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층간소음 왜 못잡을까

입력
2020.08.01 04:30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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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어를 1m 높이로 들어 올렸다 떨어트리는 ‘뱅머신’ 방식으로 층간소음을 건설사 직원이 측정하고 있다. 2022년부턴 아파트 완공 뒤 소음 차단성능을 확인하는 ‘사후확인제’로 측정 제도가 바뀐다. 대림산업 제공

타이어를 1m 높이로 들어 올렸다 떨어트리는 ‘뱅머신’ 방식으로 층간소음을 건설사 직원이 측정하고 있다. 2022년부턴 아파트 완공 뒤 소음 차단성능을 확인하는 ‘사후확인제’로 측정 제도가 바뀐다. 대림산업 제공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층간소음 문제가 늘어나는 추세다. 층간소음 이웃사이센터에 따르면 올해 2~5월 접수된 관련 민원은 전년동기 대비 1.3배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생활 속 거리두기 등으로 집에 머무는 시간이 많다 보니, 자연스레 소음 발생 빈도가 늘어난 탓이다. 층간소음은 2000년대 중반부터 사회문제로 떠오르면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그리고 건설업계에서도 각각 해결책을 모색하고 있지만, 문제는 여전하다. 층간소음 발생 원인이 과학과 경제적 영역에 접해 있기 때문이다. 층간소음에 대해 알아봤다.

왜 발생할까

층간소음은 바닥에 충격을 줘 생기는 일종의 진동이다. 주로 사람이 움직일 때 짚는 발뒤꿈치에서 발생한다. 테이블을 끌거나 가벼운 물체가 떨어져 생기는 충격음과 다르게 중량충격음인 저주파 진동을 띄고 있어, 아래층까지 잘 전달되는 특징이 있다.

진동은 보통 고주파와 저주파로 나뉘는데, 고주파는 대화나 음악 등 일반소리는 우리 귀에 잘 들리는 음파로 이뤄져 있다. 짧은 파장을 하고 있어, 바닥인 콘크리트를 쉽게 통과하지 못한다. 즉 해당 공간에만 주로 파문이 퍼져 큰 소리로 나타나는 식이다.

반면 발걸음에서 생기는 저주파는 저음의 긴 진동을 유발해 바닥을 뚫고 간다. 에너지를 포함한 떨림이 발생해 반복해서 들으면 두통, 어지럼증 등 부작용이 일기도 한다. 이런 원리를 이용, 층간소음 보복제품으로 저음용인 우퍼스피커를 사용하기도 한다. 우퍼는 보통 20~99Hz의 낮고 긴 파장을 발생해 위층으로 이동 시켜 이웃에게 고통을 주기엔 충분하다.

음파 기준으로 보면 어린이가 있는 집에서 필수품이 된 소음 방지 매트는 층간소음 방지 제품으로 적합하지 않다. 푹신하게 제작되다 보니 댐핑 효과가 지나쳐, 어린이들이 뛰면서 만든 중량충격음을 바닥과 벽에 그대로 전달시킨다. 실제 한국소비자원이 2013년, 2018년 등 2차례에 걸친 실험에서 매트 9개 제품은 중량 충격음을 불과 5㏈~7㏈만 낮춰 사실상 효과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 관계자는 “헬스장, 체육관 등에서 사용하는 방진고무처럼 고밀도로 매트가 제작되지 않는 한 층간소음 해소에 도움이 안 된다”며 “차라리 실내 슬리퍼 등을 신어 발뒤꿈치가 바닥에 충격을 덜 주게 하는 게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아파트 등 공동주택이 구조적으로 저주파 울림에 취약하다는 점도 층간소음을 잘 유발하는 요인이다. 건물 구조는 대체로 벽식과 기둥식으로 구분되는데, 국내는 대부분 벽식구조를 채택하고 있다. 벽식 구조는 기둥 없이 벽이 위층을 떠받치고 있는 형태다. 바닥과의 접점이 상대적으로 넓다 보니, 저주파 진동 전달이 잘 된다. 비어 있는 네모난 상자를 두드리면 진동 증폭(공진현상)이 잘 되는 것과 같은 원리다. 건설업계에선 벽식 구조에선 8층에서 발생한 진동이 7층, 6층뿐만 아니라 위층인 9층에도 전달된다고 볼 만큼 진동에 취약하다.

