는 있는 정책들을 밖에서 밝히고 있는 데 대해 그는 “정부가 준비중인 주택 공급확대 정책에 이 같은 내용이 포함되기를 원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최 전 보좌관의 이 같은 이야기는 동시에 현재 서울시가 그 만큼 정부와 대화가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국토부 관계자도 서울시와 협의 여부를 묻는 말에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정책 수립 과정에서 또 서울시와의 갈등 등 다른 오해를 살 것을 우려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앞서 그린벨트 해제 문제를 놓고 양측은 갈등을 빚은 바 있다.

조만간 공개될 정부의 주택 공급확대 정책 발표를 앞두고, ‘박원순 없는’ 서울시도 어느 정도 그 틀에 맞춰 대책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 고위 관계자는 “정부 공급확대 대책 발표가 30일쯤, 이르면 29일 열리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정부가 먼저 발표하고 나면 시의 입장을 담아 백프리핑 형식으로 이야기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민승 기자
박민식 기자
강진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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