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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가 마스크 쓰던 날

입력
2020.07.26 18:00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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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일 트위터를 통해 '애국'을 거론하며 마스크 착용을 홍보했다. 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일 트위터를 통해 '애국'을 거론하며 마스크 착용을 홍보했다. 뉴시스


중앙방역대책본부 권준욱 부본부장이 최근 코로나19 사태 초기 예방 지침 중 무증상 일반인의 마스크 착용에 소홀했던 점을 사과했다. "잘 알지 못할 때"에 "세계보건기구(WHO)나 각국 지침"대로 말한 것이나 잘못된 대응이었고 "죄송"하다고 했다. 앞서 질병관리본부는 마스크 미착용시 감염 위험이 5배로 높아진다며 확진자 모녀의 3차례 예배 참석에도 엄격한 마스크 착용으로 교인 9,000명 중 확진자가 없었던 경기도의 한 교회 사례를 들었다.

□국내의 경우 마스크 착용 권고나 실천은 해외보다 빠른 편이었다. 뒷북 대응만 한다는 비판을 받는 WHO가 "일반인도 마스크를 쓰라"고 한 건 지난달 5일이다. 마스크는 환자와 의료인을 위한 것이지 일반인은 불필요하다던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지침을 바꾼 것도 4월 이후였다. 방역 전문가 집단의 판단 오류보다 더 큰 문제는 이런 권고에도 마스크 착용을 대수롭지 않게 여겨 혼란을 자초하는 지도자들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표적이다. 그는 4월 3일 브리핑에서 CDC의 '일반인 마스크 착용 권고'를 발표하면서 자신은 쓰지 않겠다고 했다. 미국의 확진자, 사망자 숫자가 부동의 세계 1위인데도 '노 마스크'를 고집하던 그가 공식적으로 마스크를 쓴 것은 지난 11일 군 병원 방문 때가 처음이다. 그 뒤 극적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검정마스크를 쓴 자신의 모습을 트위터에 올려 "마스크는 애국"이라 하고, 8월 공화당 대선후보 지명 전당대회를 취소했으며, 9월 개학 연기도 가능하다고 말한다.

□100일 앞으로 다가온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는 민주당 후보 조 바이든에게 상당한 열세다. 경합주는 물론 40년 동안 한번도 뺏겨 본 적 없는 공화당 아성 텍사스에서도 밀린다. 바이든의 선전이 전적으로 트럼프의 실책 때문이고, 대표적인 잘못이 코로나19 대응이라는 데 이견이 없다. 공교롭게도 트럼프의 변화는 공작 정치의 달인 로저 스톤이 사면으로 풀려난 직후부터 시작됐다. 트럼프 당선을 위해 "무슨 일이든 하겠다"는 그의 등장이 미 대선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김범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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