시공비 늘리지 않고선 못 막을까

기둥식 구조는 상대적으로 층간소음 예방에 효과가 있지만, 국내 건설업계에선 벽식 구조를 택한다. 기둥식보다 내부공간을 자유롭게 설계할 수 있는 데다, 시공 일정까지 단축할 수 있어서다. 한국주택협회에선 전용면적 85㎡ 기준으로 시공비가 벽식구조보다 최소 500만 원 이상 더 든다고 추정한다.

층간소음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바닥 두께도 마찬가지다. 공동주택 바닥은 대체로 기본 뼈대인 콘크리트 슬래브(210㎜) 위에, 소음차단을 위한 차음재(20㎜)인 압축 스티로폼이나 고무판 등을, 그리고 경량 기포콘크리트(40㎜)와 마감 모르타르(40㎜), 장판ㆍ마루 등 바닥 마감재(10㎜) 등을 각각 덮어 이뤄진다.

이 기준은 2005년 7월 이후 신축된 공동주택부터 적용됐다. 그전에는 슬래브를 120~180㎜로 맞추다가 층간소음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자, 해결책으로 두께를 늘린 것이다.

토지주택연구원의 ‘공동주택 바닥충격음 저감 설계ㆍ시공 제어 요인 분석 연구’자료에 따르면 슬래브 두께를 100~400㎜로 변화를 줬더니, 두께가 30㎜ 증가할 때마다 중량충격음이 1.5㏈ 줄었다. 바닥을 두껍게 할수록 진동 해소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재료도 영향을 미친다. 주로 크랙 방지용으로 사용되는 마감 모르타르를 80㎜ 이상으로 하면 최고 30㏈이 저감되고, 완충재 역시 두께를 30㎜에서 60㎜로 2배 두껍게 하면 100Hz 미만 주파수 대역에서 발생하는 공진에 의한 증폭 현상을 제어한다.

이런 사실을 건설사들도 알고 2010년 초중반에만 해도 바닥 슬래브를 250㎜로 시공하기도 하고, 차음재를 2배가량 두꺼운 60㎜를 적용하기도 했다. 그러나 두께가 증가한 만큼 건축비 상승이 불가피했다. 자재 투입이 늘어나고, 이에 따른 하중 증가로 바닥 보강 등 추가작업이 이뤄져야 했기 때문이다. 슬래브만 하더라도 면적 85㎡인 기준으로 두께를 150㎜에서 210㎜로 키우면 공사비가 140만 원 이상 더 든다는 게 관련업계 설명이다.

이 때문에 최근에는 각 시공별로 층간소음에 대한 재료, 조화, 시공법 등의 균형점을 찾은 설계를 하고 있다. 대림산업이 최근 특허 출원한 층간소음 해소법인 3중 처리기법이 대표적이다. 콘크리트 슬래브 위에 3개의 층을 겹겹이 쌓아 층간소음을 걸러주는 방식은 기존 시공법과 동일하다.

차이점은 경량 기포콘크리트를 생략하고 크랙 방지용 모르타르 층을 추가했다는 점이다. 시멘트와 모래를 섞어 만든 자재인 모르타르는 바닥면을 평평하고 단단하게 해주는 역할을 하는데, 발걸음 진동을 상대적으로 덜 전달하는 필터 역할을 한다는 게 대림 측 의견이다. 특히 마감 모르타르는 밀도가 경량 기포콘크리트보다 높아, 비용 상승이 불가피하지만, 대림은 가장 효과 높은 두께를 찾음으로써 이를 극복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본수 대림산업 스마트에코팀 연구원은 “시공비를 기존과 비슷하게 하면서도 중량충격음을 낮췄다는 데 이번 특허의 의미가 있다”며 “ 뛰어난 소음 차단 기술과 비용의 조화를 찾는 게 앞으로 소음 차단의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관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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