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상반기 900억원… 전기승용차 보조금의 43%
전기버스는 중국산이 35% 수령… "보조금제 개편을"
올해 상반기 국내 전기차 시장에서 미국 테슬라(승용차), 중국 피라인(버스) 등 수입업체 제품들이 보조금 960억원가량을 가져간 것으로 조사됐다. 업계에선 국내 산업에 기여가 적은 외국기업에 전기차 보조금이 쏠리고 있어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26일 한국자동차산업협회가 발간한 '2020년 상반기 전기차·수소차 판매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올 상반기 전기차는 전년 동기 대비 23.0% 증가한 2만2,267대 판매됐다.
차종별로는 전기승용차가 1만6,359개 판매돼 지난해 상반기보다 2.7% 감소했다. 전기화물차는 신모델 출시, 운송사업 허가 혜택 등으로 전년 동기 대비 300배 이상 증가한 5,031대가 팔렸다. 전기버스 역시 보조금 대상 확대로 전년 동기 대비 64.5% 늘어난 181대가 판매됐다.
전기승용차 판매량 감소는 국산차 부진 탓이다. 상반기 출시된 신모델이 없는 데다 내년 출시될 신형 전기차에 대한 기대감으로 구매가 미뤄진 결과로 풀이된다. 업체별로는 현대차가 전년 동기 대비 43.2% 감소한 4,877대, 기아차는 54.6% 줄어든 2,309대 판매에 각각 그쳤다. 한국GM 전기차 판매량도 23.5% 줄어든 1,285대에 그쳤다. 르노삼성차만 프로모션 확대로 판매량(457대)이 32.5% 늘었다.
반면 수입 전기승용차 판매량은 7,414대로 전년 동기 대비 572.2% 성장했다. 테슬라가 '모델3' 신차를 내세워 전년 동기 대비 17배에 달하는 7,080대를 판매한 덕분이다. 테슬라는 수입 전기승용차 시장의 95.5%, 전체 전기승용차 시장의 43.3%를 휩쓸며 상반기 왕좌에 올랐다. 6,841대 팔린 모델3가 개별 차종 중 판매량 1위를 기록한 건 물론이다.
테슬라는 국내 판매량에 비례해 전기차 보조금도 가장 많이 가져갔다. 올 상반기 전기승용차 보조금은 총 2,097억원 지급됐는데, 테슬라가 수령한 보조금은 이 중 43%에 해당하는 900억원으로 추정된다. 현대차(644억원)와 기아차(305억원)가 수령한 보조금 합계와 비슷한 규모다.
수입업체 강세는 전기버스 시장에서도 나타났다. 중국산 전기버스가 70대 팔리면서 전년 동기 대비 105.9% 성장하면서 같은 기간 국산 전기버스(111대) 판매량 증가율(46.1%)의 2배를 웃돌았다. 이에 따라 중국 전기버스의 시장점유율은 지난해 상반기(30.9%)보다 7.8%포인트 증가한 38.7%를 기록했다. 보조금도 59억원을 받아 전체 전기버스 보조금(169억2,000만원)의 34.9%를 차지했다.
정만기 한국자동차산업협회 회장은 "전기차 보급은 차량 성능뿐만 아니라 보조금 정책에 의해서도 크게 좌우된다"며 "보조금이 국민 세금으로 만들어지는 점, 프랑스나 독일 등은 자국 기업에게 유리하게 보조금 제도를 만들어가는 점 등을 고려해 우리 정부도 (국내산 제품에 유리하게)보조금 제도를 개선해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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