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북측 내 확진자 발생 핑계로 삼기 위한 것"
방역 당국 "확진자는 물론 의심환자도 아니다"
북한이 26일 북한이탈주민(탈북민)이 재입북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런데 재입북 사실보다 그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로 의심된다는 사실을 더 강조했죠. 그러면서 개성을 전면 봉쇄하는 등 국가비상방역체계를 비상체제로 전환하기도 했죠.
우리 방역 당국이나 국내 전문가들은 재입북한 것으로 추정되는 김모(24)씨를 둘러싼 북한의 조치 등을 봤을 때 그가 코로나19 환자가 아닐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다고 봅니다. 그럼에도 왜 북한은 코로나19 의심자가 남한으로부터 유입됐다고 밝힌 걸까요.
"남한 탓 코로나 확산" 책임 떠넘기기?
지금까지 북한은 코로나19 환자가 발생하지 않았다면서 '코로나 청정국'이라고 주장해왔죠. 하지만 실제론 감염병 확산에 골머리를 앓던 북한이 책임을 남한과 탈북민에 전가하려고 한다는 분석인데요.
홍현익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27일 KBS라디오 '김경래의 최강시사'에서 "들리는 이야기에 의하면 개성도 벌써 (코로나19) 환자가 발생했다"고 전했습니다. 홍 연구위원은 "남한에서 탈북자가 돌아왔다고 하니까 이참에 이 사람이 균을 가지고 와서 퍼뜨렸다, 한국 때문에 그렇게 됐다, 결국 북한 당국의 책임이 아니다(라고 하려는 것)"이라고도 덧붙였어요.
코로나19 증상을 보이는 환자가 서해 강화도에서 수영으로 바다를 건너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사실을 지적하는 이들도 있었습니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코로나19에 걸린 사람이 몇 시간씩 헤엄쳐서 강을 건널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북한 당국의 조작 가능성이 커 보인다"고 말하기도 했어요.
우리 방역 당국도 북한의 주장을 반박하고 나섰어요. 재입북한 것으로 추정되는 김씨는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적이 없는 것은 물론 접촉자로 분류된 적도 없다는 겁니다. 윤태호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은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정례브리핑에서 "이 분이 코로나19 의심 환자인지는 우리 쪽 자료로는 확인되고 있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내부 결속 메시지로도 이용 가능해
코로나를 명분으로 내세워 사회 분위기를 다잡는 목적도 있다고 합니다. 북한은 지난달에도 대북전단 살포에 나선 탈북자를 ‘쓰레기’로 비난하며, 탈북자들이 페트병에 바이러스를 묻혀 북한으로 보내려 한다고 북한 주민들을 단속한 바 있죠. 이번 김씨의 재입북을 통해서도 "탈북해봐야 코로나19 걸려서 돌아온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효과가 있다는 겁니다.
또 코로나19가 확산되더라도 '원인'인 남한에 보건ㆍ방역을 요구할 수 있게되는 등 "재탈북 사태 하나로 너댓 가지 이용해먹는 것"(홍 연구위원)이 가능해진 상황입니다.
다만 북한이 코로나19 환자를 제대로 가려낼 검사 능력을 갖췄는지는 확인되지 않았어요. 조선중앙통신은 앞서 월북자 김씨의 상기도 분비물과 혈액에 대한 여러 차례 검사를 했다고 보도했으나, 확진됐다고는 보도하지 않은 바 있습니다. 홍 연구위원은 앞으로김씨를 북측의 '선진 의료체계' 선전에 활용할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그는 "이 사람이 사실은 (코로나19에) 안 걸렸을 가능성이 더 크기 때문에 한 일주일 있다가 환자였는데 '우리가 고쳤다'면서 우리 방역체제가 훨씬 더 좋다, 이렇게 또 활용할 수도 있다"고 전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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