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자동차 수출, 금융위기 이후 11년 만에 최저치
하반기 내수·수출 동반 침체 땐 2001년래 최악 가능성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올해 상반기 국내 자동차 생산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0%가량 급감했다. 하반기에 코로나19 2차 유행 등 악재가 겹칠 경우 19년 만에 연간 생산량 300만대 이하로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26일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올 상반기 국내 자동차 생산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9.8% 감소한 162만7,534대를 기록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국면이던 2009년 상반기(152만9,553대) 이래 11년 만의 최저 생산량이다.
업체별로는 한국GM, 쌍용차의 생산 감소가 두드러졌다. 상반기 한국GM은 전년 동기 대비 30.9% 감소한 15만9,426대를 생산, 2004년(14만8,254대) 이후 16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쌍용차는 2010년(3만5,597대) 이후 10년 만에 가장 적은 4만8,158대를 생산했다. 현대차는 전년 동기 대비 17% 감소한 74만2,375대, 기아차는 18.5% 줄어든 60만8,280대를 각각 생산했다.
국내 자동차 생산 감소의 주요 원인은 수출물량 감소였다. 상반기 자동차 수출 실적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3.4% 감소한 82만6,710대로 집계됐다. 2002년(68만367대) 이후 18년 만에 가장 적은 규모다. 연초에는 코로나19 여파로 중국산 부품(와이어 하네스) 수급 부족으로 생산 차질을 빚었고, 4월 이후엔 미국 유럽 인도 중남미 등에서 공장 셧다운(폐쇄), 락다운(이동제한령) 등으로 생산과 판매 모두 중단됐기 때문이다.
하반기 전망도 어둡다. 현대차그룹 글로벌경영연구소에 따르면 올해 하반기 내수 판매는 최대 5%, 해외 판매는 30~40%가량 하락할 것으로 추정된다. 상반기 내수 시장은 △개별소비세 70% 인하 △신차 효과 등으로 2016년(81만8,115대) 이후 4년 만에 가장 많은 80만2,529대 판매를 기록하며 수출 부진을 얼마간 상쇄했다. 하지만 하반기에는 개소세 인하분이 30%로 줄고 신차 효과도 감소해 판매 감소가 불가피할 걸로 전망된다.
수출은 코로나19 재확산이 최대 위험 요인이다. 최근 유럽, 중국 등 일부 지역이 코로나 여파에서 회복되면서 자동차 판매도 살아나고 있지만 미국 인도 중남미의 경우 확진자가 연일 폭증하고 있다. 일각의 하반기 '코로나 2차 유행' 우려가 현실화할 경우 지속적인 수출 감소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현 추세라면 올해 연간 자동차 생산량이 2004년(347만대)과 비슷한 350만대 내외가 되겠지만, 내수 시장이 예상보다 크게 침체되고 코로나 재유행까지 겹칠 경우 300만대 생산 붕괴도 가능하다고 내다본다. 국내 자동차 생산량이 300만대 아래로 떨어진 것은 2001년(295만대)이 마지막이었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하반기 자동차 생산이 더 나아질 거라고 보기 어렵다"며 "완성차 업체들이 지난 10년간 번 돈으로 버티고 있는데 이제 한계가 왔다고 말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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