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은 중징계, 공공은 솜방망이... 이러니 공직사회 성비위 계속된다

이전기사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저장이 취소 되었습니다.

민간은 중징계, 공공은 솜방망이... 이러니 공직사회 성비위 계속된다

입력
2020.07.28 01:00
0 0

지방공무원 성비위 특히 경징계 많아 55% 달해
국가공무원도 징계받고 소청심사에서 '부활'
빨리 수습하려는 기업들과 달라 솜방망이 징계 많아

황인식 서울시 대변인이 22일 오후 서울시청 브리핑실에서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의혹 피해자 지원 단체 2차 기자회견에 대한 서울시 입장 발표에 앞서 인사하고 있다. 뉴시스


부하직원에게 성희롱 발언과 신체 접촉을 일삼고 사적 용무가 있을 때 운전을 강요했던 경찰 간부 A씨. 그는 수차례에 걸쳐 비인격적인 행위를 했다는 이유로 '강등'이라는 중징계에 처해졌다. 하지만 A씨는 인사혁신처 소청심사위원회에 소청심사를 제기한 끝에 정직 3개월로 최근 감경 결정이 내려졌다.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사건에 이어 고용노동부의 고위 간부가 부하 직원을 성희롱 했다는 의혹으로 지난 23일 직위해제되는 등 공직사회의 성비위 사건이 끊이지 않고 있다. 27일 고용부는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책임을 묻겠다"고 밝히며 해당 간부에 대한 무거운 징계 가능성을 내비쳤지만,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공무원 사회의 성비위가 쉽게 사라질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공직사회의 경우 브랜드 이미지 실추를 막기 위해 비교적 무거운 징계를 내리고 사건을 빨리 수습하려는 민간 기업들과 달리 '솜방망이' 처벌이 잦아서다.

27일 정의당 이은주 의원실에 따르면 최근 5년간(2015~2019년) 성폭력ㆍ성희롱ㆍ성매매 등 성비위로 징계받은 국가공무원과 지방공무원은 각각 1,049명, 461명에 달했다. 성비위로 징계받은 국가공무원 가운데 33.3%가 견책과 감봉 등 경징계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지방공무원의 성비위 징계사례는 지난 5년간 2.5배가 증가했지만 국가공무원보다 처벌 수위는 더 약했다. 절반 이상인 55.5%가 경징계에 처해졌다. 정직 및 강등은 31.9%, 12.6%만이 해임과 파면 처분을 받았다. 특히 지난 5년간 성매매로 중징계를 받은 지방공무원은 해임이 1명, 파면이 1명이었다.

이 의원실은 "국가공무원은 그나마 인사혁신처가 부처별 징계 현황과 사후 조치 결과 등을 파악하고 있지만, 지방공무원의 비위 징계는 일반적으로 지방자치단체 인사위원회의 의결을 거쳐 각 임용권자가 혐의자에게 직접 처분하는 방식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지방자치단체 내 성비위 사건이 은폐ㆍ축소되기 쉬운 구조"라고 지적했다.


22일 오전 서울 중구 한 기자회견장에서 열린 '서울시장에 의한 위력 성폭력 사건 2차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여론을 의식해 기관에서 사건 발생당시에는 파면이나 해임 등 강한 징계를 내려도 이후 소청심사를 통해 경감해 주거나 원직 복직까지 이어지는 경우도 많다. 김수경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여성국장은 "공직사회에서는 소청심사위원회의 힘이 굉장히 강해서 징계를 받아도 (소청심위에서)부활하는 경우가 많다"며 "스쿨 미투로 고발됐던 교사들이 현직으로 돌아오는 사례도 대부분 소청심위를 통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소청심위의 판단 역시 젠더 감수성과 거리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강등'에서 '정직 3개월'로 경찰간부 A씨의 징계를 감경한 소청심위는 감경 사유로 △소청인이 부서장으로서 소속 직원들을 독려한 게 질책으로 받아들여졌을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기 어려운 점 △소청인 부임 이후 해당 경찰서의 수사 실적이 우수했음을 고려하면 소청인의 비위로 인해 조직 결속이 심대하게 저하됐다고 보기 어려운 점△정년이 얼마 남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해 "원처분이 과중한 측면이 있다"고 판단했다.

이는 기업들이 밖으로 알려지는 것을 우려해 성비위 사건에 대해 초기에 강경대응 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김 국장은 "내부 성폭력 사건을 겪은 기업들의 경우 평소 성차별 발언도 블랙리스트로 올리거나, 금융권 큰 사업장의 경우 성희롱 사건 발생시 정리해고 첫 순위에 올리는 등 어떻게든 정리하려 한다"고 말했다. 민간기업에서는 소청심사위와 같은 재절차 과정 대신 고용부 산하 중앙노동위원회에 따로 구제를 신청해야 한다.

기관장이 성비위 사건의 가해자일 경우 민간기업들과 비교해 신고와 처리가 힘들어 공직사회의 성비위가 많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 의원실은 "인사혁신처가 지난 해 4월 '국가공무원 성희롱 성폭력 신고센터'를 개설했지만 상담인력이 단 1명에 불과하다"며 "신고센터 확충을 비롯, 공무원의 성비위를 중앙에서 일괄적으로 관리할 방안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박소영 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저장이 취소 되었습니다.

한국일보가 직접 편집한 뉴스 네이버엣도 보실 수 있습니다. 뉴스스탠드에서 구독하기